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도자 공예운동 서설

정규

본고는 1955년부터 오늘에 이르는 15년간에 걸친 도자공예운동의 개요를 한국에 있어서의 현대도자공예운동의 초창기로서 구분 정리하여 보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어떠한 부문에 있어서도 그 초창기적의 요인과 여건이란 서로 공통되게 마련이다. 물론 도자공예의 경우도 그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각 부문별로 그 부문의 시간적인 또는 공간적인 특성에서 유래되는 독자적인 부득이한 조건도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도자 공예부문의 이러한 특수여건(특히 지역적인)을 초창기 적인 공통환경에서 분류해 냄으로서 한국의 도자기의 전통적인 성격의 일면을 파악하여보고자 하는 것이 본고의 부수적인 또 하나의 목적이다.
이 글을 집필하기에 앞서서 새삼 뼈저리게 느껴지는 지나간 15년간에 대한 나의 감회는 자못 무량하다. 그리고 아울러 한국의 현대 도예공예운동의 초창기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회고 반성하게 되는 스스로의 처지가 혹시 이 글을 의도하는 나에게 짐스러운 중임을 면하기 어렵게 하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간 한국의 도자공예운동의 초창기의 정치작에에 앞장서서 애써 주시던 귀한 분들 중의 몇분은 이미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이 되었다. 15년이란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여 볼 때 한 국의 현대 도자공예운동의 초창기를 15년으로 구분하는 초창기설정은 오흐려 더 단축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나의 견해로는 아직도 초창기 적인 혼돈이 안정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의 도자공예계를 초앙기라고만 고집하지 않으려는 까락이 오직 오늘날의 한국의 모든 부문이 거친 대로나마 초앙기 적인 여건을 극복하였다고 생각하여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에 떠밀려서 만은 아니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예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도공이란 숙명적인 방랑객이었다. 특히 한국의 도공은 더 그러하였고 오늘날까지도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도공은 방랑하여도 도공이 만든 도자기는 요에 귀속되었다. 여기에 도공의 비애가 있고 도자기의 아름다움이 지니는 특수한 일면이 있는 것이다.
모든 공예품은 공방을 중심하여 만들어 졌고 또 만들어진 제품은 공방에 귀속되게 마련이었지만 도공과 요와의 관계는 여느 공예품제작에 있어서의 공방과 직공과의 관계와는 전혀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도공에게 있어서 요는 그들의 신앙이며 동시에 그들의 신앙을 고백하고 불사르고 그리하여 거듭나는 일종의 도공들의 성지인 것이다. 따라서 도공들은 가마를 그리워한다. 그들은 떠도는 잠자리에서도 가마의 불길을 꿈꾼다. 그들이 가마에 불을 지필 때는 그들의 눈망울은 기쁨에 찬 맑은 불길로 온통 차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결코 도자기를 굽는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가마를 익힌다고 말한다. 가마를 익히면 도자기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공들에게 있어서 가마를 익힌다는 일보다 더 큰 희열과 흥분을 돋구는 일은 없다. 불길을 싸고도는 도공의 열기가 가마를 익혀내면 그야말로 저절로 가마속에는 불의 열매득ㄹ이 가득하고 탐스럽게 자리를 잡는 것이다. 이즈음에서는 밤을 샌 도공들은 가마 속이야 아랑곳없이 깊은 잠에 들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잠이 깬 허출한 도공들은 또 여느 가마를 향하여 길을 떠나고 하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한국의 도공들은 그들의 방랑의 수없는 길목에서 가마를 꿈꾸고 가마의 불길을 그리워하였던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아무리 초라하고 허술한 가마도 탓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성지였던 것이다. 그리고 도공들은 성지의 순례자를 자처하였던 것이다. 이들 순례자는 성지를 스스로 이룩하여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가마도 박았고 그릇도 만들고 흙도 개고 불도 때었으나 그러나 한국의 도공들이 스스로의 가마를 가지려고는 하지 않았었다.
한국의현대 도자공예운동의 출발이 한국의 도자공예의 전통적인 솜씨와 얼을 오늘의 것으로 계승 발전시켜 보자고 하는데 있었음은 물론이나 이를 위하여서는 먼저 도공에게 가지게 하는 말하자면, 가마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사회적인 여건의 조성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역적인 특성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되는 점은 도공이 가마를 가질수 있는 여건은 도공에게 주어지는 혜택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공 스스로가 개척하고 획득하여야 할 난고나이라는 것을 도공으로 하여금 인식하게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중에서도 가장 힘드는 기초적인 문제점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이와 아울러 독립된 도공을 가져보지 못한 한국 사회에 그것이 의미하는 가치와 의의를 명시하여 도공의 제작이 계속될 수 있는 보장과 협조를 초창기의 시련을 겪은 오늘날에 있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으나 결코 해결의 올바른 실마리가 잡혔다고는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다행하게도 교육을 통하여 소위 도예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 하는 점은 도예가 자신은 물론 일반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남은 문제는 한국의 도예가와 한국 사회가 어떠한 형태의 공동의 광장을 마련하게 될 것이냐 한느 문제에로 초창기의 여건이 압축되어가고 있음은 사실이다.
이상과 같은 한국의 도자공예운동의 전체적인 개설을 통하여서도 뚜렷이 부각되는 것은 실로 도자기의 세ㅖ엥 있어서의 가마가 차지하는 의미이다.
도자기가 가마에 귀속하듯이 도자공예운동도 요에 귀의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에서 한국의 현대도자공예운동도 1955년에는 오늘날까지의 15년간에 한국의 현대 도자공예운동을 지표로하여 세워졌던 또는 이미 세워진 가마의 주변에서 비롯되었음을 물론이다.
초창기의 15년은 대체로 3기로 나눌수 있다. 즉 55년에서 59년에 이르는 동안의전기와 60년에서 64년경까지의 중기 그리고 65년에서 오늘날까지의 후기가 그것이다. 초창기의 삼단 계를 대략 5년으로 균등하게 구분한 것은 시대설정의 편의에도 기인하겠으나 우연하게도 이러한 구분이 가능한 초창기의 변동과정에 연유한 것이기도 하다.

전기 55년 - 59년
한국에 있어서의 현대도자공예운동의 기질을 이룬 가마에는 두가지의 다른 성격을 지닌 요가 있었다. 그 하나는 순수한 의미에 있어서 한국의 도자기의 전설을 오늘의 것으로 계승하여야 한다는 사명감과 아울러 계몽의 뜻이 바탕이 되어 이룩된 성북동요는 한국의 현대도자공예운동의 기점을 이루는 것이다.
다만 15년이 지난 오늘에는 성북동 가마도 대방동 가마도, 그러니까 초창기의 전기 요가 모두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애석하기 그지없다. 이 두 개의 가마는 건립초기에서부터 당시의 각계각층의 관심을 모았던 기념적인 가마였던 것이다. 모든 문화적인 동향이라고 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그 초창기가 어떠한 관심을 대사회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느냐 하는 데에 따라 그 성장에 크게 영향됨은 물론이다. 이러한점에서 볼 때 한국의 현대 도자공예운동의 기점을 이룬 성북동가마는 피난지에서 수북한 후 국내의 학계와 예술계의 지대한 관심과 의욕을 바탕하여 미국의 재단의 후원을 받아 발족된 한국에 있어서는 아마도 가장 순수한 뜻이 모여서 이룩된 가마였다. 또한 성북동가마도 2년후인 58년 가을에 만들어진 대방동가마는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박사의 특별한 비호를 받아 지금은 고인이 된 조각가 윤효중씨의 마지막 거처가 여느 곳도 아닌 대방동가마 그 자리였음을 생각할 때 초창기의 도자공예운동이 간직하는 또 한면이 이야기의 실마리는 자못 절실한 바가 없지 않다.

성북동요
성북도요라고 하는 이름은 가마가 있던 동리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가마의 이름은 가마가 지명을 따던가, 지명이 가마로 바뀌든가 하는 두가지의 경우가 있다. 즉 성북동가마, 대방동가마라고 하는 예가 첫 번째이고 가마골, 사기리, 점촌 등등은 후자에 속하는 예이다. 성북동가마는 말하자면 속칭이고 정명은 Kiln of Korean Art Society라는 서양명이다. 그러나 이 서양명을 따라 한국 조형 문화연구소요라고 부르는 것이 한국식 정식명이겠으나 이렇게도 별로 불리우지 않고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속칭인 성북동가마로로 통하였고, 외국인들 사이에서만은 정식명으로 불리었다. 그리고 이 성북동가마는 또하나의 아호명을 가지고 있었으니 즉 간송요라는 이름이 그것이다. 간송은 미술사가이며 미술품 수직가였던 고 전영필선생의아호인데 성북동가마가 있던곳이 바로 성북동 99번지의 1호인 간송소유의 대지였을 뿐 아니라 고인이 솔선하여 한국의 도자공예 운동의 선도적인 일역을 담당하였던 관계로 고인의 친지들 사이에서는 성북동가마를 간송요라고도 불렀던 것이다.
이러한 성북동가마는 그 이름을 통하여 보더라도 과거에 있었던 어떠한 가마와도 구별되는 또한 구별되어야 할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가마였던 것이다. 이러한 성북동가마가 지니고 있는 바 성격은 성북동가마로 하여금 한국의 현대도자공예운동의 기점이라고 하는 일박적인 인신을 선명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 규모나 작업의 양에 반하여 훨씬 큰 계몽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서는 성북동가마가 독립된 작업장으로서 발전하여 나가기 위하여서는 말한 바와 같은 여러 가지의 성격은 오히려 장애가 되었던 것이다. 서두에서 개설한 바와 같이 도공이 가마를 가질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의 조상이란 요컨대 현대 도자공예제품에대한 가치의 재평가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성북동요가 지녔던 바 초창기에 있어서의 의기가 차츰 감소되어 가기 시작한 것은 58년이후의 일이기는 하나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성북동요가 지니고 있덨던바 여러 가지의 성격에도 기인한다고 하겠으으나 무엇보다도 한 사람의 도공도 그 작업으로서 그의 ㅐㅇ계를 지탕하게 할 수 없는 한국의 사회적인 여건 때문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한국적인 실정을 하여 당시의 권력을 설득하여 설립된 한국미술품연구소의 요 즉 대방동요는 그 작업내용 및 그 규모 그리고 기업의 성과는 성북동요와는 퍽으로 대조적인 것이었으나 대방동 가마에서 일을 한 도공들이란 다음 아닌 성북동가마에 모였던 도공들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할 때 변하지 않는 한국 도공의 생리를 새삼 느끼게 한다. 오늘날에는 당시의 도공들 중에는 작고한 분도 있으나 생존하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 가마에서 저 가마로 더 늙어 기진한 발길을 옮기로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밑에서 일을 배운 젊은 도공들도 노도공을 따라 또는 자기들끼리 방황의 길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대적인 또한 숙명적인 도공의 생리는 한국의 현대 도자공예운동의 초창기를 통하여 더욱 명백하여졌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도공들의 방랑의 솜씨가 다른 형태로 젊은 도자공예도들 속에 이어내려지고 있음은 지극히 조심스러운 바가 없지 않다.

성북동요는 56년 봄에 설립되었으나 성북동요가 이룩되기까지에는 근 1년에 이르는 준비기간이 소요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도자공예운동의 기운은 수복직후 그러니까 53년말에서 54년에 걸쳐 국립박물관 주변에서 무르익어 갔다. 그러나 처음부터 도자공예운동을 전개하여 보자는 뜻이 명백하지는 않았다. 수복한 새 서울에서 그야말로 뜻있는 일을 하여보자고 하는 순수한 열심들이 하나의 기운으로 성숙되었던 것이다. 물론 국립박물관 주변에서이니 만큼 우리나라의 유형문화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아울러 이를 조사 연구하는 연구기관을 만들어 보자고 하는 결론에 도달하였음은 당연한 결과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구체적인 작업으로서 도자공예운동을 전개하기 위하여 도자공방을 개설하자고 하는 데에 의견이 쏠리게 된데 에는 순수한 의욕 이외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던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조형문화연구소 일명 Korean Art Society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은 무방비 적인 의욕일념으로 현대도자공예운동의 첫걸음을 내디녔던 것이다. 따라서 사단법인 한국 조형문화연구소는 성북동가마를 떠나서는 생각할수 없는 것이다. 한국 조형 문화연구소의 발족은 실제에 있어서 성북동가마보다는 먼저 되었고 그리고 더 오래 연구소로서의 체모를 유지하였다손 치더라도 한국 조형 문화연구소는 성북동가마와 함께 그목적하던 바를 이루기도 하고 또 못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 조형문화연구소의 창설의 산파역할을 맡았던 분은 국립박물관장 김재원박사였고 조형문화연구소를 한국의 현대 도자공예운도으이 거점으로 이끄는 일에 주동적인 힘을 기울였던 분은 한국 미술사가인 최순우씨였다.그러나 연이나 이 한국조형문화연구소의 설립의 기초는 미국 록펠러재단의 재정적인 후원의 약소이 있었으므로서 현실화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한국에 있어서의 도자공예운동의 면은 그것이 도자공예운동의 경우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여기에 오늘의 한국의 문화운동 및문화단체가 겪고 있는 악순환적인 자기 모순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 지역의 일시적인 현상이거나 또는 새로운 결과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냐 하는 반향의 해답은 그리 용이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 조형 문화연구소는 한국 도자공예전통의 비약의 터전을 개척하기 위하여 한국에 공예운동 거점으로서의 뚜렷한 역할을 감당하였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어 없다. 조형문화 연구소의 이 사진은 다음과 같다.
이사장 : 이상백, 이사:전영필, 김재원, 홍종인, 민병훈(발족년월일, 1955.10.13)

성북동가마의 개요는 도공 이임준옹을 맞아서 이루어졌다. 이임준옹이 성북동 가마와 인록을 맺게 된 경유는 여주군수의 추천으로서였다. 이임준씨는 당시 60이 넘은 노인이었으나 도공출신으로 보기 드문 식견과 경력을 가진 분이었었다. 한때 면장을 지내다 여주 오금리에서 재래식 동요를 묻고 자영도 하였다고 하나 여의치 않아 그만두고 그저 가마터 마을의 촌노로소일을 하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성북동 가마를 맞게되었던 것이다.
이옹은 구한말 당시 경기도 여주 분원리요의출신도공임으로 전통적인 이조정화백자에 옹의 특기가 있었다. 옹이 그리는 청화의 필법은 이조관요도공의 그것 그대로였다. 그러나 당시의 옹은 자신이 제품을 제작하기에는 지나치게 노쇠하였음으로 조수의 도움을 받아 제작을 하기에도 불편을 느낄 형편이었다. 또한 옹은 오랜 세월동안 제작자이기보다는 경영자로서 또는 여느 일에 종사하였었음으로 옹의 의욕과 작업의 성과 사이에는 무리가 생기고 뿐만 아니라 옹이 성북동가마 건설에 대하여 기대하였던 뜻과 옹에게서 성북동가마가 바랐던 일의 성과는 서로적지 아니 엇갈리게 되어 사실상 성북동 가마의 건립은 초창기부터 순탄하지는 않았었다. 조형 문화연구소가 처음에 시도하고자 한 도자공방의 형태는 재래적인 즉 전통적 작업조직과 작업기술의 재현에서부터 새로운 도자공예운동의 서구를 모색하여 보자고 하는 것이었으나 이임준옹은 이를 한 단계 앞질러서 재래식등요가 아닌 도염식각요를 건립하였던 것이다. 그것도 시험요로서는 크고 제품요로서는작은 내면적 6척입방의 각요였던 것이다. 거기에 연돌을 쌓지 않고 연도로 언덕으로 끌어 올린 임시변동적인 가마가 성북동 보화각 뒤 산골짝이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하여 볼 때 한국의 현대도자 공예운동의 초창기의 상징이었던 성북동 가마가 재래식 등요가 아니라 그보다 진보된 도염식가요였었다고 하는 것은 어떠한 시사를 뜻하였던 것과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오늘날 한국의 재래식 등요는 화목 원료난으로 차츰 새로운 요, 즉 도염식각요로 바꾸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성북동요를 개요한 이임준공은 개요 후 1년이 안되어 여주로 내려가 그의 조수였던 권씨가 성북동요를 지켜 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 성북동요에는 쉴 사이 없이 한국의 도공들이 번갈아 드나들게 되었다. 성북동가마를 통하여 밝혀진 한국 도공의 생태의 일면은 그것이 그대로 오랜 전통적인 한국의 도공의 생리라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당시에 있어서와 같이 재래적인 의미에서의 도공이라고 불리 올 수 있는 도공은 거의 없어졌다. 역시 있다고 하드라도 이미 도공의 생활에서 손을 뗀지 오랜 노인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노인들도 요즈음에는 만나기가 그전과 같이 손쉽지 않다. 다만 한국의 현대 도자공ㅇ예운동의 초창기의 틀을 만드는 실제적인 일을 담당하였던 분들이 이들 늙은 도공들이었다고 하는 것은 기념적인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새로 진출 신진 도예가들이란 부지부식간에 또는 의욕적으로 이들 노 도공들의 힘과 솜씨를빌어 자라났고, 자라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오늘의 도예가들의 성품속에도, 노도공들의 방황의 벽이 깃들어가고 있는 것이아닐까 조심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