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생동적 이미지 - 그 외적 표출

Lively image of nature-its external __EXPRESSION__



대체로 현대의 도예작가들이 작업을 하는 행위나 방법을 그 해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게 됨을 본다.

그 하나는 극단적인 실험성과 탐색적 성향을 띤 것으로 기존의 양식을 거부하거나 흙의 물성적 의미를 강조하는, 또는 신선하고 아이디얼한 소재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하나의 양식적 기조 위에 일관된 흐름을 보이며 구체적인 변화와 완결적인 조형을 표현하며 추구하는 경향이다.

'88년 이후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두 번째 작품전을 갖게 되는 도예가 류남희는 위에서 전제했던 두 가지 유형에서 구분 짓자면 후자의 경향에 속하는 것으로서 작가적 책임과 진솔한 조형의식으로 신춘을 맞아 그의 근작을 결산하고자 한다.

'86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류남희의 흙작업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핵심적 기조는 조형성이다. 사물의 휨이나 접힘에서 표출되는 곡선의 조형적 미감을 「曲」의 유기적인 형상적 변화에 몰입해왔다.

제 1회 대한민국공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 「曲一構成」은 이와 같은 조형작업의 결실로서 그 형식요소는 원통형, 타원형, 입방체 등의 비교적 단순한 Mass들에 의해 변형된 전개였다.

또한 '89년 이후의 작업들에서는 상관성을 갖는 두 개의 형태를 결합시킨 대칭적 특성을 보여주는 작업들이었으며, 근년에는 다시 비대칭적이며 역동적인 다양한 작업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류남희의 이번 두 번째전은 보다 원초적인 자연의 생성과 분열을 통한 「生」의 이미지를 도입, 상상력에 의한 새로운 조형으로의 모색과정을 통하여 작가가 부담해야하는 갈등과 고뇌의 소용돌이에서 작업열과 창작의지에 대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함을 보게된다. 대다수의 작업이 흙줄쌓기를 중심으로 성형된 것은 그의 작업태도에서 보이는 완결적인 표현방식과 기법상의 접목을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

그의 작업주제인 자연속의 「生」의 형태는 다분히 추상적이나 매우 강한 질서를 갖는 것으로서 명쾌한 조형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는 강약의 변화를 보이며 확산과 수용을 공유하는 균형있는 형태이며 무한한 움직임의 순환을 거듭하는 동적인 형태로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동질한 작업들 속에서도 개체적인 형식미가 달라, 형상적 변화와 내제된 에너지의 분출하는 힘이 또한 상이하다.

그것은 가장 개성있는 자기만의 모습으로 형성되며 가장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완성되어진다.

이러한 완성체는 또 다른 생명과 만나고 그 만남은 또 다른 생명력의 울타리가 된다. 그는 이러한 가장 근본적인 자연의 질서와 섭리를 그의 상상력에 의해 새로운 조형질서로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에서 느끼게 되는 時情을 도자조형에 도입함으로서 체험을 통하여 받아들여진 주관적인 감동과 심상적 이미지를 접목시켜 흙의 매재적 특성에 의한 조형적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다.

류남희가 선택한 자연의 이미지는 대체로 나무의 형상, 그 줄기와 잎들, 그리고 파도와 마모된 돌들이다. 그는 이러한 주제들 속에서 약동하는 생명의 숨결, 싱그럽고 밝은, 신선하고 순수한, 강인하게 분출되는 이미지들을 유기적으로 재구성하거나 재결합하였다.

이러한 유기적인 형태의 특성은 근본적으로 곡선적인 형태를 띠는 유동체로서 정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행되는 일종의 균형상태(Equilibrium)를 이루는 것으로서 역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계가 시각화되어 나타나는 형상이다.

프로이드(S. Freud)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의식에서 의식에로의 이행이며 생명에 대한 내적 감정의 표출'인 것이다.

류남희가 10년 가까이 흙작업을 통하여 추구해왔던 일련의「曲」「合」그리고 이번 전시의 주제적 의미를 보이고 있는「生」의 과정들은 자연의 생동적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며 자연과 자신의 주관을 결합시켜 새로운 자연을 외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유추된다.

이는 곧 자연의 관조하며 자연과 조화하고 자연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진실된 감동의 표현으로서, 그 자신의 삶의 족적이며 삶의 표현인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성은 마치 유희적인 충동감을 유발하는 천진성이 있으며 또 다른 의미의 진정한 자유로움이 내재되어 있음을 보게된다.

자연을 모태로 상상력과 생명력을 주제로 한 그의 두 번째전은 이 모두를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1995. 4. 5

서울산업대학교 교수/도예가 韓 吉 弘







生-성장 3, 60×31×66 cm, 석기, 철유 재유, 1260도, 1995

生-성장 1, 73×38×90 cm, 석기, 철유 재유, 1260도, 1994

生-화합 3, 52×30×57 cm, 석기, 백유 흑유, 1260도, 1995

生의 기원, 66×2×87 cm, 석기, 철유 재유, 1260도, 1994

生-환희 1, 50×25×58 cm, 석기, 백유 흑유, 1260도, 1995

生-발아, 43×23×78 cm, 석기, 백유 흑유, 1260도, 1995 \

生-성장 2, 76×22×78 cm, 석기, 철유 재유, 1260도, 1994

生-태동 3, 80×32×70 cm, 석기, 백유 흑유, 1260도, 1995

生-태동 2, 61×14×85 cm, 석기, 백유 흑유, 1260도, 1995

生-화합 2, 46×14×88 cm, 석기, 백유 동유, 1260도,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