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20*53cm, 21*20*55cm
2. 12*12*26cm, 12*12*24cm
3. 18*12*38cm

흙에서 출발하고 그 흙으로 된 하나의 형식

정진원의 세계는 인물을, 특히 그의 가족을 다루고 있다. 그것들은 물레로 성형된 둥근 형태에 최소한의 인위를 가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흙으로 구어진 그의 세계에서 직선적이거나 거칠고 날카로운 속성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물레가 빚어낸 풍성하고 부드러운 양감의 기초, 그리고 간략한 손맞으로 곁들어지는 잇살과 유머에 의해 조율되어 있다.

정진원의 세계에서 실용성의 문제는 흥미로운 논쟁으로 진전될 여지가 있는 주제이다. 우선 정진원의 작품세계는 도자 공예의 보편적인 실용성과 기능에정면으로 상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만든 것들은 사용이 가능한 경우에도 일상적인 쓰임새를 일차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오히려 기능과 편리한 쓰임새에 대한 면백한 위반에 기여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로 음식을 담아두거나 차를 따르거나 할 수는 없으며, 불가능하진 않더라도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정진원의 작품들은 분명 실용적 기증보다는 하나의 형식 스타일에 도달하기 위한 조형미학적인 접근에서 설명될 수 있는 것들이다. 형식적인 모색이야 말로 정진원의 작품세계의 매우 핵심적인 사안이다. 즉 물래의 전통적 성형기법의 기술적인 가능성과 제한성을 하나의 미적 속성이자 도상학적 특성으로, 즉 형식 모색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이것은 모순적으로 보이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외부의 논쟁이야 어떻든, 실용성과 심미성에 관해 정진원은 단호한 입장을 지고 있다. 그를 따르자면, 감상도 쓰임새며 보는 것만큼 실용적이다. 심미적인 기능도 일상적 기능만큼이나 중요한 기능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실용성을 그 기능주의적인 정의 안에만 붙잡아두는 대신, 보다 광범위하고 자유롭게 재해석해 보자는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공예를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게 만드는 데에는 다양한 선택이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를 위해 보다 마음을 열고 기능과 실용성의 의미에 관해, 그리고 공예와 순수미술이라는 다소간 철지난 구분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을 권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듯, 작가가 지금 모든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다만 그 하나만 생각하려 자신을 모으는 것은 다만 흙에서 출발하고 그 흙으로 된 하나의 인간적인 형식인 것이다. 그것을 가장 공예적이라 부르건, 아나면 가장 심미적이 소통이라 부르건 정진원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심상용(미술사학 석사, 미술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