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예술을 '인간의 정신적인 욕구와 자연(흙, 불, 물, 광물질 등)의 조화로서 창조되어지는 예술작품이나 그 행위'라고 규정지을 때 오늘날의 현대도예는 공예적인 도자예술과 순수미술을 지향하는 조형도자예술로 구분 지울 수 있다. 그 표현에 있어서도 각각 조형성과 기능성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 이 두 가지 요소는 상반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이 두가지 요소를 다 충족 할 수 있는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작품들도 많이 볼 수 있다.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나의 작업도 이 두 가지 요소를 같이 만족하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한가지 더 욕심을 부려 우리 전통의 향기가 묻어 있는 선을 표현하고자 했다. 무엇이 우리 것이고 우리의 형태라고 구분 지을 수 는 없지만... 우연히 고궁을 거닐거나, 어쩌다 찾은 한적한 절간이나 허물어져 가는 낡은 시골집에서 왠지 모르게 친근감 있게 다가오면서 어디에서 많이 본듯한 낯설지 않은 우리의 물건들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찾아 보려했다.

나무로 된 함지박, 소여물통, 돌절구, 망가진 농기구의 형상... 이 모든 것들을 내 작업의 조형언어로 삼았다. 여기에는 어떤 정립된 이론이나 법칙 따위가 필요 없으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살아온 환경에서 우리가 느껴온 정서를 느낌으로서 즐거움과 향수를 가질 수 있음이 바로 우리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도자예술에 있어서 우리 것에 대한 모티브가 자칫 잘못하면 진부하고 복고적인 답습의 의미로 인식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악이라는 인식의 틀이 그렇듯이 '국악은 느리고 지루한 것'이라는 생각을 사물놀이에서는 우리의 소리가 맺고, 풀고, 밀고, 당기면서 음양질서와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의 응어리를 한껏 풀어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도자예술에 있어서도 우리 것에 대한 재해석과 새로운 것에 대한 왕성한 실험만이 자신의 예술영역을 넓혀 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 도자예술은 실생활 속에서 우리와 늘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된다.

아름다운 조형을 시각적으로 체험했을 때 즐거운 감흥을 느꼈다면 이 또한 도자기가 가지는 커다란 가능인 것이다. 또한 흙으로 빚어만든 그릇에 차를 마시고 음식을 담아 먹었을 때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용했다면 이 또한 도자기의 커다란 용도를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가진 정겨운 도자기를 나는 만들고 싶다.

세련됨보다는 질박하고 수더분함을, 날카로움보다는 부드러움을, 화려함보다는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발색을 가진 넉넉하고 정겨운 그런 우리의 도자기를.........

최남길




『古』- 자연에서 (∥)... THE Ancient - FROM THE NATURE.... 55×28×27(㎝) 재유. 브론즈. 흑단

『古』-풍요 (∥) THE Ancient - Wealth(∥) 35×21×35(㎝) 청자토. 코발트유. 망간유

『古』吉日(∥) THE Ancient - A Lucky Day(∥) 52×21×23(㎝) 재유, 흑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