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흙과 싸움을 하듯이 일을 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싸움은 싸우고자 하는 대상을 파악하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들은 싸우고자 하는 상대보다는 싸움 그자체에 몰입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흙이라는 재료는  싸움을 하듯 격렬하게 다룰 수 있는 재료가 아니라 애정을 갖고 부드럽게 다루어야 흙만이 지니는 표정과 재질감을 표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보다는 노동의 나름함과 알 수 없는 큰 덩어리들이 주는 포만감에 빠져 무엇인가 이루워 놓은 듯한 착각에 사로잡혀 정작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핵심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다루는 재료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김선미의 작업은 작업 그 자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또 그것들이 우리의 생활과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인가라는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그녀의 작업이 흙을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작업을 지켜볼 만하다.

 흙을 타래를 틀어 쌓아 올리고 넓은 판을 밀어 덮어 가는 극히 단조로운 발상은 겉모습이 지니는 단조로움 못지 않게 자기가 다루는 재료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투명한 사고의 표현으로 근자의 자기 과시적이고 기형적인 경향의 작업들 속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흙을 다루는 기본적인 자세(근본)에 대한 진지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1997년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의 끝에 

                                                            도예가 이 수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