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식기 문화의 특징과 발전방향

권영식

1. 서 론

식생활은 인류의 기본 생활이며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생활 과정이다. 인류의 식생활은 먹거리를 찾는 수단에 의해 발전되어 왔으며,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역사의 발전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에게 식량 문제의 해결 없이는 문화가 존재할 수 없으며 식량생산이 능률적으로 이루어져야만 문명이 있을 수 있다고 Jensen이라는 학자는 말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나 그들 고유 음식은 문화와 더불어 시작되어 주위 환경 즉, 지리적 역사적 여건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하여 왔으며 그러한 발전 과정에서 나름의 고유한 식생활 전통과 문화를 형성한다.1)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되어 가고 있는 현대에도 지역적, 문화적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며 강한 보수적 경향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식생활 습관이다.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서 생활하면서도 김치, 된장, 고추장의 맛을 잊지 못하여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의상(衣裳)이나 주거 환경은 바뀌어도 쉽게 적응하여 생활할 수 있지만 먹거리에 대해서만은 좀처럼 적응해 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속성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식생활은 각 지역별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그 지역별 특성을 알아보고 역사적 배경을 고찰하여 봄으로써 식생활 문화의 올바른 이해가 가능해 질 것이다.

본 연구 발표 주제인 식기 문화의 특징과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해서는 식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만이 올바른 식기 문화의 특징과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식문화와 식생활 용기는 내용을 담는 형식 또는 안 과 밖의 개념으로도 이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세계의 식문화

통신 및 교통 수단의 눈부신 발달로 인하여 전 세계가 일일 생활권으로 되어가고 있는 현대의 모습은 전 세계가 모든 정보를 공유하게 됨에 따라 획일화 동질화되어 가고 있으며 그 정도가 지나 처서 각 나라 각 민족들은 고유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어떤 커다란 힘에 의해서 동화되어 가거나 비슷하여 진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현상이라고 할 수 가 있다.

인간의 삶 속에는 각자의 고유한 특성이 있어서 이러한 특성들이 생활 속에 스며들어 성숙된 지역적 민족적 특성들이 나타남으로써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다양하게 하여주는 문화적 특질로 발전되어 왔음을 상기할 때, 세계가 일일 생활권으로 세계인이 상호 교류하면서 각자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고 경이로움을 갖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인간다운 삶을 풍요롭게 하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 볼 때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고유의 독자성을 잃어가고 있는 점들을 수 없이 발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의 식문화에 대하여 고찰하여 보고, 우리의 식생활에 대한 문제점과 장점들을 찾아내어 현대 생활에 맞는 식문화 및 식기문화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1) 동아시아의 식문화권(중국, 일본, 한국)

① 중국의 식생활 : 쌀밥을 중심으로 장류의 발달

* 도자기와 칠기를 식기로 사용하며, 의자식(椅子食)이다.

* 식사 도구로는 젓가락을 사용한다.

② 일본의 식생활 : 쌀밥을 중심으로 장류의 발달

* 도자기와 칠기를 식기로 사용하며 좌식(座食)이다.

* 식사 도구로는 젓가락을 사용한다.

③ 한국의 식생활 : 쌀밥을 중심으로 장류의 발달

* 도자기와 금속기(유기)를 식기로 사용하여 좌식(座食)

이다.

* 식사 도구로는 숫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한다.

2) 인도의 식문화권 :

* 쌀, 카레, 유지(油脂)가 발달

* 금속기를 식기로 사용하며, 좌식(座食)이다.

* 향신료가 발달하였다.

* 식사 도구로는 손가락을 사용한다.(右手食)

3) 아랍의 식문화권 :

* 난(소맥), 양고기, 유이용제품(乳利用 製品) 및 향신

료가 발달

* 금속기를 식기로 사용하며 좌식(座食)이다.

* 식사 도구로는 손가락을 사용한다.

4) 서양의 식문화권(유럽, 북미지역)

* 빵(소맥), 유이용제품(乳利用 製品) 및 향신료가 발달

* 금속기 중심의 의자식이다.(현대에 와서는 도자기를

식기로 주로 사용한다.

* 식사 도구로는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한다.

3. 식문화의 발달과 도자기 산업

1) 서양의 식문화의 정착과 도자기 산업의 발달

서양의 식문화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17-18세기 이후부터로 여겨지며, 그 이전의 식탁의 모습은 초라하고 빈약한 것으로, 식사 용구라고 해야 고작 음식을 잘라서 먹기 위한 도마와 비슷한 모양의 나무접시(木皿, trencher)와 물병(Jug) 그리고 나이프(주머니칼) 정도 였으며 식사는 주로 손을 사용하여 집어먹는 手食이였다.

오늘날과 같은 모양으로 식문화가 정착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서민 생활의 질적 향상(산업의 발달로 시민 사회의 형성과 식민지 영토 확장으로 인한 부(富)의 축적 등의 요인)으로 유럽인들의 식탁이 풍요로워 졌으며 그 결과 식문화의 정착과 식기산업으로서 도자기 산업의 발달과 그 축(軸)을 같이 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8세기 이전의 유럽에는 도기 및 석기질 도자기가 생산되고 있었을 뿐으로 자기(磁器)와 같은 높은 수준의 고급 도자기는 중국으로부터 알려져서, 중국 및 일본에서 많은 도자기를 주문하여 유럽으로 수입하였기에 비싼 가격으로 팔려지고 사용되는 실정 이였다.2)

동양의 도자기에 대학 선망과 경이로움은 점차 이와 같은 도자기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으며, 그 결과 1709년 독일의 뵈트거(Bottger)에 의해서 유럽 최초의 자기(磁器)가 개발되었다. 이듬해인 1710년 마이센(Meissen)窯가 창설 되었으며, 그 뒤를 이어 프랑스에서는 세브르(Sevre), 이태리는 리차드 지노리(Richard Ginory), 영국은 웨지우드(Wegewood), 로얄 덜튼(Royal Doulton) 등의 窯가 개설되었다. 그 결과 유럽 각국은 경쟁적으로 도자기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세계적인 名窯로서 양식문화와 더불어 전 세계의 식기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혁명과 식민지 확장의 결과 먹거리가 풍요로워지게 됨에 따라 식문화가 정착되고 식기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었으며, 오늘날과 같은 서양의 식문화의 기본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2) 중국, 일본, 한국의 식문화와 도자기 산업

① 중국의 식문화와 도자기 산업

중국의 식문화와 식기 문화는 알려진 바와 같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의 식문화는 지역적 특징에 따라 북경요리(北京料理, 뻬이징요리)3), 남경요리(南京料理, 난찡요리)4), 광동요리(廣東料理, 꽝뚱요리)5), 사천요리(泗川料理, 쓰추안요리)6)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국음식에서 식기의 기본적인 것은 큰 접시, 중간접시, 국물 있는 음식을 담을 수 있는 큰 주발과 각자 덜어 먹을 수 있는 접시와 작은 주발과 도자기 사시 숟가락을 식사인원 수에 따라서 준비한다. 중국의 도자산업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식문화와 발달하였다.

② 일본의 식문화와 도자기 산업

일본의 식문화는 차도와 함께 모양과 격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으로 인하여 도자기 산업도 발달하였다.
일본의 음식은 본선요리(本善料理, 혼젱요리)와 회석요리(會席料理,가세끼요리)로 크게 나눌 수가 있는데, 본선요리 관혼상제 등의 의식때 대접하는 상차림으로 음식의 내용에 따라 일즙삼채(一汁三菜), 이즙오채(二汁五菜), 삼즙칠채(三汁七菜) 등의 상차림이 있었으며, 회석요리(會席料理,가이세끼요리)는 다과를 중심으로 한 차 모임에 앞서서 대접하는 음식인 회석요리(懷石料理,가이세끼요리)와 연회의 요리로 술안주를 위주로 한 회석요리(會席料理,가이세끼요리)등으로 규범화되었으며 식기 사용법, 음식의 내용, 식사 예법 등이 정해 졌다. 이와 같이 일본의 식문화의 정착과 다도의 발달로 말미암아 도자기 산업은 중세 이후 일본의 봉건 영주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육성 장려되었으며 도자기 산업이 크게 발달하는 요인이 되었다.

오늘날 일본은 일본의 식문화를 세계화하는데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와 함께 일본의 식기 문화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③ 우리 나라의 식문화와 도자기 산업

우리 나라의 도자기 산업은 고려 - 조선조로 내려오면서, 고려조에는 청자의 발달과 茶道 文化의 성행으로 수준 높은 식문화와 더불어 도자기 산업의 발달이 9-10세기 이전부터 꽃피워 왔다. 조선조에 와서는 배불숭유정책(排佛崇儒政策)으로 茶道 文化가 퇴조한 반면 조선조 초기 이후 유교 사상을 근간으로한 양반 제도와 대가족 제도의 정착과 과학 영농 기술의 발달 및 농경 정책이 실효를 거두어서 식생활이 어느 정도 풍요로워 졌다. 이와 더불어 반상(飯床)의 규범화가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조리법, 그릇, 食床등이 체계화되고 완성된 것은 조선조 중기로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도자기 산업 역시 세종 실로 지리지(世宗實錄地里志)에 의하면 磁器所가 136個所, 陶器所가 185個所가 있었음이 기록에 나와 있듯이 당시의 도자기 산업은 상당히 발전하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조선조에는 농경문화와 유교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높은 수중의 식문화를 갖고 있었으며, 도자기 산업 역시 분청사기, 백자 등의 우리가 오늘날 자랑하고 있는 문화 유산으로 우리의 풍토와 생활에 맞는 생활 도자기가 만들어져 내려 왔었다.

우리의 식문화와 도자기 산업은 19세기말 일본에 의한 관요의 폐쇄와 식민지화로 서서히 쇄락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소위 <왜사기>라고 하는 값싼 일본의 식기가 우리의 식생활에 침투하게 됨으로써 우리 나라 식기 산업(도자기, 유기그릇등)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해방이후 6.25를 격으면서 우리의 식생활은 열악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였으며, 일본, 중국의 식문화와 서양의 식문화가 무분별하게 혼입되면서 우리의 식문화 전통은 사실상 그 맥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80년대 이후 고도 경제 성장의 결과로 먹거리가 풍요롭게 되자 외식 산업이 급성장한 반면에 바람직한 식문화로써의 정착은 상당히 미흡한 상태에 머무르고 잇다. 식문화에 따른 식기 문화 역시 국적 불명으로 그 정체성을 찾지 몾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가 있다.

특히 국제화,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맞는 새로운 식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함을 물론, 현대의 의식 수준에 걸맞으면서 세계화 할 수 있는 식생활 규범의 정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의 잘못된 식생활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식문화의 정립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던 좋은 전통과 식문화를 발굴하고 이를 재조명하여 보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여겨진다.

4. 우리 나라 식문화의 현황

1) 우리 나라 식생활의 문제점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행위의 기준인 사회 규범은 공동체가 생존하며, 지속적인 사회 발전을 위한 것이다. 사회 규범이란 그 사회가 주어진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여 발전하기 위하여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이 달라지면 그 사회 규범도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오늘날 우리 나라 식생활에 있어서 변모한 사회 환경에 적응하는 규범이 정립되지 못하고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그로 인한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잘못된 식생활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그 원인을 규명하여 보기로 한다.

① 음식을 남기는 것을 예의로 생각하는 인습

대가족 제도 아래에서의 농경 사회인 예전의 우리 사회에서는 부녀자들의 덕목(德目)으로 음식을 항상 넉넉히 장만하여야(손이 커야-) 잘 산다고 했다. 소위 「상물림」이라는 것이 있어서 집안의 웃어른이 식사를 한 뒤에 아녀자들이나 아랫사람들이 이 상을 물려서 남은 음식에 밥과 국만을 추가로 가지고 와서 식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음식을 남겨야 다음 사람이 먹을 수 있게 배려를 하여야 하였으며 음식을 남김 없이 먹어 버리는 것은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람으로 여겼다. 또한 많은 식구와 주위 사람들에게 고루 식사를 하게 하려면 음식 장만을 담당하는 안주인의 손이 커야 잘산다는 인습이 생기게 된 것이다.

② 푸짐한 상차림과 과다한 반찬 가짓수의 나열 (공간 배열형의 식사 체계)

손님을 대접할 때 상위에 놓이는 그릇(음식)의 가짓수로 손님 대접의 정도를 나타내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고려도경(高麗圖經)을 보면 開經에 개설한 客館에서 접객을 할 때 상객(上客)에게는 5床, 중객(中客)에게는 3床, 하객(下客)에게는 연상(連床)을 차린다고 하였다. 즉 귀한 손님일수록 음식의 가짓수가 많고, 지위가 낮은 손님일 경우에는 두레상 처럼 連床을 차렸음을 알 수 있듯이 손님이 오면 떡- 벌어지게 차려내야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7) 이와 같이 푸짐한 상차림과 많은 음식을 상위에 차려내는 공간전개형(空間展開型)의 식사 체계는 먹가리가 충분치 않은 사회에서 더욱 강조되고 채택되었으며 손님과 음식을 대접하는 주인과의 신뢰가 깊어지고 사회적 권위를 높이는 데에는 적절한 방법 이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음식의 낭비와 음식의 제맛을 맛보기 위해서는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차 먹을 음식을 차례로 내어놓는 시간전개형(時間展開型)의 식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겠다.8)

③ 음식을 여럿이 같이 먹는(共食) 식사 습관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여럿이 같이 먹는(共食) 식사 습관은 우리의 전통적인 대가족 단위에서라면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으므로 서 가족끼리의 유대감과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하였다고 하겠으나, 현대와 같은 개인 중심의 사회와 외부와의 접촉이 빈번한 사회 구조에서는 비위생적이고 우리의 식문화를 세계화하는데 가장큰 걸림돌이 되는 식사 습관이라고 할 수 가 있다.

④ 전통 식문화의 단절과 식사 예절의 부재

우리는 훌륭한 식생활 전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를 계승 발전 시켜 내려오지 못한 역사적 아픔을 갖고 있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에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가치관의 확립과 사회 규범이 이루어지지 못하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더불어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식사 예절이 오늘날에는 부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⑤ 질(質)보다 양(量)위주의 식사 습관

음식을 푸짐하게 차린다던가 공간 전개형의 식사 체계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제공되는 음식의 공급량보다 섭취량에서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균형 있는 식사가 되지 못하고 결국 음식을 남기게 되어 쓰레기로 버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9)

아래의 도표는 우리 나라와 소득이 같은 시기의 일본과 비교한 것으로 소득 수준이 같은 시점에서 음식의 공급량은 일본이 우리 나라보다 적었지만, 섭취 량은 오히려 우리 나라보다 많았음을 나타내고 있다.

2. 우리 나라 식문화의 올바른 정립을 위한 제언

우리 나라는 근·현대사 속에서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하여 우리는 앞 뒤 돌아볼 여유도 없이 숨가쁘게 달려 왔음을 실감할 수가 있다. 그 결과 오늘에 되살려야할 좋은 전통은 사라지던가 왜곡되고, 개선하여야 할 식생활들이 누습을 벗어나지 못한 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음을 수 없이 발견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생존을 위한 생활 단계에서 안정 단계를 지나 생활을 즐기고, 건강하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보다 발전된 생활 구조와 의식 속에 살아야하는 생활 단계에 와 있다. 지금 우리는 지난 일을 되돌아보고 우리의 동질성(Identity)회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세계 속에 굳건히 자리메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식문화의 올바른 정립을 위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제시하였다.

1) 우리의 식생활에 대한 인식의 전환

음식을 남기는 것을 예의로 생각하는 인습이 오늘의 식생활 환경과는 만지 않는 점들이라던가, 음식을 과다하게 차려야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는 생각이라던가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인 공간배열형 식사 체계를 시간배열형 식사 체계로 전환하여야 하는 점들이다. 특히 과거에는 식사가 주로 가정에서 해결하였으나 현대의 산업 사회에서의 식사형태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외식산업의 발달)바뀜에 따라 식문화의 개선을 위해서는 외식 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요식업체의 역할이 중요해 졌다고 할 수가 있다.

잘못된 식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국민적인 계몽 활동과 교류에 의해서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는 물론 언론 매체 그리고 식문화 관련 단체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 식생활의 합리화와 식단의 개발

앞의 예시와 같은 국민적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하여 오늘의 현실에 맞도록 새로운 식단을 개발하여 현재의 문제점을 고쳐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 밖에 명절 음식과 시절식(時節食) 또는 통과의례10) 음식등 전통 속에 남아 있는 것들을 우리의 실생활에 끌어 들여 현대 생활에 맞도록 제시하는 일이다. 일본의 경우 季節 和食器라는 주제로 여성지에 매년 특집으로 게재할 만큼 음식과 식기의 개발과 보급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서 일본의 식문화를 세계화하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우리는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3) 현대 생활에 맞는 식기 및 식사용구의 개발

우리 나라는 외국보다 우수한 식문화 전통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와서 그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특히 식생활 용기인 식기의 개발에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도예인 들의 책임을 느껴야할 부분일 것이다. 도자문화의 진정한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식기의 개발은 도예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식기의 개발은 단지 외형적인 형태나 문양의 개발보다는 우리의 식문화를 바탕으로한 현대 생활 속의 생활 용기 이여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① 식기를 소형화하고 다양한 용도의 형태를 개발하여야 한다.

음식을 여럿이 공식(共食)하는 식사 방법을 개선하고 남기는 음식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반찬이나 찌개류도 개인별 식기를 마련하여 식사 방법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기가 소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 식생활에서는 독상(獨床)차림이 기본 이였으므로 전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가 여겨진다.

② 식기의 용도를 개발한다.

생선뼈를 버리거나 덜어서 먹을 음식이 있을 때 밥그릇 뚜껑에 버리던가, 밥뚜껑에 덜어서 먹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보기에도 정갈하지 못할 뿐더러 잘못된 식문화의 한 단면일 것이다. 음식찌꺼기를 버릴 수 있는 토구(吐口)11)를 준비하던가, 덜어서 먹을 식기로 국물이 많은 음식은 공기(空器)를 사용하고 그 밖의 음식은 앞접시를 사용하면 정갈한 식사예절을 지킬 수 있는 우리의 전통 식문화로 여겨진다.

③ 식사용 기구들을 개발한다.

한정식의 경우 휘건12)을 준비한다던가, 수저의 모양을 다르게 하여 수저를 두벌을 놓아서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을 때와 맑은 국물이나 동치미 국물을 먹을 때 수저를 구분하여 사용한다면 음식의 제맛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탁의 격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여겨진다.13) 이러한 방안은 결코 서양식의 흉내가 아니라 우리의 전통 속에 남아 있는 것으로써 오늘에 되살린다면 매우 합리적인 식사용 기구들이 아닌가 여겨진다. 또한 우리의 전통미를 살린 디자인을 개발하면 전통의 계승과 발전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④ 식기를 규격화한다.

식기를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식기의 규격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식기의 표준화 및 질적 향상을 위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⑤ 식사 규범을 마련한다.

현대 생활에 맞는 올바른 식생활 문화의 정착을 위하여서는 식사 규범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역할은 국민 생활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집단에서 올바른 규범을 마련하고 교육해야 할 것이다.14) 예를 들자면 "식사예절" 교육지침을 마련하여 성숙된 사회인으로써 자질 교육을 시키고 이를 널리 알리는 일이다.

식사 예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사회를 상징하는 정치, 문화, 종교적 규범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조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茶道文化가 발단한 반면 조선조에 와서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茶道文化가 쇠퇴한 사례를 보아도 사회 규범의 변화에 따라 식문화가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현재 우리는 기존의 가치관과 사회 규범을 대신하는 새로운 가치관과 사회 규범이 미처 마련되지 못한 데에서 오는 혼란의 와중에서 사회 규범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基層文化로서 식문화의 올바른 정착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하겠다.

인간으로써 지켜 나가야 하는 사회 규범을 제대로 만드는 일이 우리사회의 질서와 인간성 회복을 위한 측면에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며 그 기본을 이루는 것이 바로 식문화의 올바른 정착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5. 결론

다원화되고 복잡한 사회 구조를 이루고 있는 현대 생활에서 지역별 국가별 특상화가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역별 특성화가 이루어져야만 이 우리가 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문화 전쟁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우리의 독창적인 삶과 문화가 있어야 세계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것을 세계화하고 우리의 주체적 삶을 밖으로 펼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은 우리의 전통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식문화의 올바른 정착과 이를 바탕으로한 도자기 식기 산업의 활성화는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문화 상품으로서도 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층문화(基層文化)로써 식문화를 재정립하는 것이 우리의 동질성(Identity)회복에도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결과 올바른 사회 규범의 정립도 아울러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문화는 생활용기(식기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발전되어 왔듯이 우리 나라의 도자산업과 도예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식문화의 올바른 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아울러 도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며 즐길 수 있는 국민적 여유와 삶이 요구된다.

변모하는 시대에 맞는 생활 도예로써 식기문화가 발전하려면 변모하는 시대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여겨지며, 아울러 도예 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사랑을 밑거름으로 하여야만 가능하다는 점도 인식하여야할 것이다.

- 完 -

參 考 文 獻

. 具 千 書, 「世界의 食生活 文化」, 서울 : 鄕文社, 1994.

. 李 成 雨, 「韓國食生活史硏究」, 서울 : 鄕文社, 1978.

. 황혜성,한복려,한복진, 「 한국의 전통 음식」, 서울 : 敎文社, 1994.

. , 「1989 수출유망상품 디자인 방향설정 연구 보고서」, 한국 디자인 포장개발원, 1989.

. R. 탄나힐, 「식품 문화사」, 孫敬喜 譯, 서울 : 鄕文社, 1991.

. 마가렛 메들리, 「中國 陶瓷史」, 金英媛 譯, 서울 : 悅話堂 美術選書51, 1986.

. , "世界の洋食器" 「食器」, 日本 : 總合通信社, 연도미상.

1) 이효지, 「한국의 음식조리 가공별 분류」,<식품과 영양>제 5권 제 3회, 1984, p.41.

2) 1600년 영국이 동인도 회사를 설립, 화란의 상인들은 중국의 경덕진요에서 제작된 청화백자를 주문 제작하여 수입하기 시작하였다. 1644년 淸이 등장, 廣州 등의 수출 항구가 폐쇄되고 중국 도자기 수출의 중심지인 경덕진 마저 1650-80년간에 있었던 吳三桂의 亂으로 대부분 파괴되어 도자기의 수출이 어렵게 되자, 일본의 아리다(有田)지방의 磁器(중국의 모방품)를 화란의 연합 동인도회사를 통하여 수출하여 유럽으로 수많은 도자기가 수입되었다.

3) 북경요리(北京料理) : 중국의 수도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사치스런 고급 요리가 발달하였다.

4) 남경요리(南京料理) : 양자강 하구를 중심으로 풍부한 해산물과 미곡을 바탕으로 歐美風의 국제적인 음식이 발달하였다.

5) 광동요리(廣東料理) : 남부 중국을 중심으로한 더운 지방 특유의 자연을 맛을 살려내는 담백한 맛의 음식이 특징

6) 사천요리(泗川料理) : 중국 서북부의 산악지대의 추운 지방의 특징으로 향신료와 자극성있는 파, 마늘, 고추 등의 자극성 있는 음식이 발달.

7) 具 千 書, 「세계의 식생활 문화」, 서울 : 鄕文社, p.258-261

8) 프랑스의 식탁도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공간전개형의 식사체계였다.

9) 일일 전체 쓰레기 84,000ton중 음식 쓰레기가 23,000ton으로 전체 쓰레기의 27.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0조원이라는 자원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국민식생활문화 개선 연구원 자료'91.10 -

10) 통과의례(通過儀禮)란 민속학에서 쓰는 용어로 사람이 출생하여 평생 사는 동안 크고 작은 고비를 지날 때 치르는 의식이나 의례를 말한다.(백일, 생일, 결혼, 상례, 제례 등)

11) 토구(吐口) : 床 왼편에 놓는 뚜껑이 있는 찻종 같이 생긴 그릇으로 "비아통"이라고 한다. 궁중과 양반집에서 반드시 준비하였던 그릇으로 용도는 식사중 생선가시, 뼈 같은 버릴 것이 있으면 뚜껑을 열고 넣는 그릇으로 床위를 깔끔하게 하는 식사예절이 된다.

12) 휘건(揮巾) : 수란 휘건 이라고 하며 임금이나 왕비의 식사시에 앞에 두르는 것으로 오늘날의 냅킨과 같은 기능 이였다.

13) 왕이나 왕비의 식탁에는 은수저가 두벌 준비되어서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은 후 다른 음식에 기름기가 묻어나지 않도록 하고, 음식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14) 국민에게 영향력을 갖는 집단이란 예전에는 왕이나 군주 또는 종교가 그 역할을 하였지만, 현대에는 정치적 집단(정부의 관련 부처)과 사회적 집단(매스컴, 학계, 관련 사회단체)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