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麗靑瓷史上의 康津窯와 扶安窯
약 100년에 이르는 고려청자연구사에서 연구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어온 문제로는 初期靑磁의 발생시기 및 그 청자를 굽던 중서부 지방의 塼 窯와 남부지방 土築窯의 관계문제, 상감청자의 발생시기와 전개문제, 12~13세기 康津窯와 扶安窯의 관계 문제, 그리고 이른바 干支銘靑磁의 제작시기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고려청자의 성격과 전개과정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위치에 있으므로 그와 같이 큰 관심을 끌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가운데 초기청자의 문제에 관해서는 근래에 龍仁市 西里窯址와 峰川郡 圓山里窯址 그리고 始興市 放山洞窯址등의 발굴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아울러 우리의 이해도 매우 깊어지게 되었다. 상감청자문제의 경우도 傳文公裕墓 출토의 靑磁象嵌唐草菊花折枝文대접과 明宗 智陵 츨토의 靑磁象嵌 枝文대접을 비롯한 一括遺物 등을 토대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 졌다. 干支銘靑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干支銘靑磁만을 주제로 한 학술토론회가 많은 관심속에 열렸다거나 社會經濟史 등 다양한 시각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졌다는 점 등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놀랍게도 12~13세기 康津窯와 扶安窯의 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이루어진 바가 없다. 康津窯가 청자제작기법등의 측면에서 扶安窯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 따위가 우리가 그것에 대하여 알고 있는 전부이다. 이 문제에 대한 연구가 이와 같이 부진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사료의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가 있을 것이다. 康津窯와 扶安窯의 관계를 알려줄 수 있는 직접적인 사료들로 지금까지 주목되어온 것은 주로 오늘날 康津郡 大口面 龍雲里, 桂栗里. 沙堂里 일대와 扶安郡 保安面 柳川里 및 鎭西面 鎭西里 일대에 분포되어 있는 靑磁窯址들과 그 주위의 청자파편들 - 그곳에서 수습된 청자파편을 포함하여 - 에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靑磁窯址와 청자파편들의 분석을 통하여 두 窯 사이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 거의 연구자들의 관심밖에 놓여 있던 사료 가운데 뜻밖에 康津窯와 扶安窯의 관계를 추구해 들어가는데 단서가 된다고 믿어지는 기록이 있어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것은 1181년에 제작된 것으로 판단되는 靑磁象嵌菊牡丹文 「辛丑」銘 벼루(湖巖美術館 소장) - 앞으로 「辛丑」銘벼루로 기재한다 - 의 뒷면에 새겨진 명문이다. 이 명문은 총 24字로 이루어진 매우 간단한 것인데, 그 내용 가운데 필시 12~13세기에 康津窯의 운영 주체였던 大口所를 의미하는 「大口」라는 말과 大口所의 所吏 - 所의 鄕吏를 所吏로 불렸다 -를 지낸 한 인물, 그리고 「黃河寺」라는 절이 나온다. 필자는 이 인물과 문제의 명문이 새겨져 있는 「辛丑」銘 벼루와 黃河寺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할 경우 康津窯와 扶安窯의 관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점은 이 명문의 사료적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본고에서 康津窯와 扶安窯의 관계에 대한 이해와 관련하여 각별히 「辛丑」銘 벼루와 그 명문에 주목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본고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辛丑」銘 벼루와 거기에 새겨진 명문의 現狀과 그 명문의 내용을 검토해보겠다. 둘째, 문제의 벼루를 어느 요에서 제작하였는지를 알아보겠다. 여기에서 우리는 康津窯와 扶安窯의 관계에 대하여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해 들어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이러한 검토를 토대로 본고의 목적인 康津窯와 扶安窯의 구체적인 관계에 관해서 살펴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세기 후반 이후 康津窯와 扶安窯 중심의 청자생산체제의 推移에 관해서도 언급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러한 검토가 고려청자연구사에서 공백으로 남아있는 康津窯와 扶安窯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조그만 자극제라도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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