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리의 역사는 카를로 지노리가 돗챠(Doccia)에 가마를 설립했던 1737년부터 시작한다. 1896년 리차드자기공장과 합병하기까지 2세기 반에 걸쳐 이어진 돗챠의 가마는 각 시기마다 제작기술과 디자인 및 공장의 조직에 변화를 보였다. 지노리의 역사는 1대 당주인 카를로 지노리부터 5대 카를로 베네딕트 지노리 리시, 그리고 리차드지노리도자기회사의 6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제1시기(1737-1757) 카를로 지노리(Carlo Ginori)
 제1시기는 창업의 시기였다. 카를로 지노리는 돗챠에 가마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자기 제작에 적합한 원료의 확보와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인근의 토스카나주 각지는 물론 멀리 베네토 주에서도 흙을 가져오게 하였다.
 재료의 확보와 설비의 준공이 도자기제작의 하드웨어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면 제작을 전담할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카를로 지노리는 조각가 가스페로 브루스키(Gaspero Bruschi)에게 성형디자인을, 헝가리 출신의 화공 카를로 벤데린 안라이타(Carlo Wendelin Anreiter)에게는 장식을 전담시켰으며 프란체스코 폿제티(Francesco Poggetti)에게는 상감세공과 같은 분야를 맡김으로써 가마의 설립 초기부터 분업화의 효율성을 추구하였다.
 그러면서 본인은 도토 조합의 순도를 탐구하는 일과 같이 과학적이면서 기초적인 분야에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지노리 도자기의 기본적 토대를 닦는데 노력하였다.
 
 초기의 돗챠가마, 즉 1737년경에는 접시나 커피잔과 같은 작은 크기의 것들을 중점적으로 생산하였으며 마욜리카 도기도 같이 만들다가 티팟이나 담배통 등으로 범위를 넓혀나갔다. 최초의 제품에는 청화 즉 코발트안료에 의한 스탐피노(Stampino)라고 하는 작은 도장모양의 장식이 시문되다가 점차 다른 색도 사용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적색과 금색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1745년경 돗챠가마의 제품은 형태나 유형, 그리고 장식적인 면에서 크게 변화하여 커피팟, 스프팟, 향로, 지팡이 손잡이, 작은 병 케이스 등을 생산하였으며 몇 년 후에는 이중기벽구조의 자기도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림 1)
또한 이 시기에 만들어진 최초의 색채자기는 동양인과 이국의 동물이 묘사된 팔각쟁반과 접시이다.

(그림1) 이중티팟. 높이 24㎝. 제1기(1750년경). 지노리

제1시기의 전성기에는 쥬세페 브루스키(Giuseppe Bruschi)의 성형에 의한 작은 오스만투르크 인물상 시리즈 등 이국풍과 터키풍이 크게 유행하였다. 그것들은, 샤를르 드 페루와이유(Charles de Ferriol) 의 『동양의 여러 나라를 묘사한 100개의 판화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동양의 여러 민족의 모습과 의장을 표현한 판화집의 앵두나 가시가 있는 장미 등의 자연과학적 모티브는 동양의 자기를 모방하여 흰 바탕 위에 흰 부조로 표현된 매화꽃과 같은 중국의 디자인과 함께 돗챠가마의 새로운 장식의 전형이 되었다.

 1746년에 안라이타의 아들 안톤(Anton)은 부친을 본받아 실제의 관찰에 의한 과학적 도해와 동시에 보다 복잡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중 한 작품에는 과일통의 바닥에서부터 사방으로 넓어진 잎이 뒤엉켜 형성한 숲 아래에서 나비에 덤벼들려고 하는 녹색도마뱀이 상세히 확대되어 묘사되어 있는 것도 있다.
 이와 같은 작품 외에도 이 시기의 디자인에는 자연에서 추출된 모티브가 끊임없이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호박을 본뜬 것이나 양배추 잎의 잎맥까지 묘사한 것, 손잡이나 뚜껑에 포도넝쿨 형태를 첨가하거나 초목이 무성한 것처럼 만들어진 티팟도 있다. 또한 물그릇은 맹금류의 부리나 뱀의 머리부분, 목양의 머리를 본뜬 손잡이가 달린 것 등이 있었다.

 이러한 디자인의 방향은 자연주의적 양식과 함께, 유럽의 다른 유명한 가마(마이센, 웨지, 루앙, 빈)의 영향을 받아 동양적 기호의 유행에도 눈을 돌리게 하였다. 또한 얀 반 케셀(Jan van Kessel)부터 크리스토파노 무나리(Christofano Munari)까지 17세기 화가들의 정물화에 묘사되었던 것처럼 중국 명조후기 자기의 청화장식을 모방한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카를로후작 개인 컬렉션 중의 많은 작품들이 동양의 것 또는 그것과 관계가 있는 것임을 알게 하는 단서가 된다. 실제 동양자기의 컬렉션은 당시의 귀족들 사이에서 한세대를 풍미한 유행이 되었다. 페르디난도 데 메디치(Ferdinando de'Medici) 대공은 1693년에 우히치의 궁전 안에, 중국풍의「자기의 방」을 만들고 건축가 호치니(Foggini)에게 특별히 설계를 의뢰한 수집품진열케이스를 설치하였다. 카를로 지노리후작의 궁전에도 부친 로렌조 지노리가 1699년부터 1700년 사이에 주문했던 중국청조 강희시대(1622-1722년)의 골동품으로 추정되는 백자와 청자 테이블세트가 보존되고 있다.
 
 18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일본 가키에몽(枾右衛門)자기의 엷은 색조가 등장하였으며 붉은색(赤繪), 남색, 금색의 생생한 필치와 선명한 색채의 이마리양식이 유행하기에 이르렀다. 1745년부터 55년 경에는 기존의 「동양적」 혹은 「조선적」인 다색의 꽃장식이, 중국자기의 목단문양을 배치한 「튤립모양」 이라 불리는 보다 독창적인 꽃모양으로 변화하여 돗챠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자기와 더불어 만들어졌던 마욜리카도기에는 프랑스의 화가 니콜라 르 토르노(Nicolas le Toureau)에 의해 1740년부터 2년간 돗챠가마에 도입되었던 누벨, 루앙, 상토멜에서 만들어졌던 프랑스 올랑다모델이 반복해서 나타난다(그림 2, 3, 4, 5). 이 장식은 루이14세 궁정의 장식가 쟌 베랑(Jean Berain, 1639-1711년)의 작품에서 착상을 얻은 「무스티에풍」이라고 불리는 그로테스크문양과 병행하여 제작되었다.

(그림2) 올랑다풍꽃모양접시. 폭 44.5㎝. 제1기(1740∼1745년경). 지노리

(그림3) 올랑다풍꽃모양레그미에라(豆用容器). 폭 24.7㎝. 제1기(1740∼1745년경). 지노리

(그림4) 올랑다풍꽃모양접시. 지름 23.2㎝. 제1기(1740∼1745년경). 지노리

(그림5) 올랑다풍꽃모양접시<크레스피나>. 지름 22㎝. 제1기(1740∼1745년경). 지노리

 이와 같은 식기들 이외에 돗챠가마 초기의 예술적 표현은 모뉴멘탈한 자기제 조각품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으며 돗챠가마의 예술적 기술적 탐구의 정점을 나타내고 있다.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이러한 조각품은 18세기 중엽의 성형사들을 매료시켰다. 마이센 가마에서도 1730년경부터 자기제의 대형 기마상 프로젝트가 행해진 사실만 보더라도 자기제 조각품은 당시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는 현상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돗챠가마의 모뉴멘탈한 조각은 고대조각품을 모조한 것과 당시의 조각품을 자기로 바꾸어 놓은 것이 있었다. 또한《카치네(caccine)》《카라모조(caramogi)》(그림 )라는 작은 크기의 자기상들을 만들었는데, 카치네는 싸우는 동물의 소군상으로 테이블 장식품으로 또는 스프볼이나 항아리를 장식하기 위한 것이었다. 카라모조는 그로테스크하며 희화적인 소조각으로서 판화가 카로(Callot)의 디자인에서 유래한 것과 코메디아 테라루테(즉흥가면극)의 가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있다(그림 6).

(그림6) 3인의 카라모조 소인 : 공증인, 여성가수, 남성상. 높이 7㎝, 8㎝, 7.5㎝, 제1기(1750년경). 지노리

 돗챠의 교육은 화가 안죠로 피아스키(Angiolo Fiaschi)가 운영했던 학교와 각 연구소에 의해 이루어졌다. 특히 연구소에서는 회화와 조소를 가르침으로써 메디치가의 말기의 바로크적 취미와 계몽주의의 사이에서 탄생한 특수한 양식이 초기부터 유행하였다. 1757년에 살몽(Salmon)은 「돗챠의 여러 개의 방에...... 밀랍, 테라코타, 석고의 갖가지 모델이나, 고금의 조상, 군상, 저부조 등이 있는 아틀리에가 설치되었다」라고 기술하였다. 아틀리에는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사용된 모델 또는 모형의 컬렉션이 중심을 이루었다.
 이 비범한 교육적 실험은 아마 프랑스를 모델로 하였던 일종의 사설아카데미였다고 전해지나, 자기생산의 중심지인 빈의 궁정화가들이 알프스 이북의 문화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마이센풍 장식이나, 플랑드르풍의 인물상에 있는 세밀화 등 마이센의 유럽양식을 돗챠로 가져왔다. 그러한 디자인의 견본은 담배통이나 향수병과 같은 작은 제품 뿐 아니라 「킷케레(chicchere)」라고 불리는 컵에도 표현되어 있어, 자기의 섬세한 장식이 도달했던 숙련된 기술을 볼 수 있다.
1750년 이후 지노리후작은 가마가 있었던 빌라에 거대한 진열실을 만들었다. 이 진열실은 돗챠의 가마가 만들어낸 것들 중 가장 우수한 제품의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지금은 돗챠미술관이 되어 있다. 1754년에는 진열실을 위해 자기제의 거대한 화로가 제작되기도 하였다. 상식을 벗어난 이 작품은 현재 돗챠미술관의 컬렉션으로 전시되어 있는데 카를로후작의 운영이 정점에 도달해 있던 놀랄만큼 높은 수준의 장식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현재 코르나의 에토르스카 아카데미에 수장되어 있는 1756년에 제작된《토스카나의 영광을 위한 소신전》, 가스페로 브루스키가 의해 열과 성을 다해 디자인한 조각상《머큐리》《아름다움을 빼앗은 시간》《미덕》, 메디치 일족과 당시의 지배자였던 로렌조의 초상이 들어간 85장의 메달로 구성된 작품이 당시의 대표작품으로 꼽힌다.
카를로 지노리후작은 1757년에 급사했다.  그는 장래에도 이어질 훌륭하고 세련된 자기가마를 만드는 일에 55년의 생을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