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濟의 文化
한영희(韓永熙,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장)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백제는 고구려, 신라와 함께 우리 고대사의 한 축을 이루었던 문화강국이었으며, 대외적으로는 중
국·일본과 활발하게 교류하여 고대 동아시아 국제외교의 주도적 위치를 점하였다. 백제의 역사는 수
도의 변천에 따라 한성도읍기(기원전후∼475), 웅진도읍기(475∼538), 사비도읍기(538∼660)로 구분되며,
한성도읍기는 다시 3세기 중엽 이전의 伯濟國과 그 이후의 百濟로 구분하여 대체로 4시기로 구분된다.
부여족의 한 갈래로 고구려 유이민에 의해 건국된 백제국은 초기에는 馬韓의 한 소국에 불과하였지
만, 점차 마한 소국들을 통합하여 고대국가로 발전하게 된다. 한강유역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중심
으로 성장하였으며, 한강·임진강·동해안 일대에 분포하는 여(呂)자·철(凸)자형 주거지와 무기단식적
총은 모두 이들이 남긴 흔적으로 周溝墓를 특징으로 하는 중서부지역의 문화양상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백제의 성장은 3세기 중엽 고이왕대를 기점으로 급변하는데, 漢郡縣을 대규모로 공격하여 마한사회
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중국과 활발하게 교섭하여 대내·외적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다. 풍납토성과 몽
촌토성, 천안 화성리·용원리, 원주 법천리, 홍성 신금성 유적에서 출토된 중국제 유물들은 백제국 형
성 이후의 활발한 대외교류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즉위한 근초고왕은 노령산맥
이북의 전북지역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서남해안 지역의 주요 거점에 대중국·왜와의 교두보를 확보하
였다. 倭에 한문을 전수하였다는 기록과 일본에서 발견된 七支刀는 이러한 정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475년 장수왕의 공격을 받은 백제는 熊津으로 천도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금강수계를 중심으로 한
웅진도읍기가 시작된다. 武寧王陵은 벽돌무덤(塼築墳)으로 청자나, 청동거울 등 중국적 문화요소들이
확인되며, 공주 송산리고분군, 정지산유적, 부안 죽막동유적에서는 신라나, 가야, 왜의 유물들이 다량
출토되고 있다. 당시 고난에 처한 백제가 활발한 국제교류의 중심에 서서 다시 강국이 되어 가는 과정
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바탕에서 聖王은 538년에 사비천도를 단행하게 된다. 사비도성은 외곽에 羅城을 갖추고 행정
구역인 5부와 5항으로 편제되었는데, 扶餘 宮南池에서 출토된 木簡은 이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나성의
동쪽에는 왕이나 왕족의 무덤인 능산리고분군과 그 願刹인 능산리사지가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절터
에서 출토된 금동대향로는 백제인의 이상세계를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또한 너그럽고 인간적인 백
제인의 미소가 배어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과 부드럽고 감각적이며 잘 정제된 전돌이나 연꽃무늬 기와
에도 백제문화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다음에서는 이러한 백제지역에서 출토된 冠飾, 耳飾, 頸飾, 허리띠 장식, 팔찌와 반지 등 금속공예품
을 중심으로 고구려, 신라, 가야 등 주변 국가와 다른 백제문화의 특징이나 독창성을 찾아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관식(冠飾)≫
ㅇ 백제
백제의 冠飾은 금제와 은제가 있는데, {舊唐書}에 '(왕은) 검은 천으로 된 冠에 금꽃을 장식하고 흰
가죽띠에 검은 가죽신을 신는다.'라고 하고, {隋書}에는 '奈率 이상은 은꽃으로 (관을) 장식한다.'라고
하여 금과 은꽃장식이 출토되는 양상과 잘 부합되고 있다.
금제관식은 무령왕릉에서 2벌 출토되었다. 무령왕·왕비의 관식은 얇은 金板에 忍冬唐草紋과 火焰紋
을 뚫어 조각하여 만든 것으로, 전체적으로 고구려의 청암리토성 출토 금동관의 문양과 유사하다.
은제관식은 무령왕릉보다 늦은 6세기 중엽부터 확인되며 7세기전반까지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扶餘
의 陵山里貴族墓(공설운동장부지)와 下黃里, 論山의 六谷里7호묘, 南原의 尺門里, 羅州의 興德里와 伏岩
里3호묘의 횡혈식석실에서 출토되었다. 출토된 무덤은 모두 6세기중엽에서 7세기전반대까지 크게 유행
하는 이른바 '陵山里型石室墳'이다. 이와같이 지방의 거점고분에서 출토되는 은제관식은 백제의 지방지
배 과정에서 파급되었던 것으로, 이를 착장한 자는 무덤축조의 연속성으로 미루어 보아 중앙의 지방지
배에 협조하던 在地勢力으로 보인다.
한편 나주 신촌리9호 을관의 금동관은 내·외관을 갖춘 것으로, 관모형의 내관과 대륜부의 타출연화
문은 익산 입점리1호의 내관과 금동신발에 표현된 연화문 그리고 무령왕비의 두침·족좌에 그려진 연
화문과 유사하여 5세기말, 6세기초에 유행하였던 문양요소들과 상통하고 있어 백제 금동관의 연장선에
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초화형의 입식과 입점리 1호의 관모는 가야 금동관의 초화형입식 그리
고 합천 반계제 가A호분의 관모복발투구의 관모,합천 옥전23호분의 금동관모, 일본 강전 선산고분 출
토의 관모와 유사하여 백제관식의 국제성을 보여주고 있다.
ㅇ 고구려
고구려의 관식은 실물자료가 3례 밖에 알려져 있지 않으나 고구려 고분 벽화에 관 또는 관모를 착용
한 인물들이 많이 묘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지배자급의 인물들에게 유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평양 청암리토성에서 출토된 금동관은 불꽃과 인동무늬로 장식된 입식과 대륜부에 인동당
초와 투각문으로 장식되어 있는 점이 특징인데, 무령왕·왕비관식과 같은 백제의 관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ㅇ 신라
삼국 가운데 가장 많고 다양한 형태의 관이 출토된다. 신라의 관은 크게 보아 정형화 이전의 관, 山
자형 입식으로 상징되는 정형화된 관, 山자형 관의 정형성이 이탈된 관으로 구분된다. 정형화되기 이전
의 신라관으로는 동래 복천동 고분군 11호묘 출토품, 황남대총 남분 출토품, 의성 탑리 1곽 출토품 등
이 있다. 이들 관은 은 또는 금동제고, 형태가 다양하나, 수식이 3개인 것은 같다. 복천동 11호묘 출토
관은 가장 빠른 것으로 山자형 관 초현기의 형태를 나타내는 것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황남대총 남분
출토품과 의성 탑리 1곽 출토품은 재질이 다르지만, 금속판을 잘라 꼰 것에서 제작 기술의 유사성이
인정된다. 특히 황남대총 남분 출토 관은 재질과 입식 등에서 이후 전개되는 정형화된 山자형 관과는
다르지만, 외관·내관·관장식 등이 모두 갖추어진 신라관의 틀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ㅇ 가야
가야의 관은 옥전 23호분과 반계제 가A호분의 금동 내관을 제외하고는 주로 외관만 출토되어 내관은
다른 유기질을 가지고 관모형으로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고령 지산동30호·32호분의 금
동관과 전경상도 출토의 금관이 알려져 있는데, 광배형을 한 1매의 입식에 초화형의 장식이 표현되어
있는 매우 간략한 형태이다. 이와같은 초화형입식의 금동관은 일본의 강전 선산고분 출토 금동제초화
형관 등 일본 고분시대의 초화형관과 유사하여 밀접한 관련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식》
ㅇ 백제
백제의 耳飾은 모두 細環耳飾인데 도읍의 변천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그중 熊津都邑期의 이식은
매우 화려하며 신라·가야·왜의 이식과 형태 및 제작기법과 유사하여 국제적인 성격을 보인다.
漢城都邑期의 이식은 서울 石村洞 86-火葬遺構, 천안 龍院里 44·129호묘, 원주 法泉里 1호묘, 청주 新鳳
洞 54호묘, 신봉동 신고품, 청원 주성리2호 출토품 등 주로 차령산맥 이북지역에서만 한정 출토된다. 재질은
금이 중심이고 금동도 있으며, 細環에 遊環을 걸고 중간 및 수하식을 金絲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석촌
동 이식처럼 中間飾이 없는 것도 있지만 空球體를 중간식으로 장식한 것도 있으며 半球體 2개를 땜으로 접
합한 것과 1개체로 된 것이 있다. 垂下飾은 圓形과 心葉形이 있는데 청원과 천안에서 출토된 이식은 심엽형
의 끝이 길죽하다. 이 시기의 이식은 가야의 합천지역 초기 이식과 유사하다. 玉田 20호묘의 이식은 중간식
이 공구체인데 전형적인 大加耶型 이식의 공구체에 보이는 刻目帶가 없고 심엽형 수하식도 끝이 길죽하다.
23호묘의 이식은 중간식이 장기알모양의 圓板 모양이고 연결금구는 금사슬이며 끝에 공구체를 매달았다. 이
들은 모두한성도읍기의 이식과 상통하는 것들이다.
웅진도읍기의 이식은 공주 宋山里 6호분, 武寧王陵, 전 송산리, 校村里, 舟尾里 3호묘, 익산 笠店里 1호묘
출토품이 있다. 재질은 금이 많으며 제작기법이 앞시기보다 더욱 복잡해지고 화려해진다. 중간식에는 小環連
接半球體와 琉璃玉이 사용된 것이 많으며, 무령왕의 이식처럼 帽子形裝飾을 상하로 대칭되게 연결한 것도
있다. 연결금구는 金絲이고 양끝을 횡으로 여러차례 감아 마무리한 것이 특징이다. 수하식은 심엽형이 많으
며 子葉을 갖춘 것도 있고 三翼形이나 四翼形으로 장식된 것도 있다.
무령왕의 이식은 중간식의 제작방법과 모양이 경주 황오리34호나 일본 福岡縣 江田船山古墳 이식과 유사
하며, 무령왕비의 이식은 합천 옥전 M11호묘나 일본 滋賀縣 鴨稻荷山古墳 이식과 매우 유사하다. 이 시기
백제의 대외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泗 都邑期의 이식은 부여 陵山里貴族墓 32호와 49호, 官北里 王宮址, 鹽倉里甕棺墓, 동남리출토품이 있다.
능산리귀족묘 출토품만 금제이고 나머지는 금동과 은지금장이다. 이 시기 이식의 특징은 중간식과 상하 연
결금구를 함께 鑄造하고, 너비가 넓은 연결금구의 상부를 遊環에 걸고 아랫쪽에는 子葉을 갖춘 心葉形 수하
식을 매단 것이 특징인데, 부여일원에서만 출토되고 있다. 일본의 岡山市 八幡大塚2호묘 출토품이 능산리귀
족묘 32호 출토품과 유사하여 교류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ㅇ 고구려
고구려의 귀걸이는 처음부터 태환이식과 세환이식이 함께 사용되었다.
고리에 달린 달개도 투형과 심엽형이 함께 사용되었으나, 차츰 추형과 심엽형 달개가 길쭉해지고 고리
와의 사이에 들어가는 공구체에는 누금에 의한 장식이 가미되어 보다 화려해진다. 이러한 고구려 귀걸
이는 황남대총 남·북분 경주 내동리 출토품 등 신라 초기 귀걸이와 심엽형 달개장식이 주류인 백제귀
걸이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백제지역의 청주 신봉동 출토의 세한이식(약수리 벽화문 출
토와 유사)과 서울 능동, 진천 회죽리, 상봉리 출토 귀걸이는 모두 고구려제 귀걸이들이다.
ㅇ 신라
신라 귀걸이는 태환과 세환이 거의 함께 나타나며 중간 꾸미개가 공구체로 단순한 것에서 공구체 가
운데 각목선이 들어가거나 여러 개의 작은 고리를 연접시켜 입방체로 만들거나 상·하 원통형 금구를
장식하는 등 장식성이 가미된다. 드리개는 거의 대부분이 심엽형이며 장식이 없는 단순한 금판 형태에
서 중간에 각목된 선을 넣거나 누금장식이 가미되어 더욱 화려해진다. 후기에는 보문리 부부총, 양산
금조총 출토품과 같이 태환이식에 구갑문과 화문이 누금으로 장식되어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기도 한
다.
ㅇ 가야
가야 귀걸이는 백제 귀걸이와 마찬가지로 세환이식 밖에 없다. 긴 사슬의 끝에 공구체의 꾸미개로
장식한 것이 대표적이며, 드리개는 심엽형·산치자형·추형·엽형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사용되었으나
산치자형이 주류를 이룬다. 세환에 심엽형·엽형·산치자형의 드리개가 달리는 가야 귀걸이는 백제 귀
걸이들과 상통하는 요소들이다.

《경식》
ㅇ 백제
백제의 목걸이는 출토 예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무령왕릉의 예로 보아 감색·녹색·청색·황
색·금박유리구슬 등 다양한 색체로 화려하게 장식된 유리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 등 다양한 형태의
목걸이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으나, 이러한 목걸이 장식은 왕 또는 지배계층에 한정되어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ㅇ 고구려
고구려의 경우 간헐적으로 낱개 체로 출토되는 유리구슬 이외에 다량으로 집중되어 출토된 예가 없어
서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ㅇ 신라
신라와 가야 목걸이는 청색유리옥을 꿰고, 끝 부분에 비취·수정·호박제의 곡옥을 매다는 형태가 일
반적이었으며, 청색유리옥과 곡옥의 크기에 따라 착장자의 신분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경
주의 대형 적석목곽분에서 출토되는 흉식은 콩알크기의 남색유리구슬을 금마디 장식에 6∼7열 연결하
여 장식한 것으로 착장자의 신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장신구의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허리띠 장식》
허리띠 장식은 베나 가죽에 도안화한 금·은 등의 장식을 붙여 만든 것으로 신분에 따라 장식형태와
재질에 차이가 있다. 이는 통일신라의 복식금지규정과 고려시대의 공복규정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른 시기의 허리띠 장식은 초기철기·원삼국시대의 호랑이·말 등 동물장식 허리띠가 유행하였으나
삼국시대에 들어오면서 금·금동·은 등이 가미되어 화려한 허리띠 장식으로 바뀐다.
백제의 허리띠장식은 무령왕 허리띠장식의 예로 보아 웅진도읍기에 출현하며 능산리형 횡혈식석실에서
출토되는 은제 허리띠장식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사비도읍기에 이르면 역심엽형 금구로 장식된 정형
화된 허리띠 장식이 나타난다.
웅진도읍기의 허리띠 장식은 버섯형 교구와 귀면·방형·역심엽형·타원형·용문투조과판이 주요 구성
요소였다. 이러한 것들은 이후 신라·가야·왜에서도 유행하였는데, 백제허리띠 장식의 영향을 받은 것
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비도읍기 전기에는 모두 은으로 만들어지고, 허리띠 장식을 구성하는 교구는 교
구침이 없는, 좌우 비대칭의 교구로 바뀌며 대단금구와 과판을 혁대에 부착할 때 은못으로 고정한 것
이 특징이다. 그러나 사비도읍기 후기에는 전체적인 형태는 전시기와 같으나 허리띠장식이 모두 청동
으로 주조되며 과판과 교구, 대단금구를 혁대에 고정하는데 못이 사용되지 않으며 고정을 위한 금구가
함께 주조되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동제 대금구는 6세기말·7세기전반을 중심으로 많이 제작된다.
이들 은·동제 대금구들도 은제관식과 함께 부여를 중심으로 지방 거점지역의 능산리형 횡혈식설실분
을 매장주체로 한 귀족묘에서 출토되고 있어 사비도읍기 지방통치과정에서 중앙과 관련있는 인물들이
소유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6세기 중엽이후 역심엽형 과판과 교구침이 없는 교구를 특징으로 하는 이러한 허리띠장식의 변화는 신
라 허리띠 장식에도 나타나는 양상으로 백제,신라 양국간의 교류에 의한 것으로 보여진다.

고구려와 가야의 허리띠장식은 거의 알려지지 않아 잘 알 수 없다. 다만 지산동 39호분의 귀면과판·
전 거창출토 귀면과판·청주 신봉동 B-1호분· 합천 옥전 M1호분 출토 귀면과판 등은 모두 백제 웅
진도읍기의 유적에서 출토된 것과 유사하여 백제 귀면과판 허리띠장식과의 관련성을 상정할 수 있다.

신라의 허리띠장식은 처음에 용문·쌍엽문·삼엽문투조허리띠장식이 만들어지며, 이후 삼엽문투조허
리띠장식이 전형적인 신라 허리띠장식으로 자리잡아 크게 유행한다. 또 허리띠 아래로 매달아 장식한
드리개가 많이 달리는 것도 신라 허리띠 장식의 큰 특징인데, 드리개의 장식정도와 금·금동·은 등의
재질에 따라 착장자의 신분에 차이가 있었다. 이후 6세기대에에는 백제 허리띠장식과 같은 역심엽형과
판을 특징으로 하는 은제·동제의 대금구로 획일화되며 그 이후에는 중국 당나라 대금구의 영향으로
청동제순방과 환병을 특징으로 하는 청동제 허리띠 장식으로 발전한다.

《팔찌·반지》
팔찌와 가락지도 중요한 장신구의 하나였다. 고구려의 팔찌와 가락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양상
파악이 어렵지만 백제·신라·가야에서는 금·금동·은·청동제의 팔찌가 지배자급 무덤에서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상층 신분을 중심으로 애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형태는 아무런 장식을 하지 않은 것과
표면에 각목문양을 새긴 것, 용무늬를 새긴 것, 그리고 4마디, 5마디를 연결된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는
데 무령왕비는 이들 모든 종류의 팔찌를 양팔에 착용한 채 피장되어 있어 신분에 버금가는 치장의 일
면을 엿보게 한다.
그런데 반지는 가야에서 간헐적으로 보일 뿐 백제·고구려에서는 거의 유례가 알려져 있지 않다. 반
면에 신라는 금·은·금동 등 다양한 재질에 화려한 문양까지 가미한 다양한 형태의 반지가 대형무덤
에서 출토되고 있어 손 치장의 풍습이 신라와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백제 속의 영산강유역
성낙준(成洛俊, 국립김해박물관장)

1. 머리말
한강유역에서 자리잡고 일어난 백제는 주변의 마한세력을 통합하면서 성장의 기틀을 다지다가,
4세기초 낙랑과 대방이 사라진후 고구려와 직접적인 대치관계에 들어가면서는 국력신장에 힘을
쏟아 강국으로 등장한다. 또한 중국의 동진에 사신을 보내 국교를 맺고 왜와도 교류를 하면서 국
제적인 문물교류도 활발해진다. 백제는 4세기후반에서 5세기초에는 고구려와 대등한 국력을 과시
하지만 5세기초 이후부터는 고구려의 압력에 시달리면서 5세기후반 본거지였던 한강유역을 잃고
남쪽으로 쫒겨 금강유역으로 내려오게 된다. 공주(熊津)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백제는 6세기
전반 보다 너른 부여(泗 )로 도읍지을 옮기고 고구려. 신라와 각축을 벌이면서 국력신장을 꾀하
지만 결국은 唐의 세력을 등에 업은 신라에 의해 멸망된다.
영산강유역이 백제에 편입된 시기와 그 지배방식에 대하여는 여러가지 견해들이 있다. 필자는
영산강유역을 포함한 전남지방이 백제에 편입된 시기는 4세기후반의 근초고왕대로 생각하고 있
다. 근초고왕대의 백제는 고구려와 대등할 정도의 국력을 가지고 있었음이 역사기록에 보인다.
이 무렵 마한의 잔여세력으로 남아있던 영산강유역의 토착집단도 백제의 영향하에 들어갔으나
그 지배방식은 중앙의 직접적인 지배가 아니라 형식적인 지배관계인 擬制的 臣屬에 지나지 않
았으며 토착의 유력집단에게 대내적 자치권이 부여되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유력집단에
의해 조영된 분묘가 옹관고분으로서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특색을 띠고 있다.
백제가 고구려에 밀려 남천한 후 안정을 찾고 부흥의 기틀을 다지는 6세기에 접어들어서는 지방
통치방식도 변화가 일어난 듯 영산강유역의 무덤도 백제지배층의 중심묘제인 굴식돌방무덤으로
점차 바뀌게 된다. 그런데 이런 변화 속에서도 유의할 바는 6세기 전반무렵까지 왕릉을 능가할
정도의 봉토를 가진 굴식돌방무덤들이 유독 전남지방에만 축조된 것을 보면 초기 굴식돌방무덤
의 축조시기까지도 이곳에 대한 중앙으로 부터의 정치적 사회적 규제가 거의 없었거나 매우 느
슨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묘제란 종족이나 민족의 주검을 처리하는 관습일체를 말하는 것으로 다른 관습보다 보수성이
강하여 쉽게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묘제의 변화는 사회변화나 매장의식 등 관
념체계의 변화에 수반하여 나타나기 마련이다. 매장양식에는 사회문화적 체계로서의 신분체계와
직접적 관련을 가지고 있고 부장품을 통해서는 당시의 기술적 수준이랄지 문화적 교류는 물론
사회상도 유추할 수 있어서 고고학의 연구대상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거대고분
의 경우는 당시의 문화. 예술의 내용과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며 우리가 삼
국시대의 문화를 살펴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최근에 와서는 영산강유역을 포함한 전남지방에서도 백제시대의 생활유적과 생산유적 및 성곽
등도 조사되고 있어 당시의 생활상과 사회문화상을 복합적으로 구명할 수 있는 자료가 축적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동안 조사활동의 성과가 뚜렷하게 들어난 고분을 중심으로 살펴
보고자 한다. 즉 영산강유역에서 성행한 옹관고분과 뒤이어 나타난 굴식돌방무덤의 특징과 성격
의 일단을 살펴보고자 하며 최근 한일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남지방의 장고형고분에 대하여
도 약간의 설명을 곁들이고자 한다.

2. 옹관고분
영산강유역의 옹관고분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커다란 매장전용 옹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며 토착 지배층에 의해 축조된 것이다. 성인을 위한 매장
시설로 옹관을 쓰게 된 동인을 찾기는 쉽지 않으나 영산강유역에서는 다른 지방과는 달리 앞선
시기부터 유행이 시작되었고 그것이 거대한 분구로 이루어진 대형 봉토고분으로 까지 발전하였
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산강유역의 옹관고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한영역의 묘제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백제 지
배층의 묘제는 돌무지무덤과 돌방무덤인데 대하여 선주하던 마한세력의 묘제는 널무덤이 기본이
었고 여기에 옹관묘가 공존하고 있었다. 한강유역의 이른 시기고분에는 널무덤과 옹관이 하나의
분구속에 들어있고 영산강유역의 옹관고분도 널무덤과 옹관이 공존하고 있어 궤를 함께하고 있
다. 한편 최근 마한영역의 영역인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조사되고 있는 주구묘의 존재는 영산강유
역 옹관고분에 거의 빠짐없이 드러나는 도랑시설의 연원을 밝히는데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다.
영산강유역의 옹관고분은 한정된 지역에만 분포하고 있으며 가장 고밀도의 분포상은 나주 반
남면과 영암 시종면일대의 하류역에 집중되어 있고 규모에 있어서도 으뜸이다. 옹관고분의 분포
는 북쪽으로는 서해안을 따라 영광. 고창까지 미치며 남으로는 해남 강진에서 그치고 있다. 그러
나 중심을 벗어난 곳에서는 분포밀도가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즉 영산강과 서해안을 끼고 분포
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강이나 바다에서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입지하고 있는 사실에서 옹관고분
축조집단의 활동이 물과 관련이 깊었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고분의 입지지형은 축조시기의 변화나 피장자의 지위, 취락이나 생산지역과의 관계, 축조기술
과 내세관 등 제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영산강유역에서 입지지형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곳으로
함평예덕리. 월계리일대의 고분을 꼽을 수 있다. 매장시설이 널무덤과 옹관으로 이루어진 만가촌
고분군은 평지성의 저평한 구릉에 자리하고 있으며 백제계의 반지하식 굴식돌방무덤은 산의 경
사면에 위치하고 있다. 만가촌고분군의 윗쪽 구릉에 위치한 신덕장고형고분은 성토된 분구중에
돌방이 들어있어 매장시설은 옹관에서 돌방으로 바뀌었음에도 매장시설의 위치는 여전히 옹관고
분의 전통에 따르고 있다.
영산강유역의 옹관고분은 봉토의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원형, 방대형, 장고형은 물론 고구마나
사다리꼴과 같은 이형분구도 다수 존재한다. 이런 다양성은 다른 지방의 고분에서는 찾아보기 어
려운 것으로 옹관고분이 가진 특징의 하나이다. 그러나 분형의 다양성이 가졌을 의미에 대하여는
현재까지 설득력있고 합당한 설명이 없는 실정으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의 하나이다.
영산강유역의 옹관고분은 분구의 규모에서 왕릉에 버금갈 만큼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백제지역에서는 그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하여도 좋을 것이다. 지름 또는 한 변이 30m 이상되는
초대형만도 십수기나 된다. 경주시내의 고분을 제외하고 30m 이상의 규모를 가진 고분은 찾아보
기 쉽지 않은 점에서 옹관고분의 상대적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옹관고분의 분구 주변에는 거의 도랑이 돌려져 있다. 초기에는 자연구릉의 입지를 이용하여 적
은 노동력으로도 보다 높아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으나 평지에 입지한 경우는 완전한 성토
층으로 분구가 이루어지고 주변에는 도랑을 파돌렸는데 도랑을 파면서 나온 흙은 모두 분구의
성토에 쓰였다.
고분의 구성요소 가운데 가장 핵심은 주검을 안치하는 매장시설 즉 내부구조이다. 봉토와 외부
시설들은 매장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주검을 안치하는 내부구조가 가장 중요하
게 취급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매장시설은 시대나 축조집단의 성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
고 변천을 거듭하고 있다. 영산강유역의 옹관고분은 처음에는 옹관과 널무덤이 하나의 봉토속에
공존하다가 점차 옹관위주로 바뀌게 된다. 옹관고분은 단독장의 예가 없는 것은 아니나 대체로
수기의 매장시설이 들어있어 공동묘적 성격을 띠고 있다. 금동보관 등 최상위신분의 표지적 유물
이 출토된 신촌리9호분의 경우 중층으로 옹관이 배치되어 하나의 봉토속에 차례로 매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신촌리9호분은 방대형의 분구인데 최근의 재발굴로 성토가 두 번에 걸쳐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하층의 옹관을 매장하고나서 더 이상 매장할 공간이 없어지자 다시 성토를 하
고 중층으로 옹관을 매장하였음이 분명하다. 대형분구로 이루어진 고분의 매장시설은 성토분구
의 윗층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분구는 먼저 봉토를 짓고 난 뒤에 매장시설이 차례로 안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옹관을 비롯한 매장시설의 침향은 규칙성이 없는 특징을 보여주는데 다른 지방의 고분들이북
침 또는 동침으로 정향성을 띤 것과는 차이가 있다. 옹관은 처음에는 일상용의 대형항아리를 사
용하다가 매장 전용의 U자형독이 성용되며 지역과 시기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보인다. 처음에는
크기가 같은 옹을 서로 입을 맞댄 이음식이 쓰이다가 점차 아가리가 서로 겹치도록 하나를 작게
만들어 삽입한 이음식이 일반화된다. 전용옹의 크기는 지름 80-110cm, 길이 120-170cm로 둘을
맞데거나 약간 삽입하면 어른의 주검을 안치하기에 충분한 규모가 된다. 이음부분에는 차진 점토
로 발라 밀폐시킨 것이 일반적이다. 이음식이 아닌 외독식의 경우에도 아가리 부분에 차진 점토
가 있는 것을 보면 나무판자와 같은 것으로 막고 밀폐시켰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른시기의 옹관은 밑동에 지름10cm 가량의 둥근 돌기가 있으나 이것이 음각원문으로 바뀌고
있다. 옹의 내부를 주칠한 것도 보이고 옹의 형태도 이른 시기에는 희미하나마 목부분이 잘록하
게 들어가 어깨가 있지만 점차 어깨가 없어지고 아가리에서 좁힘이 거의 없이 몸통으로 연결되
며 어깨부위에는 톱날무늬가 찍히고 그 아래로는 문살무늬가 베풀어져 있다. 또 이른 시기의 옹
은 아가리와 몸통의 두께가 비교적 균일하나 점차 아가리부위가 훨씬 두터워지는 방향으로 변한
다.
옹관고분의 부장품은 특수한 몇 예를 제외하면 매우 빈약한 편이며 부장유물의 조합상도 일정
한 경향성을 띠고 있다. 옹관의 내부에 주검을 안치하면서 장신구와 손칼이나 도끼 등의 철기 약
간을, 그리고 토기 한 두점이 껴묻혀지는데 주검의 머리를 큰독의 밑동쪽에 두고 있다. 옹관의
외부에 부장되는 항아리 등의 토기는 대체로 이음부위나 작은독쪽에 배치되어 있다. 옹관고분의
부장품 종류는 다양한 편은 아니며 토기,철기 장신구 등인데 토기는 마한과 백제영역의 그것과의
유사성과 함께 지역적 독자성도 가지고 있다. 부장품에서 특기할 것은 구슬이 다량으로 출토된다
는 점이다. 구슬이 풍부하게 껴묻혀 있다는 사실은 마한의 풍습에 금은보다도 구슬을 귀하게 여
겼다는 역사기록과도 잘 부합된다. 옹관고분의 부장품속에는 아직 백제토기의 대명사로 불릴만한
삼족토기가 보이지 않으며 마구도 찾아 볼 수 없다. 같은 시기의 다른 곳에서는 마구가 빈출하고
있고 옹관고분에 뒤이어 축조되는 돌방무덤에서는 마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옹관고분의 축조단
계 까지는 기마와는 밀접하게 관련이 없었을 가능성이 짙다. 이 점도 마한에서는 소나 말을 장사
지내는데 쓰고 탈 줄은 몰랐다는 기록과 관련이 있을 법하다.
한편 나주 신촌리 9호분과 대안리9호분에서는 寶器적 성격의 유물과 함께 다량의 부장품이 출
토되어 축조집단과 피장자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역사기록에는 그 존재가 전혀 없어도 이 지역
의 실질적 지배집단의 우두머리였음이 분명하고 정치적인 자율성이 확보되어 있었을 것으로 유
추된다.

3. 돌방무덤
백제의 돌방무덤은 후기의 대표적인 무덤양식으로 백제왕릉으로 추정되는 공주 송산리와 부여
능산리의 고분들이 대부분 돌방무덤이다. 백제의 돌방무덤은 서울에도 약간 남아있으나 남천 이
후에 유행한 묘제로 형식상 크게 구덩식과 굴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지배층의 무덤양식
은 굴식이며 평면 형태에 따라 방형과 장방형으로 나눌 수 있고 천장의 구조에 따라 궁륭(활)천
정. 사(맛배.빗)천정. 터널천정. 평천정(맞조임식.굄식.사벽수직식)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평면형
태는 처음 방형에서 점차 장방형으로 바뀌어가며 널길은 남벽의 가운데와 한쪽에 치우쳐 두고
바닥에는 배수구를 시설한 경우가 많다. 사용한 돌감도 깬돌에서부터 물갈이한 판돌까지 다양하
며 천장구조와 돌감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남지방에서는 돌방무덤이 옹관고분에 뒤이어 나타나고 있는데 백제 지배세력의 중심묘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로 여겨진다. 이 점은 얼마전 KBS역사스페셜에서 '아파트고분군'으로 방
영된 나주 복암리고분의 예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즉 전남지방의 초기 돌방무덤들에는
옹관고분의 축조전통이 남아 있고 부장유물상도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목되는 것
은 돌방무덤의 분포가 옹관고분과는 달리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점이다. 산의 경사면을 L자형으
로 파서 만든 반지하식의 소형돌방무덤들은 후기의 것으로 집단화된 것에 비해 이른 시기의 대
형돌방무덤들은 독립적으로 축조되어 있고 부장유물도 매우 풍부한 모습을 보여준다. 분구의 규
모에서도 독립고분들은 옹관고분에 못지 않다. 즉 공주 부여지역의 왕릉들 보다도 크다는 점에서
피장자의 정치 사회적 지위가 주목되는 것이다.
돌방의 형식상 이른 시기의 대표적인 고분으로는 장성 영천리고분. 해남 월송리고분. 함평 신
덕장고형고분 등을 들 수 있고 전형적인 능산리식(다듬은 판석으로 축조한 단면6각형의 굄식)으
로는 신안 도창리석실분과 함평신덕2호분이 있다. 그리고 산의 경사면을 L자로 파서 축조한 반지
하식의 집단화된 소형 돌방무덤들은 함평 월계리 석계와 장성 학성리에서 발굴된 바 있고 나주
흥덕리 돌방무덤에서는 백제의 솔급이상 군신의 상징인 은화관식이 출토되기도 하였다..
전남지방의 돌방무덤은 초기에는 백제 중앙으로부터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재지
의 유력집단에 의해 자율적으로 축조되었다 하겠으며 지방통치체제가 강화된 후기에는 더 이상
의 대형 돌방무덤들이 축조될 수 없었다고 판단된다.

4. 장고형고분
전남지방에서 전형적인 형태를 갖춘 장고형고분이 발견되자 우리 학계는 물론 일본에서도 지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진위문제를 시작으로 여러 견해가 도출되었다. 장고형고분의 발견이
일본에 던져준 충격은 그 형태가 일본 고유의 것이라 여겼던 전방후원분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
었다. 장고형고분은 논자에 따라 일본식 이름 그대로 전방후원분으로 부르기도 하고 전방후원형
고분, 장고분이라기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형태의 고분이 압록강유역의 돌무지무덤
가운데 몇 기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고 남한에서는 거의 전남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십수기에 달하며 그 가운데 몇 기는 발굴조사도 되었다.
옹관고분에도 분구형태가 장고형에 유사한 것들이 약간 있지만 전형적인 장고형고분은 내부시
설이 대부분 돌방으로 되어있다. 발굴된 장고형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는 왜계의 영향을 받
은 것들도 없지 않아 그 성격과 피장자 문제를 놓고 여러 의견이 있다.
장고형고분은 옹관고분과는 달리 밀집된 분포양상을 보이지 않으며 북으로는 영광. 광주지역에
서, 남으로는 해남에까지 주로 영산강의 주변과 서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장고형고분도 규모가
큰 돌방무덤처럼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분구의 크기에서는 최대급에 속한다. 따라서 축조집단과
피장자의 정치 사회적 위치는 물론 백제의 지방통치 문제랄지 왜와의 관계 등 앞으로 풀고 밝혀
야할 연구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