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10*190*375mm
2. 590*110*450mm
3. 650*105*525mm
4. 520*112*320mm
5. 520*160*320mm
6. 510*1708540mm
7. 390*180*400mm

미술다운 것과 미술이 해야 하는 것
-김윤수의 개인전에 부쳐-

1. 기실, 미술이 가진 본래의 모습이라고 여겨지는 '어떤 모양'으로 돌아가려 還元했던 20세기의 시도들은 사유의 깊이나 미술의 대한 성찰이라는 측면에서 전례 없는 성과를 이루어 냈으나, 이로 인해서 무미 건조하고 사변적인 경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고, 관람자들을 난감하고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근대적 사유의 세계를 미술이라는 시각적 도구로 변안하려는 모더니즘의 시도들은, 그 당위를 인정받고 인류역사상 유래없는 미술다음을 만들어 냈지만, 역설적이게도 미술이 사람들에게 '도대체'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미술 내부에 던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술은 어떤 순간에도 삶에 관여하고, 자신이 관여한 '그' 삶을 축복해야한다는 당위 대신에, 과연 미술만이 가진 독자적인 성격(이 무엇인가?)에 대한 탐험이 주제가 되었고, 그것은 내용과 형식 중에서 내용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형식 중에서도 재료와 그섯의 운용에 관한 것을 중심으로 이끌어 가게 되었다. 이러한 경행들은 미술자체를 일종의 사회적 지식으로 체계화하여 정서나 감정 대신에 '미의식'을 근간으로 하는 룰북rulebook이 존재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말하자면 형식/재료라는 룰이 결정되러 있는 게임으로, 그 룰 안에서 창의력을 발현하고 삶에 관여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창의력은 제한되고 내용이 제외된 형식으로서의 삷의 축복은 공허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유행하는 문화코드라는 말로 바꿔보면, 20세기의 코드는 새로움과 '그것다움'이라 할 수 있는데 양자가 형식에 치우치게 되어 삷에서 소격疏隔되어 (아마도") 미술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코드인 삶을 축복하고 삶 속에서 감동을 끌어내는 것, 즉 축복과 감동이라고 '믿음'을 저버렸다고 말할 수 있다.

2. 김윤수의 이번 전시는, 예전의 것보다 다소 소프트한, 혹은 좀 더 의사소통이라는 것을 염두햐 두고 준비된 듯 하다. 구조들의 질서와 물체가 가지고 있는 성질이 주는 미적인 관점을 주로 다루었던 지난 작업들에 비해서, 이번 작업은 되도록이면 물체가지는 변형된 성질들을 예술작품 수용자에게 어떻게 '의미'로 전달하는가 하는 것을 고심한 듯 보인다. 다시 말하면 미술다운 것, 미술만의 독자적인 것인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미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것으로 관점 혹은 예술의지가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여전히 도자재료의 물성과 그것의 변화들이 기저를 이루고 있지만, 좀 더 부드러워 지고 계획 이상의 것들이 작품 제작과정에서 스며들어 형태를 유연하게 하고, 그 유연성이 정서적인 숨결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의 내용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배려를 나타나게 되고, 작품 자체는 연성화軟性化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작품의 형태들에서(우선)보여지는데, 이전의 것들보다 탄력적이고 자유로운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작가는, 공정을 추측케 할만한 징후들을 고스란히 남겨 놓은 작품의 측면들을 통해서 흙의 질감을 살리고, 전후면의 다른 구성부분들의 변형된 질감에 대비,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채택한 연질의 흙과 경질의 돌과의 대비는 예전의 경우 변형된 질감인 경질의 돌에 초점이 맟추어 졌다면, 이번의 경우는 연질의 흙의 속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전이되어있다. 김윤수가 재질감에서 흙의 부드러움을 주요요소로 채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 즉 경질의 돌 위에 부조로 소조된 소년들을 보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유연성은(한번은)딱딱함과 부드러움의 대비를 통해서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또 한번은) 그 강조된 부드러움으로 그가 나타내려고 하는 "인간의 따뜻한 숨결"을 보조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제시하려는 바는 인간의 '슴결'이며, '숨결'이라는 정서적인 주제는 딱딱함 속에 배태되어 있거나 그것을 극복함으로 인해서 보여지는 것이다. 실재로 작가가 채용한 부조의 방식은 조각가가 돌로 무엇을 만드는 것처럼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돌 안에서 생명을 찾아내는 혹은 돌 속에서 생명이나 숨결로 상징되는 형태들이 배어 나오는 방식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코드를 '그것다움'에서 축복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 서술narration을 통해서 담화narrative상황을 조성하려 한다.

3. 근본적으로 예술작품은 말이나 글처럼 대화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작품은 자신이 말하려는 바를 직설적으로 명료하게 전달하지는 않는다. 예술작품은 의미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거나, 인간의 깊은 내면의 일간을 스치듯 잠깐 보여주기도 한다. 혹은 끝없이 중첩되어 의미를 알 수 없는 모호한 '무엇'을 담아내기도 하며 단지 물체가 주는 느낌만을 목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한 어떠한 경우든 예술은 소통을 위한 도구이며, 미술만이 가질 수 있는 지고지순한 세계나 난해한 예술적 성취들 '때문에'(혹은 '에 가려서')의사소통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예술작품은 다중적 의미나 중첩된 체계 그리고 직관이나 정서 등 말이나 글이 전달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심층적이고 자영한 '언어'들을 전달하는 도구이다. 작가는 일좀의 다층적이고 고급의 언어를 사용하는 웅변가이다. 명료하지는 않지만 많은 의미를 포함하며, 인간의 정서에 기대에 그들을 풍부하게 하고 축복한다. 김윤수의 이번 전시는 인간에 대한 애정의 숨결과 축복의 풍요로움이 깃든 듯 보인다.

김영민(미술평론/한전갤러리 전시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