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 연구현황 

삼국시대의 문화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불교는 4세기말 전진에서 불경과 불상이 전해진 이후 삼국의 국가 형성에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을 뿐 아니라 초기의 왕권을 강화하는 데에 기틀이 되었다. 이렇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 불교문화의 현존유물로서는 직접적인 예배의 대상이 되었던 불상을 비롯하여 불화,불교공예, 사원건축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불상은 삼국시대의 조각을 알게 해 주는 중요한 현존 유물로서 미술사적인 사료가치가 인정되어 왔다.
지금까지의 삼국시대 불상연구는 주로 불상이 어느나라에서 제작한 작품이냐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러나 연도가 알려진 가장 오래 된 [연가칠년기미년명금동불입상]의 경우만해도 기년으로는 고구려 불상이면서도 출토지는 경남 의령이어서 제작국과 출토지가 달라 불상이 소속국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나마 이러한 자료마저 그다지 많지 않아 그 동안의 불상연구는 삼국의 불상양식을 보다 명확히 규명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자료의 발굴과 소개, 그리고 개별적인 불상연구에 전력해왔다. 김리나(홍익대 교수)는 이러한 연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불상자료를 고구려,백제,신라 등 나라별로 크게 구분하지 않고 불상의 형식에 기준을 두고서 그 형식에 따른 표현양식의 계보를 따져보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여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분류에 따른 검토가 불사의 삼국양식의 정립이나 석불의 전개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별 연구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과제로 남는다. 통일신라시대는 가장 많은 조각품을 남긴 시대였으며 양식변화가 눈에 띄게 전개되는 다양한 양식을 낳은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다(강우방/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강우방은 이 시기에 대한 기존의 불교조각사 개론이 투철한 문제의식은 결여한 채 피상적인 종합위주로 전개되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통일 신라 불교조각의 제문제를 성립에서부터 미술가, 재료와 기법, 형식, 양식변천, 도상과 신앙, 시대구분에 이르기까지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통일신라 문화는 삼국문화의 대종합이 아니라 그 기반위에 별도로 성당문화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성립된 변혁기 및 전환기의 성격을 띈 것으로 보고, 그 이전문화의 단순한 계승이 아닌 새로운 변모를 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일례로 [사천왕사상]이나 [감은사상]을 당나라에서 활약했던 서역인이 와서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조조의 명수인 양지 또한 서역인이었을 가능성을 피력한다. 그리고 신시대의 신양식은 선진의 나라에서 예술가들이 오지 않고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있어서 종교조각의 특성상 개인 양식은 존재할 수 없고 시대양식만이 있을 뿐이었으며, 개인양식은 중앙집권의 통제가 약화되는 9세기 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고려 초까지 계속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주형(서울대 교수)는 구양식과 신양식, 또 재래의 조형의식과 외래양식 같은 서로 다른 전통사이의 변증법적인 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과 규명이야말로 통일신라전기 불교조각의 전대를 밝히는 열쇠가 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려시대의 조각은 후삼국 시대의 지역 조각양식 성립부터 중국 여러 왕조의 새로운 조각 양식의 수용 그리고 무신집권기와 몽고와의 화친시기에 조성된 불교조각에 대해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고려시대 조각은 통일신라시대보다 훨씬 지역적인 특성이 두드러지게 되는데 이러한 지방양식의 상이점과 공통점을 비교, 검토하는 작업과 고려조각만의 미감을 제대로 발견해내는 연구(문명대/동국대 교수)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고려시대의 조각작품을 지방양식으로만 부각시키는 것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시대 조각은 억불숭유정책으로 전반적으로 쇠퇴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이러한 인식때문인지 밀도있는 연구가 진행되지 못해왔다.

따라서 시기구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조선왕조가 억불숭유를 기본정책으로 채택하였다고는 하지만 전반기에는 왕실의 비호속에 잔존하게 된 사원이, 후반기에는 새로 복구된 사원의 불상봉안 붐에 따라 많은 작품이 제작되었다(문명대). 따라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져야 하며 절대 연대의 불상들을 찾아내는 일과 더불어 불상의 명칭과 성격, 조성 배경까지 논의되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조각사와 발맞추어 가장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분야가 회화사이다. 그 중에서도 삼국시대 회화의 연구는 대부분 고구려 고분벽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신라와 백제의 회화유적은 몇 기 안되는 고분벽화의 희미한 모습과 고분부장품의 표명장식, 저부조로 장식된 와당, 문양전 그리고 칠기표면의 그림 등 지극히 제한된 숫자의 유물에 국한되어 있고, 기록 또한 영세하여 회화자료로서는 충분하지가 않기 때문이다.(이성미/정신문화연구원 교수).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김원룡(한림과학원장)의 <한국벽화고분>(일지사)를 필두로 하여 남북한 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고구려 회화유적보다는 적으나 백제회화에 대해서도 역시 다양한 문양전과 무녕왕릉 출토유물에 대해 연구가 진척되었다. 신라 회화 역시 불화와 고분 출토유물등에 대해 상당한 연구성과가 있었다.

삼국시대 회화를 연구함에 있어서 앞으로의 과제는 중국과의 밀집한 관련성과 삼국시대 회화의 도상적, 양식적 측면을 다룬 세부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미술사를 양식사적인 면과 지정사적인 측면에서 균형있게 정립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이성미)가 대두되었다. 한편 고려시대의 회화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으로 불화를 들 수 있다. 벽화,정화,괘불,사경화라고도 불리우는 이 불교회화는 종교화이면서 실용화로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지속적으로 그려져 왔다.

이러한 불화 연구는 '60년대 후반, '70년대초에 주로 일본에 있는 고려불화를 밝히는 작업에서 시작하여 '70년대에는 문화재연구소가 실시한 전국불화 조사를 토대로 불화의 내용을 규명하기 위한 도상학적 연구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것을 토대로 불화에 대한 시대적, 주제별 연구가 활발해진 것이 현단계 불화연구의 실태이다. 이러한 불화를 연구하는 데에는 불화가 갖고 있는 종교화이면서 미술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도상의 교리적 근거를 찾는 일과 작품 자체의 도상을 비교 분석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홍윤식/동국대 교수). 현존작품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는 조선시대 회화를 들 수 있다.

그만큼 조선시대 회화에 대한 연구는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이 이루어져 왔고 또한 그 성과도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회화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0년대 이후부터이다.

그 결과 조선시대 회화의 양식적 특성과 변천, 외국과의 관계, 주요 작가와 화파에 대한 파악 등의 부분에 있어서는 대략적인 윤곽이 밝혀지기는 하였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도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앞으로의 조선시대 회화사의 과제를 안휘준(서울대 교수)은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1)작품 사료와 문헌사료의 계속적인 발굴과 집성, 2) 화풍의 특성과 변천 규명, 3) 작가 및 화파에 관한 종합적 고찰, 4)화목별 또는 주제별 연구, 5)사상적, 상징적 측면에 대한 연구, 6)사회사적 경제사적 측면에 대한 고찰, 7)기법(필법,묵법,준법 기타)에 관한 연구, 9) 중앙화단 및 지방화단과의 관계연구, 10)민화 및 불화와의 상호 연관성 및 그 자체에 관한 연구, 11)중국 및 일본회화와의 관계연구 등을 들 수 있다.

도자사에 대한 연구는 일제때 일본인에 의한 계획적인 조사를 비롯하여 해방이후 우리나라 미술사가로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계속된다. 그 중에서도 청자에 대한 연구는 각 대학 박물관과 여러 사설 미술관에 의한 도요지발굴과 함께 상당히 활발히 진척되어 왔다.

이에 따라 청자의 발생시기에 대한 규명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었고 이것은 요지 발굴 보고서와 함께 대략 두 가지 설로 압축된다. 그 첫번째 설은 청자의 기원을 10세기 후반에서 11세기 초로 보는 것(윤용이/원광대 교수)으로 광종, 성종 년간에 고려의 신지배층들의 중국청자에 대한 수요와 요구에 의해 고려청자가 제작되었다는 것이고, 그 두번째 설은 경기 용인 백자 요지에서 출토된 초기 청자와 퇴적층의 층위구분을 제시하면서 청자의 기원을 9세기 전기로 보는 (최건/해강도자미술관 학예연구실장)설이다.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결론은 더 많은 요지발굴과 명문이 있는 청자의 발견에 따라 밝혀질 수 있으리라 본다. 퇴락해 가던 고려 상감청자에서 조선백자로 발전해가는 2백년 동안의 과도기에 주로 제작된 분청사기에 대한 연구는 1900년 초부터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기 시작하였으며 그 동안의 도요지 발굴과 함께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분청사기의 시기구분을 강경숙은 초기(발생기:1360~1420), 중기(발전기:1420~1480), 후기(쇠퇴기:1480~1540), 말기(소멸기:1540~1600)의 네 시기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원(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1300년경부터 이미 고려상감청자가 쇠퇴하기 시작하였다는 이론을 여러 개의 [간지명청자]를 예로 들면서 1300년경의 발생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또 분청사기의 초기에 분청사기 인화기법이 발생하고 상감청자가 퇴화, 변모한다는 이론(강경숙/충북대 교수)에 대해서도 인화기법은 13세기부터 애용되어 왔으며 이시기에는 말기청자와 초기청자의 구별이 모호해진다는 점을 들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김영원). 이러한 문제는 광주 충효동 가마터를 비롯한 여러 도요지의 기초적인 발굴조사와 정밀한 지표조사, 그리고 많은 명문있는 분청사기의 세밀한 분석에 따라 밝혀져야 될 과제라 하겠다. 조선백자에 대한 연구 역시 도요지 발굴과 함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는데, 그 결과 이미 신라말 고려초에 백자가 생산되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전북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요 출토백자파편과 백자상감 파편).

고려백자는 조선초기까지 이어져 내려오다 12세기를 정점으로 그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14세기에는 종전에 거의 생산되지 않았던 치밀질 백자가 대규모로 생산되기 시작한다.(정양모/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정양모는 조선백자의 시대구분을 전기(15~17세기)중기(17~18세기)후기(18~조선말)로 구분하고 있는데,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지방백자요지에서 출토된 백자의 지역적 특색이다(김재열/호암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또한 자기소, 도자소에 관한 성격규정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전탑의 나라, 일본이 목탑의 나라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석탑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고유섭의 <한국탑파의 연구>에서 우리나라 석탑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이후 현재까지 3백편이 넘는 논고가 있었으며, 연구자도 40여명이 넘었다.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는 개개의 석탑에 대한 해설과 소개도 적지 않았고, 석탑의 양식적 변천에 관한 연구나 시대별, 형식별 특징에 관한 연구등 그 내용도 다양하였다. (김정기/한림대 교수). 이들 연구는 고유섭에 의해 체계세워진 한국석탑의 일원적 관점에 입각한 연구였고 그 연구를 더욱 심화 발전시킨 연구들이었다.

고려시대에 건립된 석탑은 백제계, 신라계, 고구려계 등으로 불리우는데, 이것은 고려시대에 이르러 백제의 고토에서는 백제석탑을 모방한 석탑이 나타났고 신라의 고토에서는 신라석탑의 모방, 고구려 고토에서는 고구려 석탑을 본다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불교의 교세는 고려시대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으며 그에 따라 불교적인 조형이 국가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런데 석탑건립에 있어서 국가적인 조형 이외에 좀더 주목을 끄는 것은 순수한 지방세력 내지는 민중이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고려시대 석탑의 전국적인 분포가 가능하였으리라 추정한다. (정영호/교원대 교수). 이 밖에도 신석기 시대의 생활상을 말해주는 즐문토기를 비롯한 선사미술과 시대적인 예술성과 조형성을 함께 보여주는 목조건축에 대한 연구 그리고 청동기 시대 이래 각 시대별로 당시의 생활상과 미의식, 사회구조를 말해주는 금속공예에 대한 연구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