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스트(Modernist)적인 感性으로 빚어낸 작은 室內樂
- 정혜원 세라믹 모자이크展에 부쳐 -



누구에게나 처음은 늘 싱그럽다.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있어서 처음이라는 것은 항상 두려운 성역으로 존재한다.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미지일 수밖에 없는 세계.
처음은 그래서 언제나 彼岸의 이정표와 같아서 우리를 쉽게 설레게 한다.
정혜원이라는 새로운 작가가 이제 우리 나라 도예계에 첫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전시회라는 것은 하나의 틀 지워진 제도권으로 예술가를 등장시키는 무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직업적인 작가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받는 과정인 셈이다.
정혜원이라는 작가가 처음 갖는 이번 개인전은 실상 우리 현대도예교육의 질적수준을 가늠하는 작은 평가회 같은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대학원과정을 거치는 동안 학구적인 탐구와 현장경험을 통해 축적된 도예조형학습의 결과를 보여주는 場으로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큐레이터로서 지속적인 작가와의 교류와 대화를 나누었던 필자는 이 전시회를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성취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
작가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여자로서 부모와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특별한 상황을 혼자힘으로 극복하여 온 과정이 이 전시회에는 가득 고여 있다.
그것은 작품보다도 더 값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자 키케로는 다음과 같은 격언을 두려움에 쌓인 우리들을 위해 남겼다.
" 이 세상에서 가장 보람있는 일은 '너는 할 수 없다'라고 한 일을 해내는 일이다"하고.

아마도 정혜원이라는 작가는 갤러리 빙에서 개인전을 가진 작가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작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 작가에게는 기성작가에게서는 볼 수 없는 참신한 작품의 표면빛깔처럼 투명하게 빛나고 있다.
이번 이 작가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 형식에서 그러한 감각이 뚜렷하게 돋보이고 있다.
하나는 모자이크(Mosaic)방법을 통한 벽면부조양식이다.
이것은 서고 캐스팅(Casting)이라는 다량복제방식을 택하되, 발색과 수축율을 실험하여 신중한 흙(백자토)의 선택을 통한 조형적인 표현을 시도한 것이다.
특히, <숨겨진 상자>라는 작품에서는 기하적인 조각들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다양한 변화가 표면에 그려진 형상과 융화되어 묘한 일루전(Illusion)을 자아내고 있다. 그간 도자를 통한 공간을 지닌 입체적인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즉 삼차원적인 공간을 지닌 조각화 경향이었던 것이다.
입체를 표현하는 것에 흙이라는 질료가 적합한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 표현의 방법이 반드시 입체여야만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실상 벽면을 캔버스(Cavas)화하여 도자벽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섬세한 월피스(Ceramic Wall Piece)가 확대되어 특정한 공간속에 설치된다면 우리의 시각을 즐겁게 채색하여 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정혜원의 세라믹 모자이크중<네모Ⅰ>과 같은 작품에서는 파스텔색조의 정갈한 색채와 간결한 문양이 마치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화가인 끌로드 비알라의 그림처럼 조각들 속에서 하나의 소우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작은 조각들속에 떠 있는 소우주들은 어떤 질서와 흐름 속에서 코스모스(Cosmos)를 향해 끝없는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단순한 세포가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유기적인 운동을 계속하는 것은 생명의 신비한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가 정혜원은 세라믹 모자이크라는 작은 도자조각들 속에다 자신의 생존의 이유, 혹은 자연현상 속에 작은 부분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담으려 했는지 모른다.
끝으로 한가지 같이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다면, 이번 정혜원의 작품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모더니스트적인 감성이 어떤 측면에서 낭만주의적인 조형의식에 의한 장식화에 치우친 한계로 나타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예술이라는 미적 형식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형성하는 정신적인 배경, 즉 작품 내면을 지배하는 심리적인 울림이-다른 말로 한다면 재적인 心象의 메시지(Message)가-미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정혜원이라는 신예도예가가 연주할 세라믹 모자이크작품-악기들로 비유하다면-들속에서 교향악과 같은 웅장한 음률의 바다를 보고자 한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예술적 감동의 깊이라는 것이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사색과 창조적 본성에 의해 서서히 드러나는 일이라고 할 때, 우리는 이 작가를 더 지켜보아야 할 미래의 시간속에 남겨두는 일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리 던지고 싶은 물음이 있다.
언젠가 도예가로서 정혜원이 가진 투명한 감수성이 특별한 실내악처럼 우리곁에 입혀지지 않을 음률로 다시 다가서는 날이 온다면, 이 작가의 처음 가졌던 이 개인전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

천 구백 구십 이년 팔월
張 東 光 (갤러리 빙 큐레이터)



세모Ⅰ(w:60cm, h:44cm)

숨겨진 상자 (w:150cm, h:46cm)

나의 이야기 (w:65cm, h:48cm)

네모Ⅰ(w:45cm, h:112cm)

인물 (w:26cm, d:26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