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배의 산업도자전에 부쳐 徐 漢 達 (상명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장) 도자기는 인간이 생활도구로서 그릇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만들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인공합성물이다. 흙을 원료로 하여 成形과 燒成에 의해 완성되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도자기의 특성이지만, 技法과 樣式에 의해 그 시대의 생활상과 문화의 흐름을 가늠하는 척도로서 자리해 왔다. 현대의 陶磁文化는 고유의 전통적 맥을 잇는 傳承陶磁, 공방 도예가에 의한 工藝陶磁, 대량생산체제의 産業陶磁, 건축을 포함한 공간구성요소의 環境陶磁, 예술작품으로서의 陶磁造形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 구분되면서 서로 유기적 관계 속에 변화 발전되고 있다. 도자문화의 다양한 변화는 요업 신소재분야를 논외로 하더라도 단순한 용기제작만이 아닌 창조적 예술성을 土器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도자조형, 도자환경조각 등의 분야가 예술영역의 한 장르로 발돋움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 한편, 상대적으로 산업도자에 대해 일반의 理解와 認識의 폭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 것은 현대도자의 전문교육과 造形價値의 評價方向이 도자예술 중심으로 치우친 점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누구나 무의식 속에서 산업도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의 役割과 機能에 대한 關心과 認定에 인색해 왔으며 도자전공의 전문인들 마저 산업디자인의 展開 또는 過程의 參與가 자신의 임무로 생각지 않는 경우를 볼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산업체에 의해 주도되어온 산업도자의 디자인과 製品化方案에 대한 提案으로 현장체험을 바탕으로한 몇몇 작가들이 속속 작품발표의 장을 마련하고, 세미나를 갖는 등 디자인 實體에의 接近을 모색하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첫 번째 갖는 崔德培의 산업도자전은 이런 의미에서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제품도자에 대한 인식의 轉換을 觸救하는 契機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최덕배는 중·고교 시절에는 그림에 골몰한 미술학도였으며 대학에서는 窯業工學을 전공하며 도자기와의 인연을 갖게 되었다. 타일, 벽돌, 도자기 등 생산업체의 현장연구경력에 이어 대학원에서는 요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이자 陶藝家이며 工學道로서 오늘에 이르렀다. 80년대 중반 최덕배는 전통적인 도자기의 一般槪念과 현대도자예술의 흐름, 그리고 요업재료의 공학적 관점사이에서 파생되는 자신의 딜레마로 한 때 創作陶藝에 머물다 90년도부터 새로운 작업에 임하게 된 것이다. 요업생산업체인 「대도세라믹」의 연구실장으로 있으면서 대학에서 현대요업론과 요업재료학 교과등을 강의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자유스러운 想像力을 機能的이고 合理的인 디자인의 理念에 受容하면서 공학적 기초와 조화시켜나감으로써 「새로운 작업」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발표되는 작품은 주로 주전자세트이며, 여기에 花器와 접시류를 포함시키고 있다. 磁器素地를 사용해 주입기법〔Slip Casting Method〕으로 성형하여 形態와 表面色照의 대비조화를 특징으로 정밀성이 요구되는 어려운 工程의 작품들이다. 형태의 모티브를 相實體 중심으로 構成함으로써 거기서 나타나는 선의 흐름이 원과 직선의 교차, 또는 원추에서 비롯되는 타원의 변화로 이루어져 상관체의 조형적 형태와 표면장식과의 시간적 저항에 의한 긴장감과 생동감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 機能과 美를 갖추고 數的생산이 가능한 제작기법의 고안설계와 디자인 전개를 위해 원료분석에 대한 資料를 작품 속에 溶解시키고 있으며 이들이 놓여진 「작은 환경」의 상호 관계와 미적질서에까지 有意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덕배의 작품중 지나칠 수 없는 것은 하나는 네발(四足) 달린 주전자로서 낯설지 않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나타난 三足土器의 형식과 무관하지 않으며 安定的이면서 品位가 있어 독특한 感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덕배의 산업도자전을 통해 제기된 산업도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문제는 최덕배에게 주어진 커다란 짐인 동시에 도자관계 전문인들의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