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호와 분청사기
이 경 성(국립현대미술관장)
도예가 신상호는 최근에 다양한 제작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분청사기의 현대적인 전개를 위하여 독자적이고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는데 그것은 표현을 달리하자면 전통과 창조 사이에 자리잡은 세계라 말할 수 있다. 도예가 신상호에 있어서 전통이란 글자 그대로 답습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새로운 창조를 위해서 참고가 되어야 할 것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전통의 문제와 창조의 문제가 조화있게 처리되고 있다. 그 새로운 경지는 이번 전시회의 분청사기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분청사기는 조선조 초기 백자나 청자의 귀족적인 품격에 비해서 다분히 인간성이 풍부한 서민감정이 앞선다고들 말하고 있고, 물론 그 서민감정이라는 것이 사회의 바닥에 있는 대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장 인간으로서의 자세를 지니고 있는 그러한 분위기를 말함이다. 사람들의 생활의 맨 밑바닥에 가라앉아서 따사롭고 훈훈한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 분청사기는 영원한 아름다움으로서의 하나의 표본이지만 분청사기가 지니고 있는 자애롭고 천진 난만한 미의 세계는 소탈한 인간성과 더불어 한국의 영원한 예술의 하나이다.
신상호는 그러한 한국미의 극치의 하나인 분청사기를 오늘의 기술과 오늘의 기법으로 뚜렷이 성취하고 이다. 새로운 경지는 그가 만든 분청사기에 있어 기형의 독특한 움직임과 거기에 드리워진 문양의 뛰어남에 있다. 그것은 그릇이라는 형태의 바탕 위에 그려진 아름다운 추상회화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다. 기형과 문양이 서로 어우러져 그 자체가 입체회화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본 딴 분청사기가 아무런 부자연스러움 없이 잘 어울려서 수준 높은 도예예술의 향기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형태와 색채와 문양이 하나의 경지가 되는 미의 세계에서 신상호는 도예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품격을 지니고 있다.
이 전시회에 대하여 신상호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기형을 만드는 데 자연을 모방하거나 근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 그 자체의 선을 찾기 위해 미리 계획된 선이 아닌 즉흥적이고 우발적인 선을 찾으려고 유도했다. 부여하고 싶은 이미지는 인간성의 회복을 주제로 하여 고향, 동심의 세계, 자연이 주제가 되었기 때문에 새, 나무, 고기, 산, 꽃, 돌 등을 이용해 문양이 아닌 이야기를 말하려 했다. 그림의 선도 기형과 마찬가지로 표현되는 선 자체로서 이미지 전달을 쉽게 만들기 위해 즉흥적, 우발적 선을 유도하려고 대나무로 된 칼, 꼬챙이를 사용하였다. 또한 유약의 색조를 더욱 강한 대비로 나타내기 위해 때에 따라 세 번씩의 환원번조를 했으며 그림의 구사는 반복적으로 파고, 메꾸고 긁어내고 하는 작업을 함으로써 한 개의 그림 속에서도 연륜을 보이며 그림의 화폭인 도자기와 그림이 일체감을 보이도록 노력했다. 반복이라는 것은 한 개의 그림에 서로 같은 작업이 여러 번 시도된 것을 말한다. 많은 작품을 같은 작업을 반복적으로 행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은 의도적인 메시지가 점차 실제화되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제작기법은 전통적인 분청사기 기법을 사용하였으나 전통적인 도자기의 실용개념을 벗어나 입체적인 그림이 되기를 원했고 도자기의 형태와 그림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개형과 그림이 하나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일상적으로 도자기는 실용적인 것이고 또한 그림을 넣는 것은 도자기의 실용성의 한계에서 도자기를 장식하는 역할이 전통적인 개념이지만 이러한 선입관을 버리고 실용과는 무관하게 한 개의 조형물 또는 한 개의 그림으로서 나의 관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보여지길 원한다.」
dream9021(w:42cm, h:37.5cm)
head9113(w:18cm, d:14cm, h:54.5cm)
head9150(w:16cm, d:10cm, h:56cm)
dream9023(w:56cm, d:43cm, h:7cm)
dream9111(w:28.5cm, h:33cm)
dream9178(w:46cm, d:46cm, h:7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