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原富의 陶藝

韓國의 現代陶藝가 保守性이 강한 傳統의 觀念에 얽매여 機能的인 容器의 製作에 戀戀하고 있던 1900年代 中半에, 純粹美術界에 登場한 抽象表現主義 美術樣式이 美國을 中心으로 하는 創作陶藝家들의 關心으 對象으로 浮刻되면서 흙은 그릇이나 항아리를 만드는 단순한 材料가 아니라 藝術的 表現手段의 중요한 媒體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美術批評家 Donald Kuspit는 '陶藝藝術에 대한 小考'라는 그의 글에서, 作家의 意識에 따라 만들어진 作品이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無意識的인 强制的要素, 즉 材料에 관한 要素가 강하게 드러나게 되며, 加功하지 않은 材料는 결코 단순한 物質이 아니라 갖가지 종류의 無意識的인 感情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材料라고 주장하면서, 聖書時代 以來 生命의 源泉으로 믿어져 온 흙의 根本的 特性은 恪別한 藝術的 表現機會와 可能性을 提供해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陶藝가 진정한 高級藝術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要素가 되기도 한다고 하였다.

물론 흙이라는 材料가 갖는 原始性이나 저렴한 가격, 制限된 加功特性 等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相對的으로 輕視되는 경향은 있지만 오늘날 흙이 高級 藝術을 創造하는데 不適合한 材料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제 陶藝家는 흙이라는 材料를 通하여 普遍的이고 物理的인 機能을 超越하여 Herbert Read가 지적한, 가장 抽象的인 本質에서 形成되는 造形藝術로서의 陶磁器를 만드는 藝術家로 變貌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하나의 藝術品으로서의 陶磁器의 價値는 普遍的인 工藝品의 物理的 特性과는 다르게 된다.

李原富는 80年代初에 陶藝創作生活을 始作하여 10余年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첫 번째 個人展을 갖게 되었지만 1981年 以來 그는 多彩로운 出品經歷과 公募展 受賞經歷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10年이 넘게 大學에서 陶藝敎育에 獻身하고 있는 中堅作家이다. 그는 지난 10余年의 創作生活을 통하여 흙이라는 材料의 屬性이나 限界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물론 초기에는 그도 保守的인 陶磁器의 範疇속에서 대단히 定型的이고 普遍的인 造形美를 追求하기도 하였지만 陶藝藝術에 대한 그의 關心이 점차 高潮되면서 그는 純粹造形에 깊은 執念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變化 속에서 그의 作品들은 具體的인 形態가 점점 解體되기 시작하였고 이 解體된 形象 위에서 그는 先驗的인 視覺的 體驗이나 想像的 體驗에서 蓄積된 抽象的인 形態를 具體化 시키게 되었고 이 過程에서 그는 즐겨 앗쌍블라쥬(Assemblage)의 表現方法을 導入하기도 하였다.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雜多한 事物이나 觀念, 이를 테면 廢墟化 된 都市의 建築物과 옛날의 城砦, 集積된 製材木의 無意味한 直線과 탁(假面)의 乾燥한 表情들이 서로간에 아무런 有機的인 關聯性이 없으며서도 그의 觀念 속에서 意識的으로 融合되어 하나의 造形物로 完成되어진다.
그는 이러한 行爲를 통하여 과거의 時·空間속이나 現實의 生活空間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抽象이 人間의 오랜 藝術的 努力 끝에 얻어진 後天的 表現樣式이 아니라 原始的인 文化段階에 살던 사람들이 지닌, 가장 原初的인 欲求의 표출이라고 강조하면서 가장 고결한 抽象美속에서 솟아나오는 力動的인 힘이 抽象美의 價値라고 主張한 Wilhelm Worringer의 말처럼 李原富의 作品들은 한국의 古代土器에서 나타나는 稚拙한 原始的 抽象文樣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러한 力動的이고 健康한 抽象美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陶磁造形의 地平을 열어가는 그에게 큰 期待를 걸면서 祝賀를 보내는 바이다.



1993. 10
金榮泰(陶藝家, 啓明 美大 敎授)





Assemblage-The ruins / 77×24×82cm

oldman / 77×27×78 cm

ancient-people / 57×15×43cm

Localism / 76×28×82cm

Remains / 90×21×70cm

windows and doors / 44×25×8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