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숙의 만들어지는 수평적인 작품들

요즘 황예숙의 작품에는 상징적인 은유가 은밀하게 내재되어 있다. 보여지는 형상으로의 접근에서 보이지 않는 형상으로의 추구로 일관되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작품은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엔가 감추어져 있는 것을 발견해 내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3년전 황예숙이 그의 첫 번째 개인전에서 보여 주었던 작품들은 흡사 전쟁을 치루 듯이 이미지에 대한 도전처럼 보여졌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작품들은 정해 놓은 카테고리 속의 이미지에로 접근하면서 만드는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이미지 쪽으로 다가오는 수평적인 것이라 확신되어 진다. 왜냐하면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비(碑)라는 이미지가 본래 비가 가지고 있는 형상에 얽매이지 않고 「만들어지는 나의 모든 작품은 비(碑)」라는 확신적이면서도 다분히 (禪)적인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작품에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엿볼수 있다. 일면 이세상 모든 사물들이 생성되어 언젠가 소멸되어 간다는 전제하에 그 사물들이 하나의 고정된 기념비로 환원되는 어쩌면 윤회(輪廻)적인 회귀(回歸)사상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황예숙이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그것은 자기 작품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스스로 정해 놓은 신앙에 경도되다 보면 지신도 감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맹신적이 되어 작품에 있어서 이상과 감동이 반감되고 궁극적으로 소멸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감동을 주지 않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작품은 자연에서 느끼는 그러한 자연스러움을 가지고 있을 때 더욱 큰 감동을 준다.
작품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눈물이 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에서 벅차 올라오는 것이듯.....

1993.5
박 권 수



묘비심상(w:90cm, d:55cm, h:120cm)

비(碑)-침묵이 두렵다(w:80cm, d:80cm, h:90cm)

비(碑)-나무가지 사이로(w:80cm, d:80cm, h:130cm)

모양새들(w:22cm, d:8cm, h:12cm/w:15cm, d:15cm, h:20cm)

모양새들(w:15cm, d:7cm, h:20cm/w:15cm, d:7cm, h:17cm/w:15cm, d:7cm, h:15cm)

햇무리(w:50cm, d:25cm, h:9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