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우관호 근작에 대한 두가지 생각



인간에게는 욕망이 있다. 그것이 사회화되어 이데올로기가 되고, 종교가 되고, 국가가 된다. 다시 그것을 관리하는 제도와 권력이 태어나고, 권력은 때로 자신의 힘에 반대하는 다른 힘과 쟁투한다. 그것은 단순한 육체의 싸움이나 이론적인 논쟁이 아니라 죽음을 향한 광기로 나타난다. 모든 전쟁은 평화와 정의의 명분으로 행해지지만 살육, 기아, 테러를 잉태한다.

인간은 이러한 죽음의 의지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권력과 제도에 의한 살육은 죽음의 고통을 남아있는 자에게 무겁게 짐지운다. 예술가에게도 이 고통스러운 살아남음의 몫은 당연히 부과된다. 그러나 과연 예술은 이러한 야만적인 현실 앞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우관호는 이러한 관점에서 자기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해 왔다. 그가 작품에 쓴 " NO MORE WAR"란 구절이 이러한 그의 생각 한 단면을 반증한다. 전쟁을 하지말자는 주장은 권력과 제도 앞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주장해야 한다. 작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하고, 그것 밖에는 할 수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의지. 그것은 인간이 죽음을 거부하려는 것만큼 공허하다. 그래서 그의 관점은 싸늘하고 허무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토로하는 지점에 머문다. 작품은 차갑고 드라이한 질료의 표정으로만 연출되어, 감정은 배제되고 객관적 실체로서의 내용이 드러난다. 거기엔 어떤 은유나 상징도 없다. 예술적 비유는 전쟁과 살육의 실제성을 소거해 버릴 뿐 아니라 그것의 야만을 고발하는데 너무나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의 작업기간동안 벌어진 온갖 학살과 테러(보스니아, 르완다, 소말리아, 아프카니스탄, 체첸, 알제리)는 자신이 택한 예술 행위에 더욱 무겁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관호는 그가 택한 작업의 무게를 스스로 짊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아마 '작가'인 그의 몫일 것이다.

이번 우관호의 작업에서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점은 작품소재의 개념을 전복시키는 작업전개방식이다. 91년도의 개인전이 <권력과 욕망>의 관계를 풍자적이고 비유적으로 드러냈음에 비해 이번의 <전쟁과 살육>은 그 주제들의 인과관계에서 '인간'을 조망한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작업의도에 대해 이해력을 요구하는 소통방식으로 형상을 드러내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일반적으로 흙을 만지는 작업은 흙의 속성과 손맛 등에 의해 감정이 주입되는 강한 질료적 표현성으로 드러난다. 특히 인체의 형상을 띈 경우는 더욱 표현적 방식이 많다. 그렇지만 우관호는 흙을 매우 정교하게 다루고 소성하는 민감한 재료적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작품과 관객 사이의 감정적 교류를 차단하고 개념적이고 인식적인 소통방식(작가의 작업의도만으로 소통이 가능한)을 제시한다.

그것은 그가 선택한 소재의 형상들을 그대로 묘사하면서도 그 소재가 가진 속성이나 개념은 정반대로 바뀌게 하느 것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면 어린이 인형과 장난감 병정(천진함, 맑음, 순수, 귀여움, 재미있음...)을 전쟁과 살육이라는 내용에 이르게 하는 점이 그렇다. 같은 형상일지라도 놓이는 위치와 작가의 작업의도, 작업과정으로 인해 자신이 본래 갖고 있던 성질을 상실하고 새로운 성격(공포, 살인, 폭력, 메마름....)을 부여받게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식은 기념비 조각의 '형식'을 패러디 한 것이다. 그는 흔히 볼 수 있는 기념조각 형식과 내용을 그대로 차용한다. " NO MORE WAR"라는 작품은 그 글자만 빼면 마치 국군묘지의 커다란 모뉴멘트의 축소판 마케트로 보아도 무방한 그런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위생했다는 식의 권력자의 치사가 바로 공공기관의 조형물이다. 그래서 그런 명분에 목숨을 바친 무명의 전사는 영웅이 되어 살아있는 사람들을 최면걸기 위한 도구가 된다. 그리고 드넓은 광장에서 보는 이들에게 위압적인 작용을 한다.

이 권위와 위용을 우관호의 미니어쳐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인용한다. 그래서 그의 미니어쳐는 어떤 표정이나 특별한 감각, 주제를 피하며 관객에게 제시된다. 그리고 관객이 두뇌로 자신의 의도(파쇼적인 권위와 살육의 찬양 뒤집기)에 접근하기를 기다린다. 그 의도가 관객에게 읽혀질 때 그러한 권위적인 기념비의 힘과 최면과 환각은 해체된다. 이 방식은 어떤 물체에 대한 관념을 반대의 의미로 전복시켜 버린다.

우관호가 제시하는 소통방식은 교묘하다. 단순히 형상이나 질료, 기법에 집중하면 그가 노리는 소통의 형상이나 질료, 기법에 집중하면 그가 노리는 소통의 통로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너무나 정교한 이 캐스팅 기법과 작품의 질감, 몽타쥬 등은 그가 제시한 소통방식보다 더 눈에 띈다.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내용 또한 오히려 그렇게 드러내는 것을 의심하게 한다. 그래서 이 혼재된 여러 요소들은 작품을 보는 방식을 새롭게 요구한다. 그 요구에 응하면이 무미건조한 형상은 재미있는 게임처럼 조금씩 다시 해석된다.



김진하(나무기획 큐레이터)






童謠 1, 93×99×127mm

傳設-英雄, 236×59×152mm

童話 4, 188×84×159mm

童謠 2, 87×90×106mm

童謠 3, 87×90×106mm

童話 3, 95×108×216mm

童話 1, 205×179×145mm

童話-NO MORE WAR 1, 405×53×85mm

童話-NO MORE WAR 2, 417×21×7w5mm

童話 5, 400×90×9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