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분청 - 그 의미와 관계

박동엽 도예전에 부쳐

인간과 함께하는 많은 물건들은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다가 불필요에 의해 그 물건은 사라져 간다. 생명의 탄생과 소명이 존재했던 물건들 중에서 아직까지 우리의 생활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 것이 바로 도자기이다. 도자기의 쓰임새가 시대와 사회에 따라 점차 그 사용 영역을 넓혀 왔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서, 과학에서, 산업에서 현대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예술장르로 그 활동영역을 확장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더하여, 특히나 우리의 도자기 역사를 말할때면 무한한 자긍심이 첨부되어 하나의 신화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맥락을 가진다. 과거의 청자가 그렇고 , 분청과 백자가 그렇다. 그러나 현대도예라는 영역에서 우리의 화려한 신화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늘의 다양한 욕구화 현상들 속에서 현대도예라는 장르는 과연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심각한 고민에 처해 있는 것이다. 현대도예, 과연 이 시대와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와 관계로 존재하는 것일까. 구심점없이 다분화된 사회의 심각한 의식분열증을 보여주는 오늘의 시대구조속에서 현대 도예는 존재적, 역사적 가치에 대한 심한 회의감에 쌓여있다. 이러한 회의는 과거 도자역사의 지나친 신화에 대한 맹신에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도자기의 고유한 영역은 산업 도자기로 대체되면서 점차 영역은 좁아져 왔다. 한편으로는 현대도예라는 명명으로 작가의 개인의식의 반영과 도자자체의 조형에 심취하면서 보편적인 도예의미는 변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도자에 대한 의식의 궤도 와는 다른 궤도를 그리게 된 것이다. 따라의 인식의 궤를 이탈하여 변화를 시켰다면 변화의 주체와 주체가 지향하는 중심, 즉 변화의 방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그 변화의 방향을 감지하지 못했고 한편으로는 그러한 노력도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소위 현대 도예가들은 정체성 부재속에서 오는 상실감을 맛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동엽은 이러한 문제점을 분청 제작에 전력을 다함으로써 그 상실감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는 이 시대에 왜 분청을 만들고 있을까, 다른 어떤 무엇은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표현했을 때, 그는 분청이 가지는 자유분방한 형태와 색에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분청을 편안하게 대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분청에 달려들었고 거기에는 분명히 자신이 미쳐 깨닫지 못하는 무엇이 존재하리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무던히도 많은 분청을 만든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특별한 목표나 의도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무엇인가 체득 될 때까지 만들고 또 만든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다. 오로지 왕성한 제작의지만을  가질 뿐이다. 그래서 왕성한 제작의지로 인하여 그가 제작하는 분청은 크기가 훨씬 커졌는지도 모른다.

분청과 박동엽 사이의 의미는 그래서 아직 미완성이다. 그가 말했듯이 끊임없이 제작에 임할 뿐이며, 분청이 가지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진한 애정을 가질 뿐이다.  그러면 분청은 오늘에 있어서 어떠한 존재의미를 가질 수 있는 가를 작가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작가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가 분청을 제작하는 한은 그렇다.

 이러한 모든 의미함은 작가와 오늘날의 관계, 미래와의 관계, 감상자 와의 관계, 더 확대한다면 작가와 세계와의 관계라는 것으로 확대 진전되어야 하는 것이다. 작가와 시대는 분리된 세계가 아닌 서로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작용과 반작용의 관계이다. 따라서 작가자신의 행위가 빗어내는 결과들과 오늘의 현상들과 어떠한 관계속에 있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관계는 미래의 현상들과도 오늘의 행위결과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시대의 사고를 여행하든 혹은 시대상에 대한 고발이든 그것은 미래와의 관계속에서 파악된 것이다. 감상자 , 즉 작가의 결과물을 보고 느끼게 하는 해석자들 역시 이러한 시간 속에서 생성되는 관계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박동엽은 이제 많은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그만의 작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그의 작업은 과게에도 변화를 가지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변하여 갈 것이다. 그 변화가 어떻게 변하여 갈지는 작가 자신도 잘 모르는 일이므로 섣불리 속단하거나 예측은 불가하다. 그 변화의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불확실 하기 때문이다. 가치 기준, 혹은 평가기준 자체가 규정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가 만드는 분청 들을 들여다 보면 작가적인 괴로움, 머릿속에 혼란을 주기보다는 분청 이라는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임창섭 (미술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