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心花 500*500*450mm 산성토
2. 心花 400*390*650mm 사모토
3. 心花 500*500*380mm 사모토
4. 心花 340*300*670mm 사모토
5. 心花 300*300*500mm 사모토

송윤자의 심화

물레가 발명되기 이전까지는 고된 과정 때문에 그릇을 만드는 일은 아낙네의 몫이었다. 도예가 송윤자는 옛 아낙네의 몫으로 돌아가 몸소 흙과 더불어 살고져한다. 그는 손수 흙을 찾아 이곳 저곳을 찾아 나선다. 일본 도공들이 꺼벅 죽는다는 옛 가야 토기의 소(지)였던 산청토는 그가 즐겨 다루는 흙이다. 본디 그릇은 예로부터 음식을 다는 도구였지만 오랜 역사와 문명의 변천을 거쳐 도공의 마음을 담는 그릇으로 다시 태어났다. 가야토기로부터, 청자, 분청, 백자에 이르는 오랜 전통 가운데서 그릇들은 끈임없이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져서 오늘에 이르렀다. 송윤자의 그릇은 재현된 청자도 백자도 아니다. 그저 일상적인 삶 속에서 흙과 더불어 살아온 자화상이다. 흙으로 빚는 한폭의 추상화다. 일정한 틀이나 양식에 기대지 않고 그림을 그리듯이 마음으로 빚는 글스이다. 그는 물레 대신 잘 반죽된 흙을 감아 쌓아 올리며 그릇을 만든다. 크기가 사방 1미터쯤 되는 큰 그릇은 빚노라면 시간과의 싸움도 싸움이지만 물떄 맞추기가 이만 저만 어려운게 아니기 떄문이다.
그릇은 흙과 물과 손길이 조화롭게 빚어내는 마음의 가락이다. 송윤자의 그릇은 번질거리는 유약이나 빛깔을 싫어한다. 섭씨 천도가 넘는 가마속에서 구워진 원초적인 빛깔을 사랑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불을 다루는 일을 쉬운일이 아니다. 흙은 성질에 따라 어떤 것은 불길을 못견뎌 터져 버리기도 하고, 어떤 것은 녹아서 주저 앉기도 하며, 어떤것은 설익어서 마음에 상처를 남길때도 있가. 그러나 그가 심혈을 기우리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그는 오랜시간에 걸친 수많은 시행착오와 체감으로 흙과 불의 조화를 알고 있다. 불길의 변덕을 자유자재로 다스려 그만의 독창적인 빗깔과 형태를 새롭게 찾아 낼줄도 안다. 그러나 그가 바라는 것은 오히려 이러한 격식이나 기교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그저 손길 닿는데로 마음 가는데로 그릇을 빚도자한다. 언젠가, 그는 그의 제작과정을 일컬어 오랜 수행을 걸친 불자처럼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빚어내는 흙장난에 지나지 않다고 빗대어 말한적이 있다. 그의 장난은 새로운 공간속에 태어날 형태나 빛깔에 대한 끝없는 상상력이다. 흙과의 대화를 통해서 빚어 피어난 담황색 빛깔은 은은하고 정겹다. 검으틱틱한 산청토와 일부러 입자가 굵은 사모토를 섞어 빚은 그릇의 표면은 질박하고 수더분하다. 백자나 청자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흙을 머금고 피어난 연꽃처럼 향기롭다. 꽃을 꽂아도 좋고 그져 마음을 담아도 좋다.

2002-4-3
윤 명 로 화가, 서울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