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完成度의 제작자 「유병호兄 개인전에」

최 건 (陶磁史) / 해강도자미술관 연구실장    

 도자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 조건은 높은 完成度이다. 완성도가 높은 도자만이 우리 사회일반의 평가 대상으로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성정의 제작자는 재료의 정선에서 입체 구조와 물리적 성질을 조화시키는 일이나 기능적 요소, 그리고 장식 등 도자의 일차적 단계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스스로 끝없는 수련을 하게 된다. 유병호兄은 삼십년이 넘는 오랜 작업과정을 통하여 높은 완성도에 익숙해져 있는 제작자이다.

 그가 도자와 인연을 맺었던 시기는 한국미의 재발견과 현대화라는 주제가 우리 문화의 절대 목표였던 시기였다. 그는 전통과 현대라는 이원론적 구조에서 전통의 현대화에 관심을 갖고 분청사기를 중심으로 작업을 계속하여 왔다. 그의 현대화의 개념은, 먼저 조선시대 분청사기의 특징인 기능성과 장식성을 계승한 다음, 기술적 실용적 모순을 높은 완성도를 통하여 극복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일을 단순하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선험적으로 나타나 있는 완성도 높은 청자나 백자와는 달리 粗野함을 특성으로 하는 분청을 완성도 높게 제작했을 때에 조형성의 변질이 불가피하며,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이 큰 과제로 등장하므로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다. 그의 최근 작업 경향은 밀도 높은 인화상감문이 주는 배경위에 빠른 속도의 선상감문으로 표현한 몇 개의 단순한 소재를 채택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먼저 녹갈색을 띠는 분청의 조야한 태토 전면에 섬세한 인화상감을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완성도 높은 장식된 면을 만든다. 이 것은 장식을 위한 문양이라기보다 반복적인 수많은 문양이 모여 바탕<素>의 기능을 하면서 표면 질감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능을 하게 된다. 이렇게 치밀하게 계획된 바탕위에 분청의 특징인 조야한 형태의 문양을 그려 넣는데, 연꽃 당초 학 오리 갈대 등 분청의 주요 문양 소재들을 단순화시키고 부분적으로 왜곡시키기도 하면서 빠른 속도감을 내는 필선으로 새기고 있다. 물론 단순화와 왜곡도 철저히 계획된 것이며 빠른 속도감도 즉흥적이거나 우발적인 충동이 아닐 수 없는 반복 훈련을 통하여 얻어진 완성도 높은 표현이다.

 기형에서 비례에 따른 무게감과 구연과 굽의 마무리, 기벽의 안정된 면 등에서 오랜 제작과정에서 얻어진 능숙한 성형능력을 보이고 있으며, 일정한 유약의 두께와 질감은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부터 한국도자의 미적 특성을 素朴의 美, 無技巧의 美, 自然의 美라고 이해하여 왔다. 素朴의 다른 한 뜻은 거칠고 둔하다 이며, 無技巧는 기술이 없는, 조잡한 을 뜻하고, 인공적 과학기술의 집약체인 도자기술을 自然的, 즉 非人工的으로 이해해 왔다. 물론 이러한 이해는 다종다양한 우리 미적 특징중에 한 갈래이지 한국도자의 미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도자의 핵심이며 규범적 역할을 한 도자의 특징은 높은 완성도에서 얻어지는 완성의 美이다.

 유병호兄의 특징인 완성의 美는 역사속에서 쉽게 발견되는 것이며 앞으로 전개되는 시대의 도예가가 규범으로 해야 할 절대 필요조건이다.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이 수련과정에 있는 젊은 도예인들의 완성의 美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

粉靑沙器 象嵌 山水紋 壺  49×50

粉靑沙器 象嵌 草鴨紋 타원壺  24×31×26

粉靑沙器 象嵌 山水紋 兩耳編壺  38×37×30

粉靑沙器 象嵌 蓮花紋 四角面取壺  28×23×17

粉靑沙器 象嵌 草鶴紋 四角立壺  33×25×20

粉靑沙器 象嵌 蓮鴨紋 四角壺  12×46×40

粉靑沙器 象嵌 彫花 草鴨紋 皿  11×59×56

粉靑沙器 象嵌 山水紋 壺  49×48

粉靑沙器 象嵌 목단紋 面取甁  26×19

粉靑沙器 象嵌 柳鴨紋 編甁  30×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