도자기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는 먼저 용기이다. 이 경우에는 그 크기와 기종등이 문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같은 용기로서의 도자기에 예술적 의미가 크게 부여되고 있음을 본다. 즉 예술의 소산으로서의 도자기가 그와 같은 것이며 흔히 말하는 산업도자기와 공업도자기가 단순히 물리적 용기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임에 반하여 공예도자기는 그 시대의 문화를 혹은 문화의 전통을 담는 문화적 용기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우리 민족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는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는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고려청자가 절정기에 이르렀을 때의 고려문화의 주체는 당시의 완숙된 불교문화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 그릇의 소유자였으며 조선백자가 소박한 아름다움을 완숙에 이르게 한 것은 당시의 문화의 주체가 완숙된 유교문화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 그릇의 소유자였다는 데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곡우 진종만 선생은 우리의 문화전통을 질그릇에 한껏 담을 수 있는 문화의 주체성을 지닌 분이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은 전통성을 지니면서 강한 개성을 표출하고 있다.

그릇은 차야 만족스럽고 넘치면 다시 새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그릇이 다 차지 않으면 넉넉해 보이고 넘치면 답답해 보인다. 이같은 원리가 도예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곡우 선생의 작품에서 그 같은 원리를 터득할 수 있게 되어 새삼 선생의 예술적 의지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빌어 마지 않는 바이다.

1991년 7월 10일
동국대 교수, 문화재 위원 홍 윤 식


백자송죽문대호

백자용문항아리

백자철사포도문대호

백자비천문항아리

어문주병

연화문주병

산수문주병

백자산수문대호

백자모란문항아리

백자까치문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