切除와 健康의 아름다움
-金容倫兄의 第二回個人展에-

海剛陶磁美術館 學藝硏究室長
(陶磁史) 崔 建

우리 陶磁美를 한마디로 말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마 일반 認識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寂操 의 美」라는 표현이 가장 美的 特徵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요하면서도 깨끗하고 굳은 몸과 마음이 주는 아름다움, 바꿔 말하면 소박하거나 자연스럽고 건강하거나 하는 표현까지 포함하는 이러한 미적 특징은 주변 민족이나 다른 문화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陶磁美의 특징이다. 중국. 일본이나 서구의 도자기가 다채롭고 화려하다면 우리의 것은 간결하고 그들의 조형이 웅장하고 섬교 하다면 한국 도자기는 端雅하다. 다채롭고 웅장한 것이 우리의 눈을 끌고 소리치며 주인이 되겠다고 고집한다면 간결하고 단아한 것은 우리의 몸에 봉사하는 일부가 되어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려 한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요하거나 아니면 앞에서 어른거려 도대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는 이가 있다면 옆에서 항상 제자리를 지키면서 힘을 주는 이도 있다.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고 그릇의 됨됨이를 사람의 됨됨이에 비유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김용윤兄은 항상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이다. 兄의 삶도 그렇고 兄의 그릇도 그렇다. 삶이 劇的인 연출을 하지 않는 만큼 그릇도 무대 위에 도구 역할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말은 자칫 잘못하면 김兄이 정체되어 있다거나 아니면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될 염려가 있다. 더구나 劇的인 탐색에 익숙해져 있는 눈으로 볼 때 오해의 폭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兄 이 그간에 쌓아 온 수련과정을 보면 우리 곁에 듬직한 陶藝家가 있다는 여유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70년대 이전에 陶磁分野에 入門한 대부분이 그렇듯이 도예가로서의 수련과정은 철저히 자기 안에서 발견과 모색의 과정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陶磁分野의 경향은 사회일반의 民族主義史棺에서 비롯 된 傳統文化의 現代化-즉 韓國化-라는 큰 목표를 안고 있었지만 사회의 제반 현실에서 구체적인 방법도 목적도 설정할 수 없었던 陶磁觀 不在의 시대였다.
김형이 陶藝家의 길로 나선 당시의 상황은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였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77년은 이미 粘土와 연 맺은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곧 이어 전통도자 생산장에서 製作의 與件을 체험하고 경기도 덕소를 지나 월문리 나즈막한 구름발치에 봉우리가마를 박고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을 벗어난 수련생활이 자기만의 삶을 위한 은둔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기체험의 큰 담을 허물며 끊임없는 현실세계와의 탐색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십 수 차례의 국 내외 그룹전과 공모전에 출품하고 후진에게 스스로의 체험을 나누는 일에도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자기 통제와 균형 안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수련의 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대부분에 삶은 월문리 작업장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업이었다.
월문리 가마와 함께 십 오년간을 切除와 健康을 향한 修身의 道와 工藝의 美를 찾기 위한 훈련의 기간으로 삼았던 김兄의 두 번째 작품전에서 무엇보다 먼저 느껴지는 것은 겸손한 工藝家로서 자세였다. 더구나 그의 작품에서 재료에 익숙하려는 技術성, 기능에 진실하려는 專門性, 사회에 봉사하려는 道德性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오늘 우리의 도자공예가 처해있는 상황에서부터 벗어나 새롭게 지향하여야 할 한 방법론을 읽는다는 의미로 여겨져서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作品은 든든한 量感을 조형의 기반으로 하고 잇다. 가볍게 옮길 수 잇고 무엇이든 담을 수 잇는 항아리들은 든든한 양감으로 인정되고 더구나 무게의 중심이 저부에 내려 앉아 마치 대지에 굳게 버티고 서 잇는 바위와 같다. 그러나 구연부의 맺음은 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두텁게 굴리거나 접어 붙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윤곽은 무거워 보이는 양감을 가볍게 들어 올려주어 전체적인 무게감은 오히려 경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 표면에 장식을 위한 打捏文은 팽창감을 강조하는 한편 개개의 문양은 서로 두드러지지 않고 바탕의 역할에 한해 자제시키고 있다. 그 위에 새겨진 幼畵的 표현의 刻文에서 김兄의 切除를 읽을 수 있다. 가능한 생략과 자제는 고요하고 건강한 도자를 위한 최소한의 표현을 하려는 배려이며 사용자에게 사유의 여자를 남기려는 제작자의 도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주로 白土粉粧이 중심을 이루지만 二次粘土가 그대로 드러난 釉胎의 色이나 火焰의 결정에서 소금을 투여하여 얻어진 무계획적인 결과에서도 철한 技術性과 專門性이 엿보이고 있다. 작업을 위한 헌신적 자세들은 缸이나 盤에 붙여 놓은 꼭지와 삼줄을 엮어놓은 점에서도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그의 작품의 면면은 철저한 프로정신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陶磁工藝에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자세히 드려다 보면 전부터 있었던 경향이 최근에 와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말이 옳은 표현이지만, 傳統의 意義를 再發見하고 그 가치를 再認識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80년대를 지나면서 형성되었던 가치관의 회의, 획일적 사회에서 겪었던 脫 社會的, 脫 民族的, 경향들이 90년대들어 시작되는 새로운 이념체계의 확립과 전개에 힘입어 陶磁工藝에까지 재인식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60년대 선구적 도예가들이 제창한 「現代陶磁工藝運動」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며 70년대의 民族主義史觀에서 잉태한 傳統의 繼承과 現代化運動의 전개에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작업의 可視化를 그의 작품에서 발견한 일은 김형과 한 작업장 안에서 호흡했던 필자의 기쁨이기도 하다.
김용윤兄에게 앞으로 주어진 소명은 兄이 이제까지 이루어온 삶과 그릇에 오랜 경륜과 인품을 담는 일이며 그 결과는 우리 사회에 헌신적으로 공헌하는 陶磁工藝로서 한 발짝 크게 내디디게 하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구선동 설화(w:55cm, d:55cm, h:50cm)

구선동 설화(w:38cm, d:38cm, h:32cm)

월문리에서(w:24cm, d:24cm, h:22cm / w:21cm, d:21cm, h:25cm)

월문리에서(w:44cm, d:44cm, h:19cm)

구선동 설화(w:28cm, d:28cm, h:20cm)

구선동 설화(w:25cm, d:25cm, h:14cm)

구선동 설화(w:48cm, d:48cm, h:55cm)

구선동 설화(w:6cm, d:36cm, h:26cm)

월문리에서

월문리에서

구선동 설화(w:48cm, d:48cm, h:47cm)

구선동 설화(w:17cm, d:12cm, h:31cm / w:20cm, d:14cm, h:37cm)

월문리에서(w:26cm, d:26cm, h;27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