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기술은 어떤 관계인가? 

가나아트

원래 그리스어에서는 예술(ars)과 기술(techne)이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 둘은 특별한 실용적 목적이 있는냐 없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영역으로 분화되지만 여전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기술과 마찬가지로 예술도 넓은 의미에서 만드는 것과 관계가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통해 의미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기술 복제시대에 들어서면서 과학기술은 예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이전에는 한 명의 위대한 예술가가 창조한 작품 한 점이 한 명의 부유한 사람에 의해서 소유되었던 것이 예술의 운명이었다면, 사진과 인쇄술의 발전으로 대량 복제가 가능해지자 보다 많은 대중들이 동시에 여러 예술품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과학기술을 예술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 많은 예술가들은 공포를 느꼈다.
기술이 예술을 대치하고 모든 사람을 예술가로 만들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계는 도구일뿐이며 그 자체가 동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그것을 통해 의미,해석, 가치, 입장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밝혀졌다.
과학기술에 대한 예술가들의 대응방식은 이렇게 의심, 회의, 저항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과학기술의 탄생에 함께 했던 미래파나 구성주의는 기계시대의 다이너미즘이나 속도, 민주적 생산성에 매료되어 그것을 찬미했다. 다다나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기계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과학기술을 수용하기도 했다.
반면에 손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작업방식만을 소중하게 여기는 보수파들도 있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원시주의나 형이상학적 세계로 빠져들었고, 더 나아가 기계에 의해 의해 작동되는 무기력한 인간상을 비판하며 과학기술문명 전체를 비관시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사진과 영화가 이 시기에 발명되면서 예술 작품의 원본성에 대한 문제 제가가 일어났고 천재적인 작가개념이 사라지게 되며 그 어느 때보다 대중적인 예술관객들을 확보함으로써 예술가와 관객의 관계가 변화되었다는 점 등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