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돗챠미술관 -미술관의 시작과 변천

 돗챠미술관은 1737년 카를로 지노리후작이 만든 사설진열실에 기원을 두고 있다. 1754년에는 그 시대의 기호를 반영한 「건축」 및 「자기의 제작」과 같은 내용의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었다. 돗챠미술관은 돗챠자기공장에서 생산했던 자기나 마욜리카도기 및 자기 등의 제품뿐만 아니라, 그것들에 채색하기 위하여 신화의 여러 장면을 새겨둔 부조연판이나 카메오 등 제작에 관련된 모든 도구를 소장하고 있다.
 지노리후작은 조각을 매우 좋아하여 우힛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명작들의 모조품을 만들어 전시하였다. 전시실에는 소장품 외에도 전시실 자체의 장식을 위해 자기로 만든 두 개의 커다란 꽃모양 샹데리아 및 가스페로 브루스키가 만든 백자 난로를 배치하였다.
 또한, 당시 자기제작과 장식을 위해 사용되던 흙이나 재료를 보관하기 위해 만든 유리제 수납케이스인 「점토박물관(Museo delle Terre)」도 중요한 소장품의 하나이다. <그림 1>

(그림1) <점토박물관>, 높이 22.5㎝, 제1기(1740년경)

  19세기에 이르자 돗챠자기공장과 전시실은 전 유럽에 알려졌고, 많은 귀족들에게 견학과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차츰 일반인에게도 공개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미술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따라서 내방자들은 돗챠자기공장의 초창기 명작들부터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전하는 각 시대별 제품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성과는 지노리후작의 후계자들이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들은 공장을 확대하여 제품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한편 후작의 컬렉션에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896년, 지노리사가 탄생했지만 그때까지의 컬렉션은 지노리가의 소유물로서 전시가 계속되었다. 활발한 생산품들과 인접 미술관과의 제휴에 따라 컬렉션은 계속 확장되어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유럽의 중요한 도자기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1941년에 이르러 미술관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대부분의 소장품을 전쟁의 폭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피렌체 문화재보호국의 수장고로 이동시켰으나 피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공장의 시설과 기자재들에 대한 근대화의 필요성이 요구됨에 따라 1950년대에는 세스토 피오렌티노에 공장을 새로 지어 제작시설의 대부분은 물론 미술관까지 이전하였다.
 지노리사는 미술관 신축과 함께 모든 소장품을 공개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다양한 작품을 기증받았고 지노리가의 컬렉션 중 3000점을 구입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세스토 피오렌티노의 돗챠미술관은 1965년 6월 7일 정식 개관하였으며 이후에도 고미술상을 통해 많은 작품을 구입하여 유럽 굴지의 도자전문미술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미술관은 전체 1200평방미터의 2층 건물로서 넓은 정원쪽 벽의 대형 유리창에 의해 자연채광되고 있으며 1층은 여러 개의 방으로 분할되어 도서관이나 기획전시실로 이용되고 있다.
 돗챠미술관은 1977년에 이르러 지노리사의 대주주가 리그레스티(Ligresti) 그룹으로 바뀌면서 소유권이 일시 변경되었으나 1997년 다시 공장이 파뇻신(Pagnossin) 그룹에 매각됨에 따라 별도의 경영체제로 독립하였다.
 개관 이래 35년이 흘렀지만 세스토 피오렌티노의 돗챠미술관은 여전히 근대 건축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으며 불변의 기본방침 아래 소장품을 정기적으로 교체 전시하여 명작들의 품위를 지키고 있다.

<동양풍 접시>, 지름 23㎝, 제1기(1750년경), 지노리 作

<풍경문양 접시>, 지름 24.1㎝, 제2기∼3기(1780∼1800년), 지노리 作

-미술관의 소장품
 미술관 입구의 양옆에는 1920년대 지오 폰티에 의해 디자인된 거대한 마욜리카 항아리가 손님을 맞고 있다.  
 1층에는 돗챠자기공장 초기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유명한 「붉은 수탉」과 「튜립파노(tulipano)」시리즈들을 볼 수 있다. 중앙의 긴 통로를 따라 내려가면 19세기 후반의 지노리가 양식의 특징을 나타내는 대형 마욜리카 항아리, 롯비아 양식의 마욜리카도기, 그리고 마욜리카도기 의자가 진열되어 있다.
 2층에는 18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작품이 연대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전시케이스에는 18세기에 제작되었던 자기제의 피규어가 나란히 놓여있으며 바로크시대 피렌체에서 제작된 소상(塑像) 및 밀랍 부조가 진열되어 있는 방은 거대한 자기제 샹데리아로 장식되어 있다. 방의 바깥쪽에는 18세기 중반에 제작된 자기제 난로가 배치되어 있다.
 큰 전시공간의 반대편 막다른 곳에 있는 방은, 대부분 지오 폰티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들은 「나의 여자친구들」시리즈의 마욜리카 큰 항아리와 접시, 연작자기「고전적인 회화」 및 「고고학적 산보」 등으로서 원을 이루며 나란히 늘어서 있다. 그 외에도 20년대 돗챠자기공장 제품의 특징을 나타내는 폰티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으며 그 옆에는 40년대, 50년대, 60년대 가리볼디에 의해 디자인된 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1층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사라델 혼다토레(Saladel Fondatore, 창시자들의 방)는 기획전시의 개최나 문화적 회의, 회합 등에 이용된다.
 사라델 혼다토레에 인접한 방은, 자기그림교실을 위한 아틀리에로 사용되고 있다. 이 교실은 자기제작에 관심 있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월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강사진은 돗챠자기공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유능한 장인들로서 회화적 장식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작은 꽃모양 항아리>, 높이 15㎝, 제2기∼3기(1790∼1800년), 지노리 作

 또 하나의 방은 자료실로서 18세기부터 수집한 방대한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디자인을 위한 모색과 탐구를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19세기 전반 돗챠자기공장 제품의 「엘코라노풍」 디자인의 원천이 된 「엘코라노의 유물」(나폴리, 1767년)이 유명하다. 당시에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에칭판화로 제작된 자료집은 엘코라노의 고고학적 조사에 의해 발굴된 유물을 모사하였으며 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뷰퐁 저작집」(베네치아, 1820년)은 프랑스 박물학자 뷰퐁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동시대의 동물이나 새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디자인의 원천으로 사용되었다. 위의 두 가지 자료집 외에도 5000점 이상의 디자인 시안용 연필과 수채스케치들도 미술관의 중요한 소장품 중의 하나이다. 또한, 1923년부터 1930년까지 아트디렉터 지오 폰티가 남긴 그림과 편지 등이 「지오 폰티 문고」로서 보관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돗챠자기공장 회화부문 예술공방 디자이너들의 탁월한 활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디자인 관련 자료 외에도 19세기부터 20세기 초두에 걸친 편지, 기록, 출납기록, 자금표, 그리고 카달로그 등 귀중한 문헌자료도 정리보관되어 있다. 도서관 및 자료실의 많은 문헌과 자료들은 돗챠자기공장의 시작과 변천 및 활동상을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역사, 경제, 예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연구하려는 학생이나 학자에게 소중한 자료로 제공된다. 왜냐하면 돗챠자기공장의 역사는 미술관 및 세스토 피오렌티노의 사회 구조와 견고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상설전시 이외에도 소장하고 있는 역사적인 예술유산을 널리 소개하기 위해 이탈리아 국내외의 여러 기관이나 미술관에 대여하거나 순회전을 기획하기도 한다. 이러한 대외적 노력은 관련기관이나 학교와의 예술적 제휴를 가능하게 하고 여러 장르의 전람회나 문화행사를 기획 유치할 수 있게 하였으며 도자기라고 하는 특정 분야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피아스카(Fiasca)>, 높이 41㎝, 제4기∼5기(1875∼1900년), 지노리 作

 지금까지 이탈리아 자기의 역사와 대표적 도자산업체인 리차드지노리의 발생과 전개 과정 및 제1시기부터 현재의 지노리사의 제품까지 소장하고 있는 돗챠미술관에 대해 살펴보았다.
 지노리사의 전신인 돗챠자기공장은 창시자인 카를로 지노리로부터 카를로 베네딕트 지노리 리시까지 5대에 걸쳐 150여 년 간 이어졌고 1896년부터는 리차드지노리도자기회사로 바뀌어 26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럽의 도자기 명품 중 하나로 지금과 같은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스타일의 시도, 신기술의 도입, 적극적인 시장확대 및 판매에 대한 노력, 시대의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 등이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돗챠미술관은 돗챠공장의 설립과 함께 시기별 당주들에 의해 수집되고 보관된 여러 자료들을 기반으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그것은 지노리사 제품의 보존과 소장이라는 일차적 기능 이외에도 유럽 자기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는 의미에서 의의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카바의 부자>,  장식상, 높이 16㎝, 제5기(1929년), 지노리 作

<손의 포름>,  오브제, 높이 34㎝, 제5기(1935년), 지노리 作

 이 연구노트는 홍익대 도예연구소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1년 3월 18일부터 5월 20일까지 일본 시가라키 도예의 숲 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이탈리아도자기의 전통과 혁신-지노리전> 도록의 텍스트와 1994년 우관호의 「유럽자기」, 석사학위논문인 박은정의 「유럽의 자기 발생에 관한 연구」(1997), 이용필의 「영국 웨지우드 도자기에 관한 연구」(1997) 문헌 논문 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