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대화

 1991년 그의 1회 전시회의 작품들의 제목은 자연과의 대화였고, 이후에도 그의 관심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는 주제에 걸맞게 나무 밑둥부분, 혹은 집적된 나무 기둥들에서 형태적 요소들을 따와서 작업했다. 1993년 2회展 에서는 단순한 형태를 복잡하게 진행시켰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일방적으로 자연과 대화하자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자연과 동등한 입장에서 '인간과 자연의 어우어짐 ' 이라 제목했다. 단순한 나무기둥의 변형에 그쳤던 형상도 어울림을 목표로 하여 발달 되었다. 그의 작품은 한 뿌리에서 나서 줄기로 갈라지고, 위로 올라가서 어깨동무로 다시 만나고, 혹은 다른 뿌리에서 나와서도 위에서 모두 함께 만나는 공동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둥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기둥 곳곳엔 여러 개의 구멍이 입처럼 , 귀처럼, 눈처럼 비죽이 외부로 둥글게 열러서 서로 공명하는 듯 혹은 대화하는 듯 하기도 하며, 어떤 작품은 아이들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듯하기도 하다. 1994년 3회 에서도 동일한 주제의 작품들이 선보였는데 형태에서 커다란 변화를 보인다. 비죽 나온 둥근 구멍들이 막혀서 ,마치 가지를 잘라낸 옹이들처럼 보이는 것, 다수의 옹이들이 모여서 보다 복잡한 모양을 이루는 점, 나무보다 옹이가 주가 되는 점이 두드러지며, 이로부터 모방된 나무를 탈피하고 창조된 조형물이 되는 것이다.

 이번 전람회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나무줄기가 모두 옹이가 된 것 같은 둥그런 옹이들의 집합체를 기본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독특한 방사구체들은 다시 모여서 나무기둥을 이루기도 하고, 둥글게 원을 그리기도 한다. 이 방사구체들은 다시 입을 열고 , 서로 하나 둘 쯤은 연결되는 모양으로 발전하고 이 연결된 입들은 길게 뻗어나와 방사구체들간의 간격을 멀리하며, 그래서 마치 서로 손을 뻗어 붙들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마치 강강수월래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귀결되었다. 이처럼 간단한 나무의 모방에서 시작된 그의 조형은 방사형구체에 도달하였고, 그래서 유경상마의 것이 된 이기본 단위는 이제 독특한 조형물들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 모든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고 지속되는 것은, 그래서 이 다양한 형상들은 하나의 가족으로 묶어주는 것은 생명혁과 화홥을 바탕으로 한 "대화" 라는 것이다. 자연과의 대화, 인간과 인간의 대화, 나무와 나무의 대화, 조형 요소와 조형요소의 대화 그어떤 말도 어울릴 만큼 그의 작품은 상호 소통적이고, 융화적이다. 그의 방사형 구체는 무한 증식하여 장관을 연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2미터x2미터x1미터 입방체의 크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도예가 갖는 기법과 재료적 한계 때문이다.

 그는 이형상을 흙가래를 만들어 돌려 쌓아가는 코일링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형태의 구조가 좋다 해도 흙 자체의 무게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세워진 작품도 제작할 때는 눕혀서 넓이로 제작해야 한다.  그것도 우성 반쪽을 먼저 만들고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굳은 다음 뒤집어 놓고 나머지 반쪽을 그 위에 붙여 형성하여야 하니 그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다. 또한 소성 가마의 크기도 제한적 요소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작의 단위 크기는 120x120 정도 이다. 유경상은 옹기토를 고집한다. 고밀도이고 경도가 높은 도자기코 보다는 옹기토가 민속적일 것이라는 신념 때문인 듯하다. 모래성분이 많고 구멍이 많은 이 옹기토는 1160 ℃정도에서 구워지며, 이것으로 만들어진 항아리는 숨을 쉰다고 한다. 그래서 발효 식품을 담는 용기로 필수적이며, 발효식품이 유난히 발달한 우리나라의 장독대는 이 항아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편 옹기토는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소성온도를 조절하면 적색부터 흑색까지 다양한 토운의 변화를 얻을 수 있어 그동안 그 다양한 토운 변화를 보여 주었는데 이번 전람회에는 유약과 색채까지 더해진 작품들이 선보인다.

 유경상의 작품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런데 살아 움직이고 스스로 변모하는 능력을 가진 듯한 유기체 모양의 방사형 구체들은 이합집산 하면서 다양한 형상과 공간을 이룬다. 열린 입과 귀와 눈을 가진 흐느적 거리는 생명체를 연상시켜 초현실적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다시 나무를 연상시키는 형상으로 돌아오는 듯하다. 열린 입들이 다시 닫히고 , 나무 껍질처럼 문양이 들어가고 매우 적절한 조합을 찾아가고 있다. 도판에서 보이듯 이 개개의 작품들은 동아줄로 연결되고, 혹은 연결되지 않아도 서로 포용하는 공간과 형상으로 하나가 되어 주변환경과 친화적인 전체를 이루고 있다. 유경상은 도예의 통상적인 개념을 깨고 그릇을 넘어 흙으로 구워 만든 조각품을 만들었고, 이에 다시 한걸음 더 나아가 환경조각의 세계로 발을 넓히고 있다.

                                                오 병 욱  (미술 평론가)    

움직임과 끌어당김의 미학

 창조란 예술가에게 무거운 짐이기도 하지만 그지없는 희열이기도 하다. 어쩌면 스스로 거부하지 못하는 예술적 사유의 분출 속에 갇힌 존재가 예술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업 결과물인 작품을 보는 독자(관객)의 자리는 고통의 공유보다는 희열과 성취감의 공유라는 점에서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이번 유경상의 개인적 작품들을 보는 나의 시선은 관객이 누릴 수 있는 그 모든 미적 희열과 성취감의 교류를 열망하였다. 그의 賭租(도조) 작품은 흙과 불이라는 소재적 요인을 바탕에 깔고있으면서도 기존의 도예 작품들이 지니는 용기나 장식품으로서의 도예 개념을 뛰어 넘어 환경조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강한 실험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흙을 가지고 구워낸 조형물'로 이해되어야 하고, 자유로운 연상이 가능하도록 이미지들(혹은 심상들 ) 앞에 자기를 개방할 때 작가의 주제를 끌어안게 된다. 작가의 작업의도는 그의 말대로 [인간의 생명,그뿌리]를 중심으로 전개 되었음을 알 수 있지만 ,내 앞에 드러난 형상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역동적이어서 몇 개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일이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유경상의 예전 작품을(예컨대 제2회 도예전 작품)에서 볼 수 있는바 심장이나 혈관을 연상시키는 생물학적 상상력의 풍부함의 연장선에서, 이번 도예전의 작품들은 더욱 역동적이고 치밀한 생명의 유기적 조직과 운동 형상의 구현으로 나아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떤 작품은 거대한 화환의 형상으로 다가와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다른 작품은 역동적 에너지의 흐름을 내부에 지니면서 사면팔방으로 꿈틀거리기도 한다.

식물의 뿌리를 보았을 때 그 형상은 정지되어 있는 것으로 얼핏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무수한 원자적 운동의 집합체로서 그 생명적 기능을 웅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유경상의 작품음 움직임과 끌어당김으로 나를 매혹한다. 원기왕성한 동물의 진행이나 꿈틀거림에서 볼 수 있는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협동의 연결고리로서 인간들이 만드는 놀이인 강강술래를 연상시키는 작품도 볼 수 있었다. 강강술래 놀이를 할때 둥글게 원을 그리다가 한쪽에서 끌어당기면서 다른 대형으로 나아가는 동작이 변화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에너지의 충만과 희열을 느끼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미적 체험과 연상이 가능하려면 그 바탕에 사랑의 힘과 포옹이라는 성숙한 관계를 성취하는 정신과 능력이 요구되는데, 유경상의 작업은 이를 수용하기에 넉넉한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창조작업이 정지태가 아니라 운동태로서 개별 작품들에 구현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보니 기쁨은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현대적 감수성으로서 단단하고 조직적인 예술적 사유를 바탕에 깔고 있으니 든든하기도 하다. 애매모호한 개념이나 추상적 범위만을 가지고 거대한 생명의 뿌리를 캐어보려는 것이 아니라 심장기관이나 피를, 뼈의 단면조직 등등 미세한 부분의 유기적 결합을 통하여 중심에서 각 부분으로 나아가고, 각 부분에서 중심으로 모이는 생명 전체의 역동성과 에너지의 집적을 보여 주고  있다.

 작가의 의도는 적절한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그 발견과 성취를 함께 기뻐해야 한다. 예술가의 작업은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사회와 대중들에게 미적 향수의 혜택을 베푼다는 데에서 그의 위치는 확고하다. 유경상의 작품은 이를 감내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박 환 용 (희곡작가 / 백제 예술대 교수)    

화합 2, 480*1000(mm)

인간의 평화, 600*750*400

자연과 어우러짐 2, 1090*600*240

인간의 모습 2, 800*500*250

자연의 힘 1, 600*400*200

인간의 본능 1, 890*58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