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Ⅲ 가상공간 100×70㎝

Pilastro primitivo (최초의 기둥) 아크릴, 종이 27×133㎝

Geometria (기하학) 도자 1230℃소성 84×84㎝

Signore e Signori (여러분) 도자, 1230℃, 19.5×19.5㎝

Formula 8 (규범 8) 스테인레스 스틸, 자동차 도료 40×47㎝



-過猶不反 알기 쉬운 조형들과 알 수 없는 기호들

공윤정의 작품에 관한 나의 거의 무지에 가깝다. 홍익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에서 5년여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개인전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그가 그동안 해 왔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도자 뿐 아니라 스테인레스, 아크릴, 섬유 등에 의한 입체작품과 평면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들과 방법론을 보고 새삼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감스러운 것은 그의 작업과 노력들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재주가 나에게는 없으며 다만 감상자의 입장에서 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다른 재료들에 의해 완성된 작품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문외한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따라서 그가 기울이고 있는 많은 부분들은 제외하고 도자 작품에서만 나름대로의 소감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그의 전반적인 성취를 엿보고자 한다. 어쨌든 그의 작품들은 보노라면 우선 심오하거나 복잡한 느낌의 것은 일체 없으며 대단히 정연하고 정돈된 인상이 먼저 다가온다. 도자 작품들에서도 우아하고 오묘한 그래서 원색적인고 기계적인 질서만 읽혀진다. 타일을 이용하여 기하학적으로 구상한 작품이나 접시와 같은 형태들은 다량으로 배열한 작품들은 이미 도자 또는 도예라고 하기에는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지극히 평면적이지만 강렬한 색채의 부가는 흙을 재료로만 하였을 뿐, 표현자체는 회화성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공윤정의 회화적 언어가 그만의 것은 아니며 이미 많은 작가들에 의해 시도되었고 또 검증에 검증을 거쳐 재시도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하나의 실험적 시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단언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가 구사하고 있는 색채들은 직접적 선별에 의해 프로세스를 통제하는 것과는 다른 진료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불의 세례를 받은 색들은 작가의 의도대로 구현되지 않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색에 대해 집착하는 것은 기존의 도예적 습속들은 완전히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이 발언코자하는 조형어법에 대한 방법론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일관은 그 자신이 도예가 또는 그 주변 장르의 작가라기 보다 총체적 시각문화제 작가로서의 위치에 서고자 하는데 기인한 듯하다. 따라서 스텐인레스나 아크릴, 섬유등을 소재로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있을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유로운 조형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중화도 유약이 뿜어내는 강렬한 색이나 스텐인레스의 차가운 질료성, 아크릴칼라에 의한 평면적 회화성 등은 일견 서로 다른 인상을 주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공윤정이 추구하는 하나의 소통코드로 집약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흙을 다루었다는 태생적 증거는 작품 ‘증식‘에서 잘 나타난다. 흙을 다루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체험한 건조전의 흙판이 갖는 물리적 특성을 이용한 그 작품은 여타의 작품들과 달리 신선한 제안으로 느껴진다. 흙판을 오려서 일부분을 휘거나 구부려 하나의 기호화시켜 배열한 이 작품은 숙련된 기술에 의해서라기 보다 저부조의 매력을 지난 또 다른 회화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알 수 없는 기호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공윤정이 발산하고자 하는 감성의 흐름을 한단계 침잠시키면서 작가로서의 분출요구를 여과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일관된 듯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상반된 의식이 혼재하는 공윤정의 작품들은 무어라 단언할 수 없는 것은 글쓴이의 무지도 그러려니와 그가 기울인 노력들이 너무 많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고사성어가 비유가 될지.......過猶不反
우관호(도예가)

-조각에 있어서의 동적 공간성에 대해

앞서 지나간 세기의 과학과 예술에 있어서 정복된 것 중의 한가지는 공간성의 개념에 관련된 것이다. 그것은 유클리드에서 뉴튼에 이르기까지의 전통을 이어받은 공간에 대한 모든 제한된 생각을 보여주면서 충분히 개혁된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정적이며 합리적으로 미리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인슈타인은 물체가 아닌, 끊이지 않는 변형이 존재하는 움직이는 공간 ― 시간의 차원에 대한 정의를 내림과 동시에 시간의 기본 요소로부터 공간을 불가분의 차원으로 소개하면서 이런 시간으로 최고의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나 20세기가 시작되는 같은 시기에 예술인, 시인 그리고 음악인들 역시 진동하는 마그마처럼 변화된 불안정을 소개하면서 공간성과 세속성의 자각과 동시에 시적이며 견고한 삶의 경험을 같은 결과로 직감하면서 그에 부응하게 된다. 우리는 상징주의, 입체파 미래파의 예술가들에 의해 얘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20세기의 아방가르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이미 인간성에 대한 불가피한 문화적 취득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 새롭게 바뀐 인식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을 수 없으며 바로 이 시간 기본적으로 가진 예술적 담화를 대면해야만 한다. 공윤정은 다 중심적이고 분쇄적이며 움직이는 공간성을 지각하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의 작업 안에서 창조된다. 변형된 가능성과 이차원적인 바탕위에 완료된 구성에 대한 엄격한 연구를 통해 점진적으로 답사하는 과정들을 보여주며 충분히 조각적인 설법의 열쇠를 가지고 계속해서 삼차원적 자격으로 투명됨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공윤정의 작업은 면과 넓이 그리고 교차하는 명확한 선, 또한 분해된 재단처럼 기하학적 분할을 싹 틔우는 구성들이다. 관찰자는 그의 계산된 형태의 마술을 답사하기 위해 함께 대면하고자 하는 욕구를 유인하며 분석적인 시선과 관심의 소용돌이 안에 빠져들게 하는 조형적 구성에 무관심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작품내부의 움직임은 먼저 얘기한 동적 다중심주의의 표현구성이 있음으로 해서 존재하지 않는 중심으로의 탐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순환될 수밖에 없는 춤처럼 생산되어져 주변만 맴돌게 되는 저항 할 수 없는 초대로 이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모순은 질적 측면에서 조각가나 움직임 면에서 만큼이나 매우 시적으로 작업에 반영된다. 그가 지난날 항상 함축시켜왔던 것처럼 예술가라는 어려운 작업을 유지해야 하는 엄격함과 탐색적 용기 그리고 인간성으로부터 생산된 예술적 과정의 산물이 이 작업들의 높은 표현적 quality이다. 왜냐하면 예술의 언어는 다양할 수 있으나 예술의 사상과 예술의 진실은 항상 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알피오 몬젤리
로마 국립 미술원 조각가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