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하는 이미지가 주는 김세원의 작업-

 각이 죽은 사다리꼴의 입방체에 목이 붙고 그 위에 솟대의 기러기가 있는 형상이 김세원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일차적인 것이다. 그리고 몸체에 섬세한 선조의 무늬가 시문되거나 사각형의 이질적인 공간을 배치하고 그 안에 계단 등을 넣어두는데서 약간의 변화를 수반하는 수식과 의도적인 표현을 읽게 된다.

 그의 작업들은 목, 어깨, 그리고 뚜껑이라는 도자기물의 기본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릇으로서의 용도는 없는 것 같다. 하나의 입체적 구조와 구조를 수식하고 있는 모양과 재질감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표현세계로 유인하는 도조에 가깝다. 가깝다는 것은 도조라기도 그릇이라기도 애매한 경계에 그의 작업이 있기 때문이다. 그릇으로서의 분명한 용도도 아니고 그릇을 부정하고 표현위주의 도조나 실험성을 보이는 것도 아닌데서 오는 판단이다. 그것은 애매함으로 불분명한 작가적 태도를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점에서 이 작가의 독특한 의지를 찾아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중간하게 양다리를 걸친 것이 아니라 그 경계의 불분명함을 그 자신의 세계로 만들고자 하는 수구와 혁신의 절묘한 조화를 꿈꾸고 있는 것이 의지로 보이기에 그렇다.

 그릇에서 벗어나기보다 그릇의 구조 안에서, 그릇의 특성 안에서 그가 꿈꾸는 것은 한계안에서 한계를 벗어나려는 의지이다. 문양과 계단, 얽힌 실타래를 보이는 내부의 갈등과 솟대로 솟아오르는 안간힘이라는 상승이미지에의 매료가 그를 사로잡고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의 작업은 현실과 꿈이라는 이중적인 심리상태를 그릇이라는 보수적인 속성과 심미감을 원용하는 상태에서 이루려고 하는 것 같다.

 그의 작업은 이미 그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기형을 바탕으로 재시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기 자신을 텍스트로 만들고 다시 간텍스트화하는 해체의 일단을 보여준다. 그릇이라는 구조를 일차적인 성형으로 하고, 그 성형에 변화를 줌으로 해석의 가능성을 보인다. 그런 다음 그는 그가 만든 일차적인 형상, 말하자면 사다리꼴의 입방체를 판형작업을 통하여 성형하고 사각의 각을 죽이면서 위가 좁은 상승적 운동세를 갖는 기형으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목과 입이라는 중간에서 잠시 운동감을 머뭇거리게 하고는 곧바로 솟대라는 전통적인 정서를 배치함으로 급격한 운동감을 가미해서 완강한 사각의 정체감에서 벗어나고 작품 전체가 경쾌한 상승이미지로 전이된다. 그 상승이미지는 몸통 안의 문양들에 의해 한층 강조되게 된다. 주로 구름이나 산이라는 자연소재를 선화함으로, 상승적 이미지를 가중시킨다. 선화하는 과정에서 직선보다 곡선으로 해석함으로 사각입체의 완강함이 도리어 부드러운 힘의 근원이 되어주고 있다. 구름과 산이라는 소재도 대비적인 효과를 준다. 산이 주는 완강한 현실적 이미지와 구름이라는 부드러움과 하늘이라는 비현실적인 상징성의 만남은 마치 사각의 입방체와 상승의 솟대라는 이미지의 대칭으로 대위법적 구조가 층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산이라는 현실적인 이미지는 계단이라는 인위적인 문양이랄까 표현을 부가하면서 작품 전체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계단은 상승과 하강의 통로로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진 상승의 욕구를 나타내기도 하고, 미로로부터 탈출하는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말하자면 산과 계단과 솟대라는 소재들이 다들 새로운 소식, 승천, 저쪽 세상의 소식을 간구하는 의지와 현실을 벗어나려는 것으로 요약되는 것들이다. 이는 그의 작품이 가진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 옹기기법의 판장질을 통해 형상을 쌓아올려 가는 기법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재료와 방법은 항상 작품의 내용과 작가의 기질과 연관되는 것이라면 그의 방법과 소재는 그를 가장 잘 나타내주기 때문이다. 계단 주위의 실타래같은 것은 상승하는 것에 따르는 견재나 거부, 방해, 갈등 따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타래같은 얽힌 현실 상황을 벗어나려는 의지가 바로 그의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의미라면 산이나 구름, 솟대, 계단 등은 이런 의미를 이루는 명확한 것들에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깨 조금 아래 달린 귀도 이런 상승이미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나게 한다.

 그러나 이런 작품 의미읽기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그의 작품 전반을 감싸고 있는 장식성이다.

 장식성은 때로 작품을 친근하게 만들고, 의미를 이해하는 좋은 통로로도 기능을 하지만 의미 자체를 상투화시키거나 왜소화시킨다. 그리고 새로운 의미 창출보다 이미 있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표현하고자하는 의지를 은폐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그가 기존하는 그릇의 형상이나 미감을 원용하는 것은 좋은 의도이긴 하지만 그것이 친근한 만큼 새롭지 않을 수 있으며, 일반적인 소재가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게도 하지만 다른 작가들과의 변별성을 확인할 수 없게도 한다는 것을 새삼 새겨야 할 것이다. 현실에의 갈등과 그것을 극복하거나 새롭게 해석하기는 그가 쓰고 있는 소재나 표현기법이 아무래도 그의 의지를 다받아내고 있거나 효과적으로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떨치기 쉽지 않다. 그것은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이나 노력이 손해보고 있다는 것이다. 단조롭고 간명할수록 작품에 나타나는 의미는 날카로워야 한다는 것이 식상한 지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강 선 학 (미술평론가)     

솟대-희망의 날들Ⅱ, 435×230×1010 (조합토+색소지+흑유+노랑매트+D유)

솟대-상승Ⅱ, 300×290×690 (조합토+흑유+노랑매트+D유)

솟대들의 행진

솟대-걸어서 끝까지Ⅰ, 430×240×900 (조합토+색소지+흑유+노랑매트+D유)

무제, 440×225×1000 (조합토+색소지+흑유+노랑매트+D유)

솟대-힘Ⅱ, 340×160×785 (조합토+노랑매트+흑유+D유+안료)

솟대-희망의 날들Ⅲ, 435×240×930 (조합토+노랑매트+흑유+D유+주적유+투명유)

솟대-상승Ⅵ, 220×200×510 (조합토+크롬+투명유+흑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