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상 The Peak 44*59cm, 세인토, 2001
2. 정상 The Peak 45*54cm, 옹기토, 돌, 2001
3. 정상 The Peak 45*58cm, 세인토, 2001
4. 정상 The Peak 44*55cm, 옹기토, 돌, 1999
5. 정상 The Peak 45*55cm, 옹기토, 돌, 1999
6. 정상 The Peak 45*56cm, 옹기토, 돌, 1999
7. 정상 The Peak 44*58cm, 옹기토, 2001
8. 정상 The Peak 44*59cm, 옹기토, 2001
9. 정상 The Peak 40*52cm, Stoneware, 돌, 2001

1955 충남출생
1979 단국대학교 요업공예학과 졸업
1982 제1회 개인전(아랍 문화원)
1987 KANSAS CITY　ART INSTITUTE B.F.A
1991 제2회 개인전((Leedy Voulkos Gallery)
2000 제3회 개인전(아미아트 갤러리)

생물학적으로 수많은 정자들 중에 하나의 정자가 난자와 결합하여 생명이 탄생하듯이 새 생명들은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자의 목표를 향해서 힘차게 전진한다. 그리고 산과 돌과 눈과 꽃 이러한 자연적인 사물의 특성과 이치를 깨달으며, 산의 정상의 삶의 목표 또는 어떠한 것에 대한 경지로 표현하였다.

자연 및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의

모든 형태의 조형 예술은 자연이 그 원천이라고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다시말해 형태를 만든다는 의미로서의 조형이라는 행위 및 그를 이끌어가는 영감은 본질적으로 자연미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의 모든 의식활동은 경험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까닭인데, 그 어떤 형태의 인위적인 조형물일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자연으로부터 영향받게 되어있다. 인간의 삶이란 자연의 한 부분일 따름이기에 그렇다. 이린은 이러한 사실에 순응한다. 그의 조예작업은 어떻게하면 자연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수있는가를 강구하는데서 시작된다. 그에게 자연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보다 도 자연 깊숙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으로써 자연이 가지고 있는 조형의 비밀을 훔쳐낼 수 있기때문이다. 그는 이와같은 방법으로 자연미의 변주라는 독자적인 조형적인 형식에 이를 수 있었다. 자연미에 그 자신의 영감을 보태는 정도만으로도 전혀 새로운 조형의 신세계에 도달한 것이다. 최근에 이룩한 그의 도예세계는 전통적인 방법과는 전혀 다른관점에서 출발하고있다. 그렇다고해서 그릇으로서의 본래적인 개념에서 일탈하여 순수 조형성을 추구하고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는 도조러는 확대 해석된 조형 개념을 따르고 있다. 즉 현대 도예의 조형 어법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의의 여지가 없으나 여전히 그릇의 개념에 충실하다. 무엇을 담는다는 의미의 그릇이라기보다는 물레질을 한다던가, 판을 만들어 이어 붙이는 식의 보편적인 도자기 성형방법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순수 조형의지와는 엄연히 다른 도자기 고유의 방식을 따른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작업을 마친후 가마에서 나온 작업은 전통적인 그릇으로서의 용도를 충족시키기는 어렵게 되어있다. 무엇보다도 그릇으로서 의 정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형태미가 그러하거니와 처음보는 문양또한 낯설기 때문이다. 작품의 대다수가 한 자 반에서 두자에 가까운 크기일뿐더러 하나같이 거대한 산의 형상을 하고 있어 도무지 도자기를 보는 것 같지 않다. 그런가하면 도자기의 상반부에는 흡사 활화산의 용암이 분출하는 듯이 흘러내리는 유약으로 인해 만년설에 덮인 고산 또는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면서 시각적인 충격을 안겨준다. 이러한 형태는 성적인 욕구 및 강렬한 생명력의 분출을 시사한다. 성적인 욕구는 생명의 순환, 즉 종족번식을 의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일이다. 이는 하나의 생명활동이 가지고 있는 엄숙헝 또는 아름다움이라고 알 수 있다. 그는 이처럼 생명의 순환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도자기에 내용을 담는 것이다. 그릇이 물건을 담는 용기로서의 의미에 한정하지 않고 우리 삶의 진정성에 대한 긍정의 뜻을 담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하반부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작은 돌 조각을 촘촘히 박아 넣어 또 다른 해석의 자연미를 연출하고 있다. 그 작은 돌 조각들은 마치 눈송이 및 꽃밭처럼 보인다. 생명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게 만드는 이들 이미지를 통해 그는 자연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돌 조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친 하반부는 굳건한 대지 또는 모체를 상징한다. 더불어 하반부의 형태는 여자의 둔부처럼 풍만하고 탄력적인 양감의 구조를 보여준다. 모태로서의 자궁을 간직한 둔부는 견고하고 안정된 구조를 가지면서 생명의 터전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그의 도자기는 자웅동체의 기묘한 형상을 가진다. 상승하는 이미지로서의 남성미와 안정된 대지로서의 여체미를 혼합한 듯한 형태인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유약의 쓰임새 및 문양 그리고 그릇의 형태미는 전통도예는 물론이요, 현대도예에서도 일찍이 본 일이 없다. 이는 독자적인 방법의 가능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 그는 액체 유약이 보편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체 유약을 작업에 적용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개념의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다. ‘상감문양도자기’이라는 명칭이 적합할 듯 싶은 새로운 형태의 그의 작업은 현대도예의 한 성과라고 평가할만하다. 서로 다른 색깔의 유약이 일정한 경계를 이루면서 남성의 정자 및 세포와 같은 기묘한 형상의 유기적인 이미지의 문양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문양은 인위성이 배제된 가장 자연스러운 형상을 하고 있다. 요변이 아니고는 기대할 수 없는 그야말로 불의 조화인 것이다. 이때 문양은 도자기의 표면에만 착색된 상태가 아니라 상감기법에 의하듯 두터운 구조로 되어 있다. 덩어리 유약이 녹아들면서 1밀리미터 이상의 두께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문양은 명확하다. 서로 다른 색의 유약끼리 섞이지 않는 까닭이다. 즉 혼색이 만들어지지 않고 서로 다른 색깔의 유약이 만나는 접점에서 칼로 그은 듯 명료한 경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다양한 문양은 절반은 그 자신의 의지의 결과이고 나머지 절반은 불의 몫이다. 그러므로 그 문양의 이미지는 자연스럽다. 우연적인 효과가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들 이미지는 유기적인 형태 및 구조로 되어 있다. 남자의 정자 모양에서부터 물고기의 비늘, 원생동물류 따위의 자연적인 형태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이들 이미지는 한결같이 산과 같은 모양을 한 도자기의 위쪽을 향해 일제히 상승한다. 정자의 이미지의 경우 난자와 결합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면서 정상을 향해 돌진하는 듯한 양상이다. 이는 생명의 위대한 행진 또는 그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그의 도자기는 이처럼 전혀 새로운 차원의 조형성과 함께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인간 삶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하고 있다.

신항섭 /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