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상태의 흙을 매체로한 변형성을 활용하여, 조형적이며 기하학적인 형태로 만들어진그릇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시켜 주고 있다. 이렇듯 도자기의 큰 매력은 자연을 재료로 한 그 아름다움이 우리 곁에 존재할 수 있으며 생활 속에 도자기를 통하여 삭막한 도시공간에의 삶과 답답한 생활공간에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도예품을 제작하는 것은 작가 내면에 내재된 주관적 철학과 자의식으 표현이다. 잠재영역에서 출발한 간결하고 절제된 자의식의 언어는 자신의 매시지를 담게 된다. 네 번째 개인전을 갖는 작가 류정현은 그동안 인체의 형상을 표현하였으며 도예가로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해온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그릇의 형태를 이용하여 자아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금번 전시회에 그릇을 보이게 된 것은 아름다운 그릇이 쓰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서 착안하여 도자기 그릇들을 통해 느껴지는 자연과의 친밀감은 조형적.기하학적 형태로는 표현될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감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기능성과 미적 감각의 조화를 지녀 작지만 쓰임새 있는 생활용기의 내재된 아름다움이 보는 이를 신선하게 자극하고 있다.

수많은 공예품 속에 살아 숨쉬는 전통적인 형태와 문양등을 이용하여 제작된 반상기류, 접시류, 다기류, 주전자 등은 새롭게 변화되어 원형에서 출발하여 사각, 팔각 등의 다양한 형태로 다채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전통에 의한 현대적인 감각미가 낳은 다양한 형태 및 장식이 부드러운 색감으로 입혀진 유약의 발색으로 담기는 음식에 정성이 깃들여 보이도록 노력한 배려가 특히 돋보인다.

반상기(뚜껑 있는 공기, 국그릇)와 면류그릇, 주전자 등은 물레성형으로 제작하여 분장점토를 칠하여 문양을 표현하였고, 원형접시·사각·팔각접시는 적당한 두께의 흙판을 제작하 후, 각 크기별로 돌출형 석고를 이용하여 성형하였으며 분장점토를 칠한 것, 그리고 칠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각기 다른 유약과 문양으로 채색과 장식을 하였다. 이 그릇들은 소성시에 회백색 태토색의 색자소지를 사용하여 소량 함유된 철분의 영향으로 장식이나 문양이 밝게 느껴지도록 하였으며 철이 함유된 결정유, 철유, 회녹색의 청자유, 눈꽃색의 결절유 등을 이용함으로써 단아하고 절제된 형태미를 완성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통하여 공방도예의 새로운 변화와 인간 생활속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고 보겠다.

이헌국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학부장,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