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도시(都市)와 자연(自然)과의 만남 - 그 7개의 대화(對話)

Ⅰ. 조성희의 두 번째 도예모음: 흙과 유약, 그리고 불의 작업인 도조는 그에게는 삶의 일부분이다. 때로 생활과 작품제작 사이에 방황하기도 하나 무한의 미적 세계를 꿈꾸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자연의 신비와 흙을 매체로 한 인공적 아름다움" 은 자신의 의지를 담는 예술세계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황금색 유약의 실험과 도시와 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의식을 강조한 연작들로 꾸며진다. 짙은 표면에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쳐보고자 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만들어 놓은 노작(勞作)들이 숨쉬고 있다.

이는 생활속에 그려진 소박한 꿈의 결실이다.

Ⅱ.[도시 풍경](1993-94) 연작 : 금색과 청동색, 그리고 코발트색의 표면들이 강하게 나타나며, 작가의 개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연작이다. 캐스팅 기법의 성형으로 만들어진 원통형 도자로 상단부를 두 개로 나누면서 끝 부분만을 접합시킨다. 이는 남과 여, 음과 양, 흑과 백 등 대립적 성격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는 [도시 풍경]이다. 수직적 구성의 기물에 작은 구멍들은 도시 아파트 형상과 창문들처럼 보이며 그 주변의 흔적들은 불빛을 나타낸다. 밝고 어둔 색채의 대비로 도시의 밤과 낮을 그리기도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 풍경에서 얻어진 인상을 추상표현이라는 조형적 특성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Ⅲ. 12개의 [문(門)과 황금 열매](1994) : 1년 열 두달을 암시하는 작은 문이 만들어져 있고, 그 위에는 작고 앙증스런 황금열매가 열려있다. 여기서 작가가 만들어 놓은 작은 문들은 기계적 형태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문이 아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옅은 흙색과 금색의 문양들, 그리고 작은 금색의 오브제가 마치 진리를 상징하는 듯한 황금열매로 나타난다. 동화의 세계를 작가는 자신 주변 풍경에서 찾고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상상력과 함께 미의식의 흐름이 생성되고 결합되어진다.

곱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잔잔하게 흐른다.

Ⅳ. [도시의 숲](1993-94) 연작 : 역시 캐스팅 기법으로 만들어진 총49개의 원통형 도자 연작이다. 도시의 아파트 숲처럼 7×7개의 수직적 구성물들이 시각적 효과를 높이며 관객의 시선을 끈다. 검은 색 보도 블록과 원통형위에 놓여진 검은 색의 작은 나무가지들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는 비인간적 도시에서의 나약한 인간적 삶처럼 보인다. 이제 더 이상 자연과의 거리감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느낌을 준다. 설치작업으로 구성된 '도시에서의 숲과 만남' 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나타낸 것이며, 자연과의 만남을 미루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고발이기도 하다.

Ⅴ. [도시의 미소(微笑)](1994) 설치작업 : 벽면 공간을 이용한 설치와 단순한 형태의 구성이 돋보인다. 수직의 사각 형태를 기본으로하여 가운데에 규칙적인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아파트의 창문들과 비상계단의 규칙적 형태를 그대로 옮겨 놓고 있다. 흰색과 회색의 콘크리트 벽면, 그 위에 그려진 불규칙한 선들과 화려한 색채,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도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 어린아이들 모습이다.

결코 비관하지 않는 오늘날의 삶을 그리고자하는 작가의 의지를 엿본다.

Ⅵ. [황금 나뭇잎](1994) 설치작업 : 황금 나뭇잎은 희망의 상징이다. 거칠고 꾸밈없는 흙의 표면위에 샘 솟듯이 피어나는 황금 나뭇잎, 이는 황금만능의 현실과 다른 도시인들의 원초적 꿈을 나타내고 있다. 변함없는 절대적 상징을 나타내는 황금색과 자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나뭇잎과 결합은 우리 현대인들에게 희망을 불러 일으킨다. 소박하게 쌓아올린 나무 기둥, 그 위에 열매처럼 매달린 황금 나뭇잎이 정원을 이루며 우리들을 끌어들인다.

도시 속의 작은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Ⅶ. '흙과의 만남' 그것은 자신의 절대적 삶이며, 특별한 사람들과의 관계처럼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번 그의 연작들은 명확한 주제의식 (도시와 자연과의 만남,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더불어 서 있는 도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 돋보이고 기법과 형상의 실험성이 또 다른 발전적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제 시작이라는 겸허한 마음가짐이 더욱 필요할 때이다. 덧붙인다면 작가에게는 과거에 보여주었던 섬세한 도기의 표면과 정교한 형태들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현재의 힘있는 추상표현과 정교한 형태들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현재의 힘있는 추상표현과 명확한 주제의식이 함께 어우러져 완결성이 높은 도예(陶藝)작업으로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1994. 10 유 재 길 (미술평론가 홍익대 교수)


황금 나뭇잎, 400×100×1460×12EA, Coiling, 산청토+동유, 1230℃ 산화소성
산청토+1170℃ 산화소성, Gold painting

도시에서의 아름다운 만남Ⅱ, 230×150×460, Slip Casting, 백토+브론즈유,
1170℃ 산화소성, Gold, Silver 740℃ 상회

도시에서의 아름다운 만남Ⅰ, 330×180×470, Slip Casting, 백토+브론즈유,
1170℃ 산화소성, Gold, Silver, 740℃ 상회

도시풍경Ⅰ, 340×190×480, Slip Casting, 백토+코발트유,
1170℃ 산화소성, Gold 740℃ 상회

도시의 숲 150×150×500×49EA, Slip Casting, 백토+검정색소지+투명유, 1280℃ 산화소성

문(門)과 황금 열매, 210×70×420×12EA, Press Casting, 조합토+백유,
1250℃ 산화소성, Gold 740℃ 상회

비오는 봄날의 도시Ⅱ, 350×190×490, Slip Casting, 백토+색화장토+투명유,
1280℃ 산화소성, Gold 740℃ 상회

도시풍경Ⅱ, 330×160×510 , Slip Casting, 백토+코발트유, 1170℃ 산화소성
Gold, Silver 740℃ 상회

비오는 봄날의 도시Ⅰ, 320×170×480, Slip Casting, 백토+색화장토+투명유,
1280℃ 산화소성, Gold 740℃ 상회

밤에 보는 도시, 350×260×460, Slip Casting, 백토+흑유,
1170℃ 산화소성, Gold 740℃ 상회

도시의 미소(微笑), 750×190×100×12EA, Slip Casting
백토+색화장토+투명유, 1170℃ 산화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