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짐과 응시의 방정식

 곽여은의 이번 전시는 대게 유학과 객원작가 시절의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그녀의 작업 이력에 익숙한 필자의 기억의 되새기면 이번 작품들은 이미 대학 시절에 연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은 시선에 대한 관심으로 집약될 수 있다. 그것은 당시로는 모호하게 가려져 있었던 부분이다. 외딴방, 고호적 분위기와 큐비즘적 형태가 뒤섞여 고립된 인간 이미지를 그려냈던 그때의 작품은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무관심에 대한 저항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녀에게 있어 관심(곧 시선)은 유도한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강박적인 과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유학 초년기에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낯섦은 타인의 시선에 대한 거부로 이어졌다. 역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지 못한 당시의 작품들을 그녀는「Knife」라 이름지었고, 새장 속에 갇힌 한 여인을 향해 수많은 화살을 드리웠었다. 그녀에게 이어 새로운 환경은 쉽게 적응되지 않는 감옥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녀가 갇혀진 자신과 타자화된 낯섦을 넘어서면서「Knife」시리즈를 끝내게 되는 것은 흙을 표현성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정복해야 할 질로의 일종으로 파악하고, 주변의 응시에 포착되는 자신의 두려움을 능가하는 '바라보기 Out-look'의 시선을 갖게 되면서부터이다. 기계장비의 성능을 수용하고 재료학적 탐구를 확장시킨 것이 전자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면, 후자는 치열한 자기모색 과정에서 얻어낸 수확이다.

 한 예로「New York, New York」은 뉴욕이라는 다민족사회의 인류학적 지도를 그려내면서 각각은 개별적 울타리 속에서 썩어 가는 '냄새'에 시달리는 개인들을 연상시키지만, 그것이 전체가 처한 동일한 상황이라는 뉴욕의 정체성을 투시하고 있다. 외딴방이나 새장에서 보여지는 내부로 향한 시선은 이제 같은 심도를 유지하면서 외부로 향해 열려진 것이다.

 이러한 시선의 역점은「Face to egg」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미 있는 탐색으로 이어진다. 창조의 기원을 찾는 듯한 얼굴의 전개(Evolution)는 곧 그녀 자신의 얼굴에서 끝이난다.

 그것은 그녀 자신이 중심의 지위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근작인「Stamp」는 내부로 향한 시선과 바라보기의 충돌로 나아간다. 타자의 시선에 위축되기보다는 그것을 갈구하고, 자신에게도 기회를 달라는 주장. 스템프는 곧 남성사회의 소유권을 대변하는 상징으로써 개념적 비약을 이루며, 그것이 찍어내는 낙인을 부정할 수밖에 없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현재와 안팎을 투시하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긴장감이 배어있다. 그것은 형태상의 수직성, 수공적 정교함과 집요함에도 기인하지만 주로는 앞서 말한 시선의 교차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이 평면적, 선적 형태의 펼쳐진 공간을 장악하는 것은 단일시점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약하는데 도움을 준다. 때문에 작가의 내면적 긴장까지도 관객은 보다 수월하게 실감할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심리적 시선의 교차와 심미적 시선의 교차라는 예술의 4차 방정식을 풀고 있다. 이제 관심사는 응시되는 자신(작품)이 보여지는 방정식을 다양화하는 것인 듯하다. 자신과 타자, 욕망과 현실, 기억과 현재, 작품과 관객이 그곳에 있다.

안인기(미술평론가)  

Shadow, 57×42×27cm, 1993

Shadow, 47×30×37cm, 1993

New York New York, 62×250×32cm, 1994

Bug, 13×34×12cm, 1995

Knife, 20×108×47cm, 1992

Shadow, 10×100×37cm, 1993

Knife, 142×155×125cm,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