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개인전에 부쳐

 도자기에 있어서 '현대적'이란 표현은 대부분 일본 및 서구적인 것이라고 이해되어 왔고 또 그것은 대서양을 끼는 주변국가 특히 우리의 경우 미국, 영국, 불란서, 독일 등의 일방적 영향의 결과라고 이해되고 있다. 물론 그 영향도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일본적 변용을 거쳐 재유입된 것이어서 본래의 성질과 의미가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항상 있었다. 그 결과 넓은 의미에서 유럽의 다양한 도자문화를 균형있게 받아들여 선택의 기회는 물론 각기 다른 특징을 갖는 도자문화들을 폭넓게 체험할 계기를 놓쳤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대서양국가 도자기의 모태가 지중해 연안의 도자문화에서 파생되고 각각 나름대로 변용, 계발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지중해 연안국가 도자기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이태리 도자기는 그리스 도기의 서사적이며 인본주의적 조형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이슬람 도기의 과학적인 제작기법을 적극 수용하여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전 유럽도자기의 발전에 창조적 원동력으로 작용하여 왔다. 대서양권의 도자기가 근대에 들어서 동아시아의 강격한 영향을 받고 변모하는 과정에서도 이태리 도자기가 원형을 계승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갖는 도자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사회적 공헌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김경희君은 도자기와 인연을 맺은지 불과 십 수년 밖에 안 되는 다시 말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입문을 한 도예인이다. 대학 졸업 후 제품회사를 거친 후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이태리 화엔자 국립도예학교에서 과정을 거쳤다. 그간에 유럽 여러 지역에서 현장연수과정 및 전시회를 통하여 제작자로서 수련기간을 갖으며 많은 체험의 기회를 갖었다.

 전시된 작품들의 재료 및 기법, 다양한 표현방법들은 그의 수련과정이 꾸준하고 끊임없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재료는 우리에게 낯설긴 하지만 이태리 화엔자지방의 특산인 도기질 점토를 기본으로 하면서 표면 질감의 변화를 위해 굵은 자연철이나 모래를 섞어서 변화를 주는 한편 표면에는 백석석유와 엔고베(백토분장의 일종)를 필요에 따라 바름으로서 기본 재질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두 가지 두드러진 면을 발견 할 수 있다. 하나는 이태리도자기의 조형적 특징으로 오랜 전통과 관습을 계승하여 온 서사적 표현과 자유분방한 장식성에 대한 그 나름의 재구성에 있다. 이것은 대서양권 도자장식에서 보이는 구조적 치밀성과 기계적 장식 이전의 형태로서 새로운 창조적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교적 낯설지만 삶의 공간 속에 적절하게 조화되고 있는 이태리식 도자기의 조형적 소재들로부터 우리 도자의 다양성을 위한 또 다른 방법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데 있다.

                                                                   -최 건-        

1200℃, 투명유+색소지+금, 25×18×18cm

1200℃, 안료+투명유, 스톤웨어, 15×30×12cm

1200℃, 안료+투명유+금,54×20×20cm

1250℃, 불투명유, 스톤웨어, 38×9×9cm

960℃, engobe+dksfy, 화인지 흙, 35×13×13cm

1100℃, 유약+안료 45×20×2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