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間의 歷史를 담은 三足器

-최정윤의 제1회 개인전에 부쳐 심정리(미술학 박사)

최정윤이 일련의 작가적 활동을 통해 창조해낸 도자기들의 미적 특징은 그 형태적 특징과 색감에 있어서 그가 내면의 의식 속에서 계속 실험하여 온 개인적 시간과의 접점을 나타내고자 한다는 것이다.

최정윤은 주로 굽을 원형으로 하는 기존의 도자기에서 벗어나서, 굽에 다리를 세 개 붙인 삼족기(三足器)를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다. 삼족기는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나라와 중국의 기원전 청동기 제기들에서 이미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서 '삼(三)'이라는 수는 한민족의 내면의식 속에서 완전함과 조화와 균형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정윤의 삼족기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에 이르는, 역사적 또는 개인적 시간의 흐름을 하나의 결정체로 상징화하여 보여주려는 작가적 의도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외향적 모습은 크게 두 가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선 자기의 자연적 형태에 대한 탐구는 유연한 곡선의 흐름으로 나타나며, 이것은 마치 인체의 곡선을 연상시킨다. 다른 하나는 제기의 형태를 띠고 있는 작품으로 이는 사람들의 기원과 염원을 담는 상징적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그 색감은 검은색이 속으로부터 묻어 나오는 심원한 녹색을 띠고 있는데, 이것은 유약(釉藥)작업의 강약을 통해서 창조된 것이다. 이러한 '녹색'의 색감은 심해(深海)의 영속성이나 우주의 영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고려 청자의 절제된 우아함 보다 좀더 인간적인 정취를 느끼게 하는 미티에르를 내재하며, 다른 한편 계절의 변화에 따라 소실돼버리는 '삼림의 녹색'과는 또 다른 영원성을 내포하는 듯하다. 또 다른 주류를 이루는 작품들은 시각적으로 철기의 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를 통해서 작가는 유수한 시간의 흐름으로 묻어 나오는 깊이를 창조하려는 듯하다.

최정윤의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그가 작품을 통해서 관람자를 대하는 태도이다. 최정윤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대상을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같이 호흡하고 삶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적 성향을 표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을 통해서 나타나는 최정윤의 일관된 열정과 실험정신에 찬사를 보내며, 새로운 밀레니엄에도 더욱 성숙되고 발전된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는 작가가 되리라 기대한다.


조합토, 동유 / 1280。C / 75×41×43㎝ / 1997 조합토, 동유 / 1280。C / 39×38×40㎝ / 1997

조합토, 동유 / 1280。C / 83×36×34㎝ / 1998 조합토, 동유 / 1260。C / 43×37×60㎝ / 1999

조합토, 철유, 백유 / 1260。C / 64×47×24㎝ / 1998 조합토, 동유 / 1280。C / 70×27×22㎝ / 1999

조합토, 동유 / 1240。C / 54×46×23㎝ / 1999 조합토, 적토 / 1260。C / 66×25×27㎝ / 1998

조합토, 동유 / 1240。C / 67×49×32㎝ / 1999 조합토, 적토 / 1260。C / 69×20×9㎝ /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