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업실을 들를 때마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007가방과 여행용 가방이 덩그런히 놓여 있는 것에 시선이 끌리곤 하였다.
어느 날 여행가방에 대한 물음에 “삶이란 여행을 떠날 때와 같이 하나의 여행가방에 짐을 챙겨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마음 가짐으로 살아야하는 데요......” 그는 지난 8년간의 미국에서의 낯설지만 자유롭게 살았던 생활을 훌훌 털어버리고 돌아온 지금 유학중에 현지인 들이 이방인으로 그를 대하는 듯한 느낌을 다시 느끼게 하는 이곳의 낯선 감정과 무엇인가 보여주어야 할 것만 같이 강박관념처럼 쫓기는 자신의 심정에 대해 토로하였다. 그렇기에 여행 가방은 이번 전시의 주된 소재로 사용될 거라고. 여행으로부터 돌아온 지금 지나온 여행의 긴 터널로 그를 되돌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 영은미술관 학예팀장 조관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