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무(미술이론/미술사)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각적 상쾌함". 이것이 박성원의 스타타워 갤러리 전시(생명의 기원): 2002  5/31-7/26)에서 받은 나의 인상이었다. 이 신선한 시각적 상쾌함을 언어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은 그의 연이은 개인전의 서문을 쓰는 지금 나에게 숙제거리가 되었다.

물론 이 느낌의 일차적 근원지로 그의 유리가 조형적 재료로써 지닌 신선함에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이다. 유리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재질이지만 순수 조형미술이라는 측면에서는 지국히 낯설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에 있어 유리는 삼국시대 이후 미적 감상의 대상에서 거의 완전하게 잊혀져 버렸고, 근대 공업 제품으로 재등장하면서 했을 때에는 이를 조형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

한 가지 여기서 확인해야 할 사실은 유리가 공예의 영역을 넘어서 조형적 실험대상으로 자리하게 된 역사는 서구를 기준으로 봐도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유리의 신비로운 변용성을 입체 표현으로 인식하게 된 시점을 스튜디오용 소형 전기가마가 보급되는 1950년대로 보지만, 실질적인 전시 활동은 최근 일이십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다 섬세한 테크놀러지의 개발에 따라 유리 속에 작가의 의지를 보다 적절하게 불어 넣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영롱한 광채로 추앙받던 유리 재료의 신비로움은 이제 현대 미술의 실험성과 더해지면서 고대 사회에서 누렸던 신화적 가치를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박성원의 유리가 주는 심미적 효과는 재료 자체의 신비에 작가의 실험적 표현이 가해저 증폭된 것임을 놓혀서는 안된다. 그는 재료 속에 감춰진 표현적 가치를 끄집어내어 자신의 삶과 내면의 진술로 이끌어 가는 면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이될 것 이라고 보는(상상속의 파티-90개의 유리파이프 설치)는 도가니 속에 꽂힌 유리 파이프의 묶음으로 표현한 (생먕의 근원)의 연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작품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꿈틀거리는 파이프를 박성원은 인채의 혈관에 착상한 것으로 생명체의 본원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모티브라고 설명하는데, 이 원초적인 형태는 유리의 번져나가는 색체와 더불어 생동하는 에너지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스타타워 전시에서는 이 모티브의 화학적 전개와 대비가 돋보였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것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조합될 것인지 호기심이 앞선다.

이제 우리는 박성원이 이번 전시에 최소한 두 가지 정도의 은밀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음을 나름대로 추론할 수 있다. 우선 유리라는 재료가 지닌 신비로움을 예상하지 못한 스케일로 느끼게 하는 것, 그리고 유리의 조형적 표현을 현대미술의 미학적 빈곤과 대비시키는 것이 그것일 것이다. 박성원은 여기헤 한 가지 더 야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의 블로일 파이프 라인에 새갸진 고도의 이지적 기술과 재료적 아름다움이 단절과 고립으로 박약하세 된 현대 미술의 숨통을 열어주는 연통관의 역활까지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박성원의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의 구원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