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즐거운 나의 작업'

 단아한 형태, 대범한 기법, 재료의 순리적인 활용 등은 우리나라 전통도예의 특징이었다. 거기에는 아름다움을 핑계로 한 기능의 상실이나 억지로 과장하여 무리하게 표현하려는 느낌은 찾을 수 없었다.

 그에 비해 현대 공예는 어떤 미학적 슬로건의 기치하에 특정 스타일과 주제에 작가들을 묶어 한정시키고 있는 듯 하여 안타깝게 생각된다.

 또 작가들 스스로도 그러한 틀 속에 안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기 축소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창작의 원천에는 자기만의 독특한 조형언어와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의 중심적 틀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난 작가 곽경화는 요즈음의 서구의 외형을 지나치게 따르는 형식주의적인 도예에 대하여 전통적인 기법과 주제의식을 가지고 묵묵히 흙을 빚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그녀는 손쉽고 약삭빠른 형태의 변형이 아닌, 우리네 생활주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쓰임새 있는 기물들의 이미지를 재해석하여 새롭게 재현하고자 수련에 힘쓰고 있다.

 특히 작가는 성형의 기본조건인 물레작업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녀는 진정 자신의 작업이라고 생각이 들기 위해서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부분일지라도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질박한 느낌을 주는 옹기토를 주로하여 청자토와 산청토가 가미된 정방형의 흙덩이는 쳇바퀴 태림을 이용한 성형법에 의해 기물로 형성된다. 표면은 기물성형 후에 화장토로 분장되는 옛 분청사기의 기법을 응용하여 분청작업의 새로운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독, 자배기, 방구리, 시루, 젓독, 질동이, 물두멍 등 거부감없이 받아 들여지는 기물들이 이미지화된 그녀의 작품에는 우리네 전통 민화에서 볼 수 있는 수초문, 어문, 조문등이 단순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들은 현대 생활속에 잊혀져가며 경시되어온 형태요 문양들이며, 실로 우리가 보전해 나가야 될 고유한 가치들이다. 부분에 치우치지 않으며 전체의 감각을 중시하는 그녀의 작업은 가시적인 과장이나 보여주기 위한 기교 등을 배제하고 절제된 장식으로써 담백하고도 소박한 멋을 주고 있다. 거짓없는 마음으로 즐겁게 흙을 대하며, 기능과 아름다움을 겸비시키려는, 전통적 도예를 지키며 뛰어난 조형성을 탐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의 작업태도에서 우리 도예가 나아가야 될 방향을 모색해 본다. 곽경화의 작업은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좋아서 즐거운 나의 작업' 이다. 그녀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현실을 선뜻 떠나 오붓하게 자신만의 사색의 시간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좋아해서 즐기는 나의 감상체험' 이라고나 할까? 작가의 첫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회에서 우리 선조들이 써 오던 생활그릇의 정취가 현대생활에 어떻게 접목되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미를 창조해 낼지 사뭇 궁금해진다.

 한 미 애 (미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