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조형의식 

김원룡님은 그의 저서 '한국의 미'에서 한국의 미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한국미술의 기본적 특성은 자연주의와 철저한 자기의 배제에서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고 때로 적막하다. 색과 무늬, 면적을 줄이고 될 수 있는대로 재료의 특성을 살펴서 자연과 부딪치지 않는 조화를 만들어 낸다. 세부에 관심을 두지 않는 한국미술은 전체적 효과가 어수룩하고 원만하며 이치에 맞지 않는 짜임새가 있는 것이다."1962년 '한국의 미술'을 간행한 맥퀸(E.McCune)은 "한국미술의 미는 선과 형에 있다."고 하였고 1948년 4우러 '조선미술사'를 간행한 김영기님은 "조선의 미술도 그 고유한 국토의 감각과 복잡미묘한 역사적 과정에 의하여 의지적 전통성을 가진 조선의 향기를 이루게 된 것이다."라고 간추리고 있다.
1961년 11월 출판된 이경성님은 '미술입문'속에서 한국미술의 특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 감상(感想)적이라는 것.

한국민족은 슬픔을 아는 민족이다. 그의 역사는 비애에 충만되었고 그의 역사는 상처투성이다. 그래서 한국의 미술은 감상적이다. 이 민족의 시가가 인생의 허무함과 애처로운 인간심정을 많이 노래했고 모든 예술이 정서 이전의 애상의 세계에서 눈물만을 흘리고 있다. 비극은 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그것을 초월하여 높은 인간성을 창조하는 데 의미가 있기에 한국예술은 무엇보다도 감상성을 지양해야 되는 것이다.

●선(線)적이라는 것.

선이라는 것은 한줄기 가늘고 고운 흐름이 미술의 밑바닥을 소리도 없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서의 직접적 표현이다. 음악의 흐름이 아름답고 약한 곡선을 타고 흘러나오는 문학작품들이 고운 곡선으로 인간과 시간을 묘사하는 것도 모든 조형예술의 선적 가치를 중요시하면서 흘러온 것과 상통한다. 고구려 벽화의 웅건한 선의 묘사, 석굴암 불상의 우아한 선조미, 고려자기의 세련되고 다양한 선적 표정, 조선자기의 소박하고 우직한 선의 맛, 그리고 조선 목공품의 힘찬 선의 약동, 선으로 조형할 수 있는 미술상에 나타난 이들의 선적 발현은 한국미술의 전통을 이룩한 제일의 것이다. 그러나 이 선적이라는 것은 한국미의 약점이기도 하다.

● 서정적이라는 것.

한국미술은 대예술에서 보다는 소예술에서 많은 걸작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대예술이라는 것은 물체의 대소가 아니고 가치상의 대소이다. 따라서 소예술이라 함은 미술의 주류가 아니고 생활과 밀착되고 있는 것으로서 요즈음 말하는 생활미술을 가리킨다. 삼국시대 이전 도자기, 가구, 금공품 등의 분야에서 높은 솜씨를 나타내지 못한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삼국시대까지 보여준 민족의 기개가 그의 토착과정에 따르는 서사시적 창조역량을 뒷받침으로 웅건, 위대한 미술을 창조한 데 비하여 신라통일 이후의 정착생활의 평안을 주조로 하는 무사주의 그것도 대륙의 저력에서 오는 비애 속에 형성된 서정적 감성을 뒷받침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시민적이라는 것

한국인이 역사적으로 많은 비극을 가졌다는 것은 그들에게서 이상과 영원을 약탈하고 늘 오늘의 문제에 골몰하는 소시민적 인간이 될 가능성이 많았다. 그러기에 한국미술은 강한 인간형을 창조하기 보다 소시민적인 인간형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소시민적인 인간형의 한국 민족이 창조한 예술, 그것은 자연 소시민적이었다.
결국, 여러 사람의 말을 종합하여 보면 "애상의 미, 자연의 미"[유종열님], "무기교의 미", "청초의 미, 선의 미"[윤희순님] "소박과 선의 미"[최순우님], "자연의미, 천성의 미"[김원룡님], "선과 형의 미"[맥퀸] 등으로 된다. 그러나 이들의 말은 서로 영향도 주고, 독착적인 것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유종열님의 "애상미, 자연미" 와 고유섭님의 "무기교의 미"이다.

출처: "공예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