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난해한 구조만큼이나 현대도예도 복잡 다양하다. 단순히 흙을 구워 그릇을 만든 것이 아닌 예술적 조형성이 뛰어난 작품으로서의 도예는 더욱이 찾아보기 힘드는 일이다. 동양에서의 예술은 정신적, 인격적 가치추구를 의미하는 예(藝)와 기술적 가치추구를 의미하는 술(術)의 적절한 조화, 말하자면 중용의 미학이 하나의 품(品)을 형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술이 기능위주, 실용위주로 나가거나, 도예의 범위를 벗어난 타 장르와의 이중교배를 시도하는 오늘날의 도예에 경종을 울리는 경구이다. 김현식의 작품은 철저하게 한국적 자연성의 탐구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그의 도자는 국적이 불분명한 이국적 향기를 부여하거나 다이나믹한 형태를 이루지 않는다. 작품 특유의 둥글고 투박하고 모난 듯한 형태가 한국의 야산과 들 그리고 잊혀진 유물들의 고귀한 숨결을 느끼게 한다. 최근 그가 즐겨 다루는 구름, 꽃, 제기, 목어 등은 한국성을 찾으려는 일군의 소재중심의 작가에게서도 볼 수 있지만 김현식의 작품은 진부한 소재 찾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선 형식면에서 보자면 구름 위에 성형된 구조물을 통하여 한국적 자연에 깃든 설화 혹은 민간신앙에 근거한 자연숭배사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자연적 미감은 선과 형태로 이어져 우아한 곡선미로 연결된다. 또한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바르고 닦고의 연속과정속에서 김현식 고유의 마티에르효과가 나타나고 이것이 회화적 풍부함을 유도한다. 계획되고 축량된 수량의 단위가 아닌 무량의 범주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그의 작품에서 가장 눈 여겨 볼 수 있는 것은 도기의 색이다. 차분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쑥색의 느낌을 주는 자연스러운 색이다. 이것은 작품 <구름의 연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비취색도 아니고 옥색도 아닌 김현식의 도자색은 바르고 문지른 회화적 묘법에다 음각으로 처리된 표면의 마감이 엷고 두터운 유약처리와 어우러져 신비감을 머금고 있다.
 
내용면에서 보자면 김현식의 도예제작 방법자체가 또 다른 도자 예술을 추구하고 있다. '93년 이후 두 번째의 개인전을 갖는 이번 전시에 회화적 방법을 도입함은 물론 초벌구이 때 불의 온도조절과 표면의 유약처리가 다양한 방법으로 연출된다. 흙과 불과의 만남에 회화적인 연결이 주어진다. 그림을 그리듯 자연스레 연결되는 이 과정을 통하여 김현식은 한동안 방황하는 한국적 도기의 맛을 찾으려 한다.

이것은 또한 작가의 지고한 예술적 심성에서 비롯된 것인데 한국적 도예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김현식의 도예적 기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기도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추구하는 유선형의 선과 구조물간의 긴밀한 공간미학은 긴장과 대립의 카오스적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과 안식으로 이어지는 평화와 사랑의 본질적 의미가 농축되어 있다.

김현식의 작품을 통하여 현대미술의 도예작품이 어떠한 방법론적 서술이나 기교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김현식이 나타내고자 하는 토속적인 자연의 이미지, 이와 결부된 선과 공간을 통한 새로운 한국적 자연성의 창출은 단순히 만든다 또는 발견한다의 의미를 넘어 한국적 미적 공통감을 찾으려는 자신만의 예술의지로 보아야 할 것이며 그의 부단한 노력이 이번 작품에 실천되어 있는 것이다.

이 유 상 / 미술평론가



그리움이 남긴 샘물 33×16×37㎝

꿈을 꾸는 마음 39×10×22㎝

구름의 연가 24×16×35㎝

하늘로 간 그리움 27×14×36㎝

목마른 이야기 17×9×35㎝

기도의 샘물 28×16×30㎝

기도일기 22×22×30㎝

하늘빛 향기 53×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