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2*26*15cm
2. 38*38*18cm
3. 18*18*12cm
4. 18*14*21cm
5. 62*30*18cm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물과 구름을 만날 수 있다. 물은 두툼한 그릇 안에 담겨져 있다. 이 그릇은 그릇이기보다는 돌절구에 가깝다. 이것은 둔탁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무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정감 있게 느껴지는 이 그릇, 아니 이 돌절구는 어린 시절 부엌 앞마당에 놓여져 있었던, 고추도 빻았던 그렇게 오랫동안 친해 온 생활도구이다. 이경희는 이 안에 물을 담았다. 그것도 아주 맑은 물을 쏟아 놓았다. 새벽녘 누군가 기도를 위해 정성스럽게 떠놓은 정화수처럼 많이 줄 수 있는 자세와 모든 것을 받아들일 둘 아는 겸손을 기도한다. 이경희의 작업에서 유독 손자국이 많이 보이는 이유는 아마 이 기도 덕분일 것이다. 여기저기 토닥거리며 만지고 다듬은 자국이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확연히 드러아는 마무리는 우리헤게 여운을 남긴다. 이것은 둥글둥글한 외각선과 더물어 우리를 편안하게 해준다. 시골 황토 마당을 연상케하는 이 모양새는 모든 것을 누그러뜨린다. 모두는 행복해야 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나 이 구름기둥이 늘 같은 것은 아니다. 그 모습에는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다. 전자의 모습이 조형적인 추상에 머물고 있다면 후자의 것은 구체적인 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변천은 도자공예에 대한 애정을 대변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공예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 공예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손에서 손으로 만져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공예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 공예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손에서 손으로 만져 질 수 있는 작품이다. 그것을 '만지지 마시오' 라는 푯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서 생활 속에서 사용되어 사람들을 기분좋게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공예의 특권을 이경희는 강조하고 싶은 거다. 공예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답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거다. 또 구체화된 형태는 신의 계시에 대한 막연함에서 차분한 삶이라는 현실로의 정돈을 말한다. 이제까지 보여 주었던 조형 세계에서 구체적인 형상으로써 나름의 답을 찾은 셈이다. 이렇듯 이경희의 작업은 물과 구름이라는 소재로 일관된다. 이것은 세계의 근원에 관한 질문으로 연결된다. 과학적으로 물과 구름은 동일한 물체이다. 이것은 이세계를 구성하는 절대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연뉴에서 이경희는 물과 구름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사람의 근원에 대하여 질문한다. 그가 말하는 삶의 근원이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일이다. 자신을 읽어 내보이는 것, 여기에 그 답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정돈된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서 잇다. 갈등이나 불화같은 것은 언제 어느 떄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것은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있기 떄문이다. 마음을 채우는 것은 비우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경희의 질펵한 그릇에 체워진 물을 보며, 구름을 보며 또 하나의 우리들을 보게 된다. 그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평론가 김 숙 경
월간도예 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