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미술평론가 김 숙 경

우리는 편가르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미술도 각기 다른 이름표를 달고 순수예술이니 대중예술이니 금 긋는 것을 즐긴다. 마치 자기 자리가 성역이라도 된 듯 착각하기 일쑤다. 많은 인구, 많은 주장, 많은 경쟁자는 그렇게 편협한 사고로 우리를 자꾸 묶어버린다. 전통공예는 그릇이어야 하고, 현대 공예는 추상이어야 한다는 관념도 바로 그런 생각에서 시작된 것 일게다. 이런 의미에서 김순애의 작업은 현대 예편에 속한다. 그릇이 아닌 다른 모양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김순애의 작품은 추상이다. 그에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예술이란 인간과 자연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또 덧붙여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그런 내용이 예술을 완성시킨다. 김순애의 작업 역시 자신과 주변의 관계설정이다. 대체로 둥근 원형이 두텁게 기본 뼈대를 구축한다. 이 원은 아주 단다해 보인다. 쉽게 허물어질 것 같지 않다. 어떤 압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기 자리를 지킬 것처럼 버티고 있다. 여기에 여러 기하학적인 요소가 안팎으로 종속되어 있다.
단단한 원형은 김순애의 환경공간이다. 확고하게 설치된 자신의 생활 영역은 너무 단단해 탈피할 마음이 없다. 어떤 것도 자신의 세워놓은 기존 역할 위에 덧붙여지지, 기본의 구조를 탈피하거나 변형시키지 않는 것에서 작가의 환경 영역이 얼마나 확고한 것인지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인공적인 한계에 빠져 들어갈 위험이 있어 조심스럽다.
원형에 붙여지거나 몸체에서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생성과 정에 있는 기하학적인 요소들은 세상사는 이야기이다. 때로는 큰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내 어디로 사라지거나 묻혀버리는 그런 사소함이다. 이 기하학적인 요소들은 서로 뭉쳐있거나 상호 의존하고 있다. 꾸준히 이어지고 엮어진다.
그래서 기승전결이 있는 사건의 완성체가 된다. 사건의 전개는 걱정이나 격렬과 멀다. 그렇다고 완만하고 조용한 것도 아니다. 두 특징이 혼합된 중간 모습이다.
김순애의 작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우어 볼 수 있다. 확고부동한 주체와 여기에 밀착되어 표출되는 객체이다. 두 관계는 인간의 내적 경험을 쌓는 주관의 세계와 잴 수 있고, 무게를 달 수 있는 물질의 세계로 구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원론의 영향 아래서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주관의 세게, 즉 마음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기계적이고 측정 가능한 물질세계에 대한 동경과 성공을 위해 열중한다. 이로써 현대의 자연과학은 전적으로 비인간적으로 변화하였고, 오직 무엇이든 축적하기 위한 계산의 대상이 되고 만다.
사각 입방체와 뾰족한 삼각형의 형상은 딱딱한 감정을 갖는다. 또 사무적이고 객관적이다. 즉, 틀에 짜여진 사건, 형식에 매이는 사고, 기술에 국한된 관심 등이다. 튼튼한 주체에 딸려 있는 부산물은 누구나 잴 수 있는 모양으로 등장한다. 흐트러짐이 없는 조여진 모습으로 정돈되는 것은 물질에 대한 관심이 가져온 산업주의 또는 상업주의의 영향이다. 그러나 지나친 기계와 기술의 발달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연에 대한 애정 행로가 이제는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여성을 내세우는 건 기계찬양이 아니라 기계문명에 대한 반항임을 우리는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김순애의 도예가 물질문명에 대한 도전 또는 후기산업 사회에 대한 분석 등의 거창한 구호를 가지고 시작된 것은 아니다. 단순히 주변의 사실을 정돈하면서 완성되었음을 안다. 그러나 그의 작은 일, 사소한 경험 등이 자연에 대한 존재를 의식하게 한다. 자연에 대해 살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고자 한다. 즉, 설계된 발견이 아니라 자연 속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통한 새로운 의식이 층계를 예술로써 승화시키고자 하는 그 작업이야말로 한 도예가의 의지의 표현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9304(w:46cm, d:10cm, h:44cm)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9805(w:46cm, d:10cm, h:44cm)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9306(w:44cm, d:10cm, h:44cm)

work-9303(w:54cm, d:10cm, h:40cm)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9307(w:49cm, d:10cm, h:50cm)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9308(w:44cm, d:11cm, h:44cm)

work-9301(w:44cm, d:10cm, h:35cm)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93010(w:44cm, d:10cm, h:43cm)

work-9302(w:44cm, d:18cm, h:47cm)

세상 사는 이야기Ⅱ(w:45cm, d:9cm, h:51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