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숨겨진 선(線)을 찾아서...
요즈음 나는 3차원 공간에서의 나의 '선'에 대한 개념을 의심했고, 그것을 찾기 시작했다. 즉, 흙이라는 하나의 매체를 표현 수단으로 하여 조형의 기본 골격인 선을 찾아 작품을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물을 볼 때 선을 의식하기 전에 전체적인 形으로써의 의식이 선행된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자연스러운 시각현상 배제하고 공간 속에 숨겨진 선을 찾기 위해 모든 사문을 선의 개념으로 인식하기로 무의식 세계와 약속하였다. 나는 나만의 '선'을 항상 찾으려 했고 어느 순산 그 선의 자취를 찾았을 때 움직임의 현장에서 포착하여 영원히 굳어지게 했다. 말하자면 작품으로 표현하는 첫 번째 과정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 날의 내면 상태에 따라 지그재그로 표현되기도 하고 나선형이나 그물모양이 되기도 한다. 혹은, 그물이 일그러져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하고 굽이치는 곡선이 되기도 한다. 즉, 그 선들은 굵고 가는 것, 방향, 속도, 힘, 장단, 성김과 빽빽함, 굽힘과 폄 등, 나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기교를 부리며 무한한 감정표출을 가능케 하였다.

일련의 과정 속에 이루어진 나의 '선'들을 표면장식이나 형태에 부과적인 기능이 아닌, 선 자체가 형태를 이루는 독자적인 시각 대상이다. 그 선들은 윤곽 이상의 것을 암시하며 나의 미적 감각을 일깨워 주는 주인이 되어 주고, 점토와 함께 나와 작품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담당한다.



Searching for Line Ⅰ Slip-cast Porcelain, 320×240×40㎝, 1250°C, 1999

Searching for Line Ⅱ Slip-cast Porcelain, 180×150×35㎝, 1250°C, 1999

Searching for Line Ⅲ Slip-cast Porcelain, 65×140×30㎝, 1250°C, 1999

Searching for Line Ⅳ Slip-cast Porcelain, 140×85×30㎝, 1250°C, 1999

Searching for Line Ⅴ Slip-cast Porcelain, 145×200×50㎝, 1250°C, 1999

Searching for Line Ⅵ Slip-cast Porcelain, 120×125×58㎝, 1250°C, 1999

일상에서 무의식 가운데 끊임없이 인간의 삶은 진행되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자연의 심오한 세계는 시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알 수 없는 무한의 세상으로까지 넘나들게 한다. 이러한 가운데 예술가들은 미적 의식과 조형의지를 갖고 나름대로 그들 개인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대자연의 위대한 힘에서, 흔들리는 나뭇잎에서, 자라나는 생명체에서, 인간 삶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즉 모든 사물 하나하나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감성을 통해 그것들을 표현하며 환상적이고 개성 있는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기 위해 예술가들은 무난히 시도하고 몰두한다.

모든 형상의 기초이고 조형요소인 선은 대비, 통일, 균형 등으로 작가의 내면세계에 표현되며 쉼 없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위치나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곳으로나 무한한 곳까지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서, 약동하는 자연의 생명력과 생성되는 거대한 힘, 돌고 도는 윤회의 큰 뜻까지 느끼게 하고 대지의 보이지 않는 힘까지 상상하게 한다.

응집되었다가 분산되고 다시 여러 형상으로 순간에 포착되어 정지된 모습으로 갖추어져 운동의 영원성을 느끼게 한다. 직선, 곡선, 사선, 포물선들이 엉키다가 중첩되고 3차원 세계에서 점토의 물성과 만나 우리 시각을 멈추게 한다. 서로 다른 인간의 감성과 조형의식의 대화 속에서 정지된 영원한 형상들은 조형언어가 되어 속삭이고 있다. 빨려 들어가는 깊고 깊은 수심, 조용하고 잔잔한 시냇물의 느낌에서부터 다가오는 거대한 파도의 용솟음까지 그러한 물줄기들이 산산히 부서져 흩날리는 모습으로 변하여, 생명력을 싣고 사방으로 날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씨앗과 같은 숭고한 뜻을 담아 생성과 성장, 소멸을 반복한다. 이러한 자연의 생명력을 흙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조형언어의 깊은 사색에 빠지게 한다.

쉼 없이 움직이는 빛은 시시각각으로 정지되어 응집된 형상으로 다가와 전이되고, 변환되어 가득찬 삶의 환희로 승화되는 감정까지 전한다. 한 순간 찰라에 움직이던 힘이 형상으로 정지되어 착시에 의해서 무한한 공간인 사차원의 세계로 운동감은 지속되고 끝이 없는 심리적 현상의 변화와 돌고 도는 현실을 떠나 가상의 세계까지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