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다' 라는 주제의 도자 조각들- 이현주의 도자작업들을 보며

어떤 작가들에게 예술은 예술계와 예술사를 의미한다. 물론 본인이 의식하건 안하건 관계없이 예술의 창조적 모든 가치가 예술사에서의 이슈와 관념, 개성의 인정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된다. 대학의 예술교육이 배출하는 예술관은 이를 반복, 생산하는 메카니즘이다. 하지만 어떤 작가들에게 있어 예술은 인생과 직결되는 어떤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식의 장으로서 역할을 한다. 이현주의 작품을 보면서 내가 우선적으로 느낀 것들은 이런 생각들이었다. 이 생각들은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처음 느낀 것은 아니고 작가들을 만날 때면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었다.

예술을 삶의 일종인 위로이거나 고통으로서의 망각으로 생각하며,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사실 예술사의 자취를 훑어볼 때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무제는 기실 예술이 아직도 인생의 문제를 그 속에 쏟아 부어도 좋을 만큼의 어떤 무구한 정서의 희망봉이 될 수 있는가 하는 회의가 오늘날에 와서는 점점 더 커져 간다는 것에 있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현주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나의 관심은 또 하나의 과제를 안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다다' 라는 작품 주제에서 보듯 그녀는 상당한 기간동안 삶의 어떤 이름 없는 고통이란 관념에 이끌려온 것 같다. 작가 자신이 여성이기에 이런 유의 고통은 여성적인 이미지로 표현되는데, 그녀 자신의 해석에 의하면 그러나 삶의 고통이란 문제는 여성적인 것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적인 것으로서도 존재하는데 단지 그녀는 남성적인 것보다는 여성적인 것을 잘 알 수 있기에, 여성적인 이미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현주의 도자조각 이미지들(유리조각을 포함한)은 몇 가지 점에서 이미지상의 분명한 문화적 경계를 의식한 이미지들로 보인다. 그녀는 분명 한국적인 여성이미지를 잡아내려고 한다. 한국적 이미지의 차용이라는 점에서 '아다다' 라는 여성상을 모델로 한 셈인데, 아다다는 고통을 인내하는 한국적 대중적인 여성상의 모습을 띈다. 그리고 삶의 어떤 뿌리 없는 심연과도 같은 슬픔을 희생과 포용의 정서로 대하는 태도를 형상화하고자 하는 점에서 그녀의 여성이미지는 종교적 바탕을 깔고 있다. 하지만 그녀와 종교는 '아다다'에서처럼 한국적인 서민종교, 즉 대중의 부처 혹은 마리아와 같은 면모를 지닌다. 이 점이 그녀의 작품세계가 지니고 있는 세 번째 경계이다. 세 번째 경계는 어쩌면 그녀가 의식하고 있는 지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에서처럼 그녀는 인생의 어떤 무구한 상태를 꿈꾸지만 이를 불가능한 존재의 안개처럼 대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와 같은 그녀의 정서가 대중종교가 지닌 기본정서에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해석은 가능해진다.

이현주는 작업을 할 때면 모든 마음속의 힘든 상태를 잊어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냥 잊어버릴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렇게 작품이 나오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태를 해방된 어떤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것 같다. 예술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는가. 그 '어떻게' 는 명확히 규정할 순 없다 할지라도 그런 일이 예술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보다 더 문제는 창작과정에서의 상황만이 아니다. 그녀는 이런 과정의 산물인 자신의 작품세계를 걸고 예술계, 즉 미술계에 일종의 말을 걸고자 한다. '아다다' 가 계용묵의 문학사를 넘어 하나의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설 수 있고자 한다. 이렇게 말을 거는 행위가 전제되어서 정서의 해방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일단 말을 거는 행위는 일종의 사회적 행위이다. 예술창작행위는 개인적 고통에서 출발해 그 해방으로 결국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창출하게 해주는 행위이다.

이현주가 '아다다'를 매체로 하고자하는 발언의 궁극은 이와 같은 행위의 보상으로서 예술이 존재한다는 자기인식의 내용일 것이다. 그녀는 이와 같은 내용을 반복해 표현한다. 반복되는 형상에 누락, 반복되는 선들의 물결, 그리고 누락과 물결은 거의 매번, 그 흐름의 중심이 결국 자신의 내부, 그 마음 한가운데로 모여진다. 이와 같은 귀결은 동양적이다. 즉 전통적 동양의 여성들이 지닌 마음자세이다. 그녀가 극복한 것은 없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렸을 뿐이다. 그녀는 결국 예술적 소통을 통해 자기자신으로 되돌아왔다. 현재 있는 그대로의 자신세계를 확인했다. 자신의 마음을 이루고자하는 의지가 강렬한 만큼 작품은 형성성의 원리를 충실히 인내하고 인내의 표적은 자신의 마음이었다. 그런 만큼 그녀의 작품세계는 매우 사적인 공간을 표현하는 작품이 되고 있다. 예술은 원래 사적인 것이 아니던가. 사적인 것이 여러 사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예술적 해방원리의 기초일 것이다.

평 론 가 : 강 성 원



AH-DA-DA 견디다 보면... (Stand) 35×13×57 cm

AH-DA-DA G-98061 45×12×19

AH-DA-DA 그리움 (Longing) 49×21×46.5

AH-DA-DA 보살핌아래... (Shelter) 29×10×38/ 23.5×6×31

AH-DA-DA 잊기 어려운 순간들 (Memorable time), 65×22×69

AH-DA-DA 비애 (Sorrow) 73×2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