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작가의 작품과정을 계속 지켜 보아온 필자로서는, 이번 네 번째 개인전을 통해서도 역시 그 동안 꾸준히 고수해온 작가 특유의 세계와 한편으로는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에 일단은 공감을 표하고 싶다.

  한영실씨의 작품은 구상성을 띤 조각과 오브제와의 결합으로 우선은 재료와 형태면에 있어서의 고전적이면서도 아방가르드한, 즉 형식과 내용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두 경향에 있어서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어떤 모종의 화음을 조성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또한 작가의 심리적인 면과 종교적인 면과의 대비, 조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조의 아이러니로 보여진다.

  그 이유는 우선 첫 번째로는 재료 사용 면에 있어서의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통일성을 주는데 이것은 아마도 유리. 합성수지 등의 다른 재료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로 하는 흙의 사용, 즉 우리의 정서에 가장 맞는 원초적인 재료의 사용으로 굽고, 채색하고, 또 굽고 하는 전통 도예기법을 이용한데서 오는 재질감이 다른 재료들까지도 수용, 다양성 속에서도 어떤 통일감으로 보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형태면에 있어서 구상적인 형태와 때로는 전혀 다른 오브제의 사용으로 파격적인 리듬의 단절을 야기 시키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구상의 영역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마도 형태자체 내에서 발산하는 강한 구상성이 추상적 요소조차도 마치 작가의 고유한 기법처럼 녹여버리는 힘으로 창출 되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번 작품전에서는 작가의 끊임없는 철학적인 질문에의 추구, 즉 존재와 우주와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갈증을 이제는 더 이상 외부로에의 탈출·절망이 아닌 일상의 삶 속에서의 잔잔한 기억과 편린들을 통해서 스스로 젖어든 작은 깨달음들을 엮어본 자서전적 성격을 띤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전체적인 테마속에서도 작은 몇 개의 소 주제를 선택, 각가 네 개의 전시실로 나뉘어 구성되어져 있는데, 이러한 작가의 방황·고뇌의 흔적들이 앞에서 이미 언급한대로 두 가지 방향으로 표현된 것처럼 보여지는데 하나는 절대자에로의 갈구 혹은 본질과 존재로의 추구가 그것이다. 이것은 마치 첫 번째 방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한번은 걸러지고 다듬어진 수용과 인내로서의 자기 삭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하나는 심리적인 면에서 바라볼 때의 표현 방법인데 여성으로서, 작가로서의 이중 필터를 통해 때로는 용출 된 진솔함으로, 또한 명상과 포용으로서 감싸안은 성숙함으로의 전이를 보여주고자 한 작가의 진지함에 감히 앞으로 또 다른 발전을 기대해보고자 한다.

  필자의 욕심이라면 이러한 분출과 냉각의 방황이 또 한 번의 담금질을 통해 다음 번에는 더욱더 절제되고 농축된 에센스(Essence)를 보고자 함은 지나친 바램일지도 모른다.

김 수 현(미술사가)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  H300cm Installation  1996 Acryl, wood, miximedia

바람이 이는날  164×30×40cm  clay

마음의 잔상  Installation  1996  clay, F.R.P, miximedia

위로부터의 계시  180×40×30cm  1996  clay

발굴-回歸  cla  154×30×34cm  1996  clay

산이되고 싶었던-싶은-싶을 Installation  1996  clay

두사람 또는 한사람  180×35×37cm  1996  c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