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수의 첫 개인전에
조형은 형태이기 전에 의식이다. 보통 우리는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형태를 그저 눈으로 보며 마음으로 느낀다. 작가는 표현하고 보는 이는 느끼려 하기도 하고 그저 스치기도 한다. 조형, 무엇을 만들어 가는 일. 특히 도자 조형은 흙으로 아주 부드러운 느낌을 손끝으로 통해 촉촉이 닿아오는 촉감으로 느끼며 형태를 만들어 간다.

물기 젖어 있는 이 부드러움, 이 부드러움에 바람이 분다. 서서히 말라가며 굳어지며 단단하게 변한다. 그러나 이내 작은 충격에도 부서지며 다시 물 속으로 부드러운 흙으로 돌아간다. 반복하여 회전하는 물레 석에서 나선의 형태가 계속 이어지고 잘라지며... 기다린다. 바람이 다가오길 기다린다. 그 시간을 지켜본다. 이내 손끝에선 촉감으로 그 절단의 시각을 결정한다.

하나의 형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평면은 입체로 구체적인 모습들이 지수의 추억들이 먼지처럼 쌓여 있고 그녀의 작업실에 놓여 있는 여기저기 소품들을 지수가 버리지 못한 추억의 편린들이다.

먼 곳에서 어두운 밤길에 차를 몰며 달려가면 논두렁엔 볏 짚단이 여기저기 헤트라이트 불빛에 비쳐 사람처럼 서 있다가 지나가는 불빛과 동시에 사라진다. 마치 동화나라의 이상한 나라 엘리스처럼... 접시도 날아가고 주전자도 날아간다. 멀리 행성을 향하여 우주의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동화나라 이야기들, 때로는 전설 속에 나오는 민화의 꽃이 오징어로 표현되기도 하는 어린 아이들의 상상의 나라... Wonder Land?

우리 문화, 의식이 변하고 있는데 심지수는 복제적 전통이 아닌 자신의 이해와 표현으로 절집, 꽃 창살 속에서 만다라가 우주가 아닌 행성과 솜사탕 같은 어린아이가 그저 바라보는 꿈의 나라를 도자 조형으로 표현해 보고자 1년간 열심히 첫 개인전을 준비했다고 한다.

첫 개인전은 누구나 설레임으로 시작하는 작가로서의 첫 울음을 지수는 도자 조형을 통해 세상을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어린아이의 꿈과 자신의 추억을 표현한 것 같다.


2000.11 국민대학교 공예미술학과 교수 노 경 조



동상이몽Ⅰ 235×170×1390㎜

동상이몽Ⅲ 370×230×1245㎜

동상이몽Ⅱ 270×245×1490㎜

몽상Ⅶ 380×800×63㎜

몽상Ⅷ 480×100×550㎜

Diary each 250×250×100㎜

샘 630×310×290㎜

450×150×500㎜ 250×340㎜ 375×250×325㎜

500×420×130㎜ 460×260×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