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세대 도예가들 

                                                                                 글 / JUDITH S. SCHWARTZ
                                                                                 역 / 김 진 아(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 연구원)

미국의 영향력 있는 도예가인 피터 볼코스가 2002년 2월에 사망하였다. 그의 카리스마적인 존재와 독창적인 예술은 흙으로 작업하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는 전통적인 도자기의 제작방법으로부터 탈피하여 도예를 예술의 주류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흙이라는 매개체를 새로운 예술의 표현도구로서 자리잡게 하였다. 또한 피터 볼코스는 고대 그리스의 조각, 미술 작품들이 그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의 예술은 현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흙으로 자기 자신의 개성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역사도 표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미국에는 수많은 미술관련 대학들이 있으며 최근까지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이라는 특별한 형태를 통해 작가들이 양성되었다. 그들은 대학에서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고, 직접 체험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키워왔다. 그러나 지금 그곳에서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들-예비작가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작가들은 그들이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주제와 아이디어에 대해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각각의 매체와 예술적 표현의 도구들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술들은 복합매체가 예술적인 표현을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도왔다. 그들은 여러 예술분야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다양한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서 실험했다. 그 결과 사진과 그림 사이의 한계는 무너져 버렸고, 문화제국주의, 상업주의, 대중문화와 성 정체성 등에 대한 이슈들이 급진적으로 작품제작에 반영되었다. 또한 컴퓨터는 평면의 2차원적인 생각뿐만 아니라 3차원의 입체적인 생각을 위한 출발 시점이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들은 미국 전반의 예술학교들이 보이지 않는 예술품의 세계의 구체성에 대한 입장을 재규정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전통적인 공예의 영역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것들은 기술이나 재료, 전통보다는 배경이나 취지, 사회적인 이슈의 입장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다.

그러나 이 글의 목적은 예술가들의 교육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생산하는 것, 그리고 전시장이나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에 관련된 것이다. 상황이 변화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최근의 경향을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술학교에서 제작되고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작품들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환경 속에서 전형적인 포스트모던의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미국의 도예는 무엇이 새롭고 흥미로우며 신선한 것인가?
미국처럼 크고 다양한 나라 안에서 지금의 경향을 정확히 해석해내기 위하여 이 글의 원작자 쥬디스는 예술학교, 갤러리, 작가, 각종 단체, 그리고 미술관의 큐레이터 등에게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을 추천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35세 이하의 사람들은 철학을 공부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는데, 그것은 35세 이하의 사람들은 의미를 살펴보는데 필요한 통찰력과 경험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만큼 살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쥬디스는 피터 볼코스가 30세에 오티스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35세에 버클리에 있으면서 도예분야에서 그만의 독특한 방식을 가지게 된 것에 주목하였다. 그래서 그는 피터 볼코스의 예와 같이 작가들의 출신학교 뿐만 아니라 최소한 5년 이상 작업을 하였거나 졸업한 후 최소한 두 번 이상의 전시회를 가진 작가들을 선택하였다. 쥬디스에 의해 분류된 작업의 범주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가 문화적, 정치적 혹은 사회적인 논평을 주제로 하는 작가군이다. 이 파트의 작가들은 그들 주변에서 계속되고 있는 문화적이고 사회학적이며 정치적인 변화들을 힘차고 설득력 있는 형태로 표현한다. 이 작품들은 모순적이면서도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이따금 충격적이기도 하다. 그들은 좀 더 자유스럽고 개성적인 표현을 추구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기성의 권력조직을 비판하고, 압제적인 정부를 인식하게 하며, 전쟁의 헛됨을 깨닫게 하고 사회 저변층의 어두운 존재를 폭로한다.

두 번째는 설치형태로 작업을 하는 작가군이다. 이 분야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주제를 만들어냄에 있어서 복합매체와 다차원적인 형태를 사용한다. 그들에게는 관객들이 공간의 일부가 되고, 서로 소통하며 작품의 느낌과 배치를 경험하고, 그 주변을 걷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많은 설치 작품들은 배치를 위한 특정한 장소가 필요하다. 어떤 작품들은 미술관과 갤러리 안에서의 정해진 공간에 의해 단독으로 작품이 창조되기도 한다. 도자기의 경우, 이 설치공간은 역사적으로 순수예술(fine art)의 범위에 들어가는 정물로서의 도자기라는 일반적인 관념을 깨고 실내외의 재미있는 환경으로서 맞서고 있다.

세 번째는 형상을 만드는 작가군이다. 이것들은 신체를 묘사하는 작품의 화려한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사진에 의해 발달이 촉진되었을지 모르지만, 이 작업은 세부적이고 정밀하며 사실적이다. 이러한 형상의 사용은 작가는 물론 관객들에게도 자아를 살펴보는 시작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이 형상작업은 도예가 훌륭한 현대적인 조각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방법 혹은 기능적인 것을 우선으로 하는 작가군이다. 이 범주에 속하는 많은 작가들은 흙이 가지고 있는 물성에 주목한다. 그들은 판성형, 물레성형, 주입성형, 장작소성 또는 도자기의 투명성, 혹은 표면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등을 작업의 주된 모티브로 삼는다. 기능적인 도자기들이 잘 고안되고 전문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어떠한 현대적인 조각만큼이나 강력하고 위대한 예술작품의 요소는 모두 갖추게 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방법과 기능들은 흙이라는 매개체를 주류예술분야의 중요한 표현수단으로 끌어 올렸고, 지속적으로 활기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위의 범주와 더불어 쥬디스는 나머지의 다른 견해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기술의 발달로 이미지의 복사가 쉬워진 전사지를 이용하는 작가들은 흙 위에 얹어진 이 이미지들을 통하여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어떤 작가들은 paper clay를 이용하여 스케일이 큰 작품을 실수 없이 제작한다. 산업적인 연구에서 이루어진 진보는 스튜디오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은 제작과정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헤드에 의해 몰드에서 압축된 작품은 몇 시간 안에 10번 콘의 온도에서 소성할 수 있다는 것이 한 예가 될 것이다. 또한 흙으로 제작되는 작품들의 주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주된 테마는 일반적인 예술 안에서 포스트모던의 주제가 투영된 것이다. 그 주제는 성과 정체성의 문제, 디자인, 설명적인 문제, 환경과 사회적인 관심들, 전쟁, 정치적이고 인간적인 상황, 대중적이고 본질적인 문화 등이다. 이것들은 예술과 삶, 고급예술과 저급예술, 순수예술과 공예적인 경험과의 결합, 그리고 작품과 소통하는 관객 참여의 문제들과 결합된 설득력 있는 경향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