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코펜하겐의 플로라 다니카 

우관호

플로라 다니카(Flora Danica)는 로얄 코펜하겐자기공장이 1790년부터 오랜 기간의 노력을 기울여 제작한 천수백점의 플로럴패턴 테이블웨어의 걸작이다.
원작은 G. 크리스티앙. 에델이 간행한 식물도감 『덴마크왕국의 꽃』으로서 그 책에 묘사된 각양각색의 꽃을 사용함으로서 이 이름이 명명되었다.

이 테이블웨어는 예술의 후원자로 유명하였던 러시아의 여황제 에카테리나 2세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여황제가 직접 로얄 코펜하겐에 자기제작을 주문한 것인지 또한 그 당시 덴마크의 섭정 프레드릭황태자가 그와같은 식기류를 그녀에게 보내기 위해 주문을 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당시 덴마크와 러시아는 스웨덴에 대항하여 상호불가침조약을 맺은 상태여서 화려한 물건을 구실로 양국의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덴마크에 있었다고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1796년 에카테리나 황제가 사망하게 되어 플로라 다니카는 덴마크 왕실의 보물로 남게 되었다.

플로라 다니카는 왕실에서 주문했던 것인만큼 자기공장에서도 특별히 뛰어난 사람들이 선발되었다. 원형제작자는 제른 프로이스였으며 화공은 뉴른베르그 출신의 요한 크리스토프 바이어였다.
바이어는 18세기 후반의 가장 뛰어난 화가이자 도화가(陶畵家)로서 에델의 책에 삽화를 그리기 위해 코펜하겐에 초빙되었다가 1776년 자기공장의 일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 일에 12년간 전력을 기울였다. 특히 꽃의 특징 중 자세한 부분을 알 수 없으면 식물원에서 실물을 구해서 정확하게 묘사할 정도여서 그림이 완성될 무렵에는 맹인과 다름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다.
플로라 다니카에는 기존의 펄(Pearl)-모델(식기 1점마다의 가장자리에 진주와 같은 둥근 점들을 도드라지게 표현한 것)이 사용되었으나 80인분(후에 100인분으로 증가)의 식기세트를 제작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최초 2년간 988점, 다음 2년간 363점으로 1790-94년의 4년간 1351점이 만들어졌다.
1794년부터 97년 사이에는 81점 밖에 만들어지지 않았고 1797년 이후 370점이 새롭게 제작되었다. 1802년 칙령이 내려져 플로라 다니카의 제작이 완성되었다.

플로라 다니카가 처음 왕궁의 식탁을 장식한 것은 1803년 1월 29일 크리스티앙 7세의 생일축하연이었고 이후 십수년간 역대군주의 생일, 왕가의 결혼식, 국빈방문, 국가행사등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사용 중 깨트리거나 손님이 가지고 간 것, 관리자가 일부 내다 판 것 등으로 그 수가 조금씩 줄어 들었으며 연회 1회당 평균 1점 정도가 없어졌다.

그 후 알렉산드라 여왕과 영국의 에드워드 7세와의 결혼식(1863)을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세트가 만들어진 것을 시작으로 플로라 다니카는 오리지날을 모델로 조금씩 만들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자기의 그림은 시대적 취향과 기법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였고 한편 오리지날 문양을 새롭게 바꿔보려는 시도도 1905년부터 아놀드 클로에 의해 이루어졌다.

현재 플로라 다니카는 오리지날세트 1802점 중 1530점이 남아 로젠보궁전에 보관되어 있다.
플로라 다니카에 대해 사람들이 말할 때 지금도 Publish라고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식물의 형태와 명칭을 책이 아니라 자기로 간행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유럽 장식미술의 결정체라고 일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