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상실의 청사진

텅 비어있는 "의자"는 극도로 고독한 개인이다. 이 개인은 자아의 감각과 자기의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할 언어를 상실했다. 무엇이 존재하는지, 어떤 의미인지, 중요한 것은 없다. 자기 상실의 상태에 깊이 빠져 있는 현대인들은 정확한 뜻이 전달되지 못하는 세계 속에서 공허로 향해 손을 뻗치고 있는 것과 같다. 보잘 것 없고, 신통치 않은 존재란 것을 알리기에 충분한 외부적인 이유는 모든 것을 제압하고 지배한다. 그리서 보이지 않은 것들은 쉽게 잊혀지고, 무시당한다.

물질은 현대 사회에서 거대한 가치력을 발휘한다. 마치 탄탄대로를 달려가는 경주용 자동차 마냥 튼튼한 힘을 자랑하는 여러 조건들은 이해관계에 발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나 이것 역시 명쾌한 움직임은 못되는 모순이 발견된다. 애매모호한 현상과 매사가 희미하고 모호한 관계는 실제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의 결핍이 절실하기에 그렇다. 꿈 속의 일들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삶의 비극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단지 얼마만큼 그 강도가 지하게 느껴지는지, 전달되는지에 따라서 각각의 표현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의자와 이미 누군가 지나가 버린 버려진 의자의 영상은 우리에게 야릇한 기분을 선사한다. 행동 자체를 가지고 판단하는 대신 남들이 어떤 시선으로 판단해 줄 것인가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의자는 모양내서 윤내기에 바쁘다. 즉 무엇으로든지 채워지기를 기대하는 막연함은 바로 비어있는 의자의 욕구이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기다림과 지루함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반면 버려진 상품을 연상시키는 의자는 하나의 단순한 기능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채워질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객관적인 세계로 등장되어 어떤 의식도 없이 기계적 임무만 완수하면 더 이상의 생각은 필요없다.

가치와 중요성을 상실했다는 홍영숙의 의자 메시지는 조화를 잃고 공허하기만 한 현대 상황의 청사진이다. 타인에게 정확히 전달할 공통의 언어를 잃어 버린 우리의 고독을 메우기 위해서 선택된 의자는 어쩐지 우리의 공허감을 더 가중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김 숙 경 / 토ㆍ아트 큐레이터 >


(w:22cm, d:15cm, h:158cm)

(w:58cm, d:15cm, h:73cm)

(w:23cm, d:25cm, h:50cm)

(w:40cm, d:42cm, h:81cm)

(w:13cm, d:14cm, h:27cm)

(w:40cm, d:42cm, h:38cm)

(20cm, d:29cm, h:4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